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편집자’라는 직업을 인식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삼성역에 친구를 만나러 갔다가 목에 사원증을 건 직장인들을 발견한 것이다.
취업 준비를 하는 입장에서 그 모습이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 없었다. 점심시간이 끝나자 직장인들은 한곳으로 우르르 몰려들어갔다. 간판을 자세히 보니, ‘출판사’라고 적혀 있었다.
처음으로 목격한 출판사의 위엄에 홀딱 반해, 편집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내가 편집자가 될 준비를 끝마쳤을 때, 날 홀린 출판사는 다른 곳으로 이전한 뒤였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집에서 20분 거리의 삼성역에는 원래 출판사가 없었다. 출판사는 대부분 합정이나 파주에 자리하고 있었다.
결국 나도 파주에 있는 한 출판사에 취직했다. 집에서 합정까지 지하철로 이동한 후, 합정에서 2200번 버스를 타고 파주로 출근하는 경로였다.
‘학교든, 회사든 가까울수록 좋다’는 충고를 온몸으로 뼈저리게 느끼며, 앞으로 부모님 말씀은 무조건 듣겠다고 다짐했다.(물론 다짐이 늘 그렇듯, 그 후로도 충고를 제대로 들은 적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