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양고양 Sep 16. 2022

대출이 얼마 나오는지 잘 몰랐다

도곡동 아파트 놓쳤던 결정적인 이유

나같이 성실한 월급쟁이의 자식으로 태어나 성실한 월급쟁이로 길러진 사람들의 대다수는 대출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 나 역시 그래서 대출을 받는 것에 대한 꺼림칙한 마음이 항상 마음 한 켠에 존재해왔다. 뭔가 그 큰 금액을 내 인생을 모두 저당잡혀서 갚아야 하는 것 같이 느껴지는 마음 말이다. 


그래서 사실 처음 분양을 받았을 때도 대출을 너무 적게 받아서 대출상담사가 "오늘 상담하신 분들 중 대출을 제일 적게 받으셨습니다"라고 말해주기도 했다. 그때는 "사회 초년생인 우리가 가장 적게 받았다니, 사람들이 생각보다 돈이 별로 없는건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조금은 자랑스럽기도 했던 것 같다. 그게 아니고 당시에는 저금리 기조였기 때문에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대로 받은 후 그 돈으로 다른 투자를 하려고 했던 거란걸 나중에야 깨달았다.


2022년 9월 현재 美 CPI가 전년동월대비 8~9%씩 오르면서 연준이 금리를 통해 인플레이션 잡기에 혈안이 되어있는 상황이지만 불과 5~6년 전에는 상황이 전혀 달랐다. 당시에는 정부에서 대출에 대해 다소 완화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지금은 고액의 신용대출을 내서 주택을 구매하는 것을 DSR 등의 규제로 막고 있지만 당시에는 그런 규제가 없었다. 당시에는 일단 어떻게든 겨우 불씨를 살린 경기회복세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한 정책과제였기 때문이다. 금융 아이큐가 높은 친구들은 이런 상황을 잘 이용했던 것 같지만, 주변에 조언이나 도움을 줄 사람이 없었던 우리로서는 그렇지 못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두 번의 좋은 기회를 놓쳤다.


첫번째: 도곡동 아파트


가장 아쉬운 것은 도곡동의 아파트이다. 그 당시에 대치동에 비해 도곡동이 살짝 저렴해 보여서 수능이 끝난 주에 임장을 갔었다. 지방으로 발령받은 동안에 도곡동에 전세를 끼고 하나 사둔다는 생각이었다. 당시 자녀를 계획하면서 학군이 좋은 곳에 아파트를 한 채 사두는 것을 장기과제로 생각했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도곡동이나 대치동이 좋은 선택이었지만, 대치동은 당시에 좀더 비싸서 도곡동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아파트에 매수세가 붙었는지 우리는 줄을 서서 4번째로 집을 봐야 했다. 나오면서 집 주인이 집값을 1억 정도 더 받길 원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왠지 모르게 반감도 들고,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겠다는 생각에 매수를 포기했다. 부동산 사장님이 나를 잡고 "당장 계약금을 쏴라, 지금 사야된다"고 했지만 손사레를 치면서 부동산을 나왔다. 당시 그 아파트가 인테리어에 돈도 꽤 들인 상태라서 집값을 좀 더 줘도 괜찮았을텐데 지금 생각해도 너무 후회가 된다.


그 당시에는 남편이나 나나 신용대출이 얼마 나오는지도 잘 몰랐기 때문에 1억을 빌릴 수 있는 방법을 당시 월세주던 집의 후순위 대출이나, 부모님loan밖에 생각을 못했다. 하지만 세입자한테 그런 부탁을 하고 싶지 않았고 부모님들의 노후자금을 가지고 우리 욕심을 채우고 싶지 않아 그 아파트를 떠나보냈다. 그리고 몇달 뒤부터는 너무 많이 올라서 거래된 실거래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중에는 그 아파트 얼만지 찾아보는 것이 속상할 정도로 올라버렸다. 특히 대치동이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이면서 도곡동이 엄청나게 올랐기 때문에 더더욱..



