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밤에, 따뜻한 고양이의

계절은 사람과 고양이를 더욱 성숙하게 만든다.

by 고양이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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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의 벚꽃은 유난히 짧은 느낌이다. 어느덧 4월이 지나 5월을 맞이하는 시점인데도 밤바람은 서늘하게 옷깃을 흔들었다. 창틈으로 들어온 바람이 웅웅 거리며 요동이다. 문을 닫으려 일어나는데, 설이가 먼저 다가왔다. 흰발을 다소곳이 모으고 내 옆에 앉았다. 복슬복슬한 꼬리를 다리에 툭 얹고는, 천천히 나를 올려다본다.

잠옷 위로 스며드는 고양이 체온이, 외풍의 온도를 잊게 했다.

"춥지?"
내가 묻자, 설이는 눈을 반쯤 감았다. 모르는 척도, 대답도 없는 공허한 표정. 대신 몸을 조금 더 기대 왔다. 창문을 반쯤 열어둔 상태로 침대에 눕자 설이는 조용히 배 위로 올라와 몸을 말았다. 이내 몸을 베개 삼아 뺨을 얹고, 가늘게 골골거리기 시작했다.

밖에서 봄바람 특유의 쓸쓸한 냄새가 들어온다. 젖은 흙과 아직 덜 핀 꽃봉오리 냄새.

겨울과 봄이 뒤엉켜 마지막 밀고 당기기를 한다 생각하니 괜히 웃음이 나왔다.

설이는 아무 말 없이 자고 있다.
사람들은 봄이 따뜻하다고 말하지만, 나는 늘 이 계절이 공허함을 가져다준다고 느꼈다.
기다리던 것이 와도, 그걸 온전히 다 가질 수 없는 씁쓸함이 원인인가 보다.

“꽃은 피었지만, 아직 바람은 겨울이다.” 어디선가 들은 짧은 문장이 떠올랐다.

설이는 벌써 그런 이 밤에 오래전부터 적응한 것처럼 편해 보였다.


설이의 등에 손을 얹었다. 이상한 소리로 잠꼬대를 하는 녀석에게 부드럽고 따뜻한 온기가 살아 숨 쉬는 것이 마냥 신기해 보였다. 바람은 이 따스한 체온을 뚫지 못할 것이다. 창밖에 나뭇가지가 파르르 떨고 있었다.

나는 설이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다.
누군가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 공허함을 충분히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작은 숨을 쉬며 품 안에 안긴 작은 생명.
아직 날이 차지만, 따뜻한 날이 올 것을 부정할 수가 없는 것 같이
괜한 걱정을 뒤로하고, 그 고요한 믿음을 따라, 두 눈을 천천히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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