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은 집사가 먹어 깻잎은 내가 먹을게

채식주의자

by 고양이시인


기름 냄새가 집안을 가득 메우자 설이가 조용히 다가왔다. 슬그머니 신문지 위에 앉아, 고개를 들고 빤히 올려다본다. 처음엔 그냥 냄새 맡으러 왔겠거니 했지만, 멈추지 않는 "냐옹" 소리에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고기를 불판에 올리며 중얼거렸다.

"너 고기 못 먹어."

포기하지 않고 다시 우는 녀석이었다. 이번엔 조금 더 또렷하게.

"냐옹."


슬쩍 옆을 보니 상추랑 깻잎 쪽을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깻잎 한 장을 떼어 바닥에 내려주니 분홍빛으로 촉촉해진 코를 들이밀며 망설임 없이 한입에 베어 물었다. 우물우물 씹어 삼키고 입맛을 다시고는 다시 내 손을 올려다보는 욕심쟁이 었다.


"이것도 먹을 거야?"

대꾸도 없이 설이는 조용히 다가와 내 손등을 톡 쳤다.


상추도 한 장 떼어 줬다.

이번엔 더 신나게 오물오물 씹는다. 먹을 때 눈은 왜 감는 건지, 고양이들이 편안함을 느낄 때 으레 행하는 습성 같은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괜히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쌈을 한가득 입에 넣었다.

고소한 고기향 너머로 깻잎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고개를 돌리니 깻잎 조각 하나를 발바닥에 묻힌 채 여전히 바닥을 핥고 있는 설이가 보였다. 발바닥에 묻은 것도 놓치지 않으려는 저 근성은 분명 나를 닮았으리라...!


고기보다 채소에 진심인 고양이,

"너 진짜 채식주의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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