두번째: 수도권 분양권


또 한번의 기회는 수도권 분양권에서 있었다. 정부에서 굉장히 센 규제가 발표된 뒤, 한 신축 아파트 분양에 일시적으로 미계약이 발생한 적이 있었다. 수도권의 공급물량을 고려했을 때 일시적인 현상이었고 분명 시장참가자들이 규제에 익숙해지고 나면 다시 급등할 것이 분명해보였다. 미계약분을 다 계약을 시켜야 하기에 추첨이나 등등의 방법으로 유주택자에게도 계약의 기회를 줬었는데 내 눈에도 좋아보여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남편이 "우리는 그 돈이 없다"고 했다. 당시에도 신용대출을 더 받을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기회 역시 흘려보냈는데 나중에 계약했던 사람 통해 들어보니 전세가도 비싸게 줄 수 있었고 매가도 많이 올랐다고 하여 너무나 아쉬웠다. 그 지역 자체가 전체적으로 신축으로 변하고 있는 지역이기에 내 생각에 향후 10년 정도는 계속 건재할 것 같다.


안받아도 대출한도는 알아둘걸..


내가 당장 대출을 활용할 일이 없다고 해도 내 대출 한도를 미리 알아두는 것이 현명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물론 2022년 현재는 그 당시와는 상황이 살짝 달라져서 금리가 많이 오르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전 세계가 디플레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돈을 경쟁적으로 풀고 있을 때였다. 그래서 제로금리라는 말이 더 익숙했고, 많은 채권쟁이들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며 금리가 더 떨어질 것이라고 매달 주문을 외우던 때다. 나는 금융권에 일한다면서 왜 그 사실을 빠르게 눈치채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업무로는 잘 파악했었지만 정작 나에게는 적용하지 못한 것이 더 정확한 사실일지도 모른다.


누구나 대출을 많이 받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분명 은퇴를 얼마 남기지 않은 사람들, 현금흐름이 안정적이지 못한 분들, 그리고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해서 조금의 금리 상승도 버틸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대출을 많이 받는 옵션을 결코 권유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요새처럼 원자재가격이 폭등하고 CPI가 10% 가까이 오르는 상황에서는 금리도 매달 거의 1%씩 뛰어버리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이 글이 이런 분들께 절대로 무리한 대출을 권유하거나, 대출을 받으라고 부채질하는 글로 여겨지지 않길 바란다.


하지만 나와 남편처럼 앞으로 현금흐름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전문직이거나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사실 미래의 현금흐름을 당겨서 현재 저평가된 자산을 매수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었다. 게다가 그 당시는 계속 강조하듯 전세계가 디플레 우려로 금리를 경쟁적으로 내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우리는 이자비용도 아파트에서 받는 월세로 충당하고도 남는 상황이었기에 큰 폭의 금리 상승도 버틸 수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런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보지 못했기 때문에 실수를 한 것이다.


대출을 다 갚아야 되는 것은 맞지만..


주담대를 받으면 35년동안 또는 40년동안 이 큰 금액을 갚아야 된다는 생각 때문에 매우 큰 부담을 느끼게 된다. 이제 한푼 두푼 아껴서 빨리 대출을 갚아버려야지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실제로 나는 수첩 앞에다가 주담대 금액을 항상 붙여두고 빠르게 갚는 것을 목표로 했었다. 하지만 사실 중간에 더 저렴한 집으로 옮겨가면서 대출을 모두 상환하는 옵션도 있다는 걸 왜 생각을 못했는지 모르겠다. 만약 내가 저평가 된 부동산을 잘 매수했다면 아마 벤치마크 대비 더 많이 상승했을 것이고, 이를 매도하면서 수익을 실현할 수도 있다. 여기서 생긴 수익과 애초에 투자한 자본금 만으로 처음에는 언감생심이었던 부동산에 주담대 한 푼 없이 들어갈 수도 있는 것이다. 일단 내가 저평가된 부동산을 찾아서 벤치마크 대비 더 큰 수익률을 올리는 데에 집중하는 것이 옳았는데 왜 나는 대출을 다 갚아야 된다는 일차원적인 상황에만 집중했는지 아쉽다.


분명 대출은 양날의 검인 것이 맞다. 무조건 대출을 받으라고 권유하는 것은 어리석은 조언이다. 하지만 만약 내가 2030이라서 앞으로 현금흐름이 안정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면 한번쯤 고려해볼 만한 옵션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표지사진: © pasja1000, 출처 Pixabay

매거진의 이전글 금융권에 재직하면 재테크를 잘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