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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곤 Aug 08. 2016

고양이의 동물병원 선택에 대하여

이게 정말 최선일까요  

* 이 글은 두 고양이의 종양을 치료하며 겪은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점을 밝힙니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해주면 좋을 텐데, 고양이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주사기 바늘이 꽂히기도 전에 끼이잉! 하며 엄살을 부리는 강아지와는 좀 다르다. 야생에서 아픈 티를 내면 쉽게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비교적 야생의 본능이 남아 있는 고양이들은 아파도 태연한 척을 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고양이가 뭔가 이상하다면, 왠지 기력이 없고 밥을 먹지 않는다면, 평소보다 움직임이 매우 적어졌다면, 어딘가 아프다는 뜻이라는 걸 집사는 빨리 알아차려야 한다. 


고양이가 아프면 어디를 가야 할까? 물론 동물병원이다. 하지만 '아프면 동물병원!'이라는 이 간단명료한 문장 앞에서 보호자들은 영 고민할 게 많다.     


1. 병원에 정말 가야 하는가      


고양이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좀처럼 고양이가 산책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는 걸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고양이는 자신의 영역을 벗어나 낯선 냄새와 낯선 소리가 가득한 공간에 들어서는 것에 대해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동물이다. 그렇다 보니 병원에 가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가벼운 ‘의심’ 수준이라면 오히려 무리해서 병원에 가는 것이 새로운 증상을 야기할 수도 있어 조심스러워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의심되었을 때 병원에 가지 않는 것이 결국 증상의 심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보호자의 정확한 판단이 중요하다.      


2. 거리와 비용      


고양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거리다. 긴 거리를 이동할수록 고양이에게는 스트레스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특히 응급상황이라면 빠르게 도착할 수 있는 병원을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가까운 24시간 동물병원은 고양이가 건강할 때 미리 눈여겨 봐두는 것이 좋다. 

또한 병원마다 진료비용이 다르니 기본적인 접종이나 검진을 하는 단계에서는 미리 반려동물 커뮤니티에서 사전조사를 해두거나, 전화로 물어 알아보고 방문한다. 다만, 공통적인 접종이나 호텔링이 아니라 정말 어디가 아픈 경우라면 전화만으로는 필요한 검사나 비용에 대한 상담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3. 고양이 핸들링(다루고 길들이는 것)에 익숙한가      


최근 반려동물로서 고양이의 인기가 많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 고양이에 대한 임상이 어느 만큼이나 발달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분명한 건, 동물병원은 동네마다 수없이 많지만 그 모든 병원이 다 고양이를 다루는 데 익숙하지는 않다는 점이다. 고양이 보호자라면 꼭 고양이 전문병원에 대한 사전조사를 해두기를 권장하고 싶다. 

낯선 공간에 예민한 고양이를 위해 강아지와 고양이의 대기실이 따로 나뉘어져 있거나, 조용하고 독립적인 공간에서 고양이 진료가 이루어지도록 배려한 병원들도 생각보다 많다. 물론 그 병원의 수의학적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보호자 입장에서는 비교하여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고양이를 배려하는 시스템이 독자적으로 갖춰져 있다는 것은, 그만큼 고양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병원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4. 선생님의 설명은 충분한가


요즘에는 그런 경우가 별로 없지만, 이전에 동물병원에 대한 불신은 대부분 ‘필요 없는 검사를 과다하게 권한다’는 데서 나왔던 것 같다. 물론 동물은 자신의 몸이 어디가 불편한지 말로 설명해주지 않기 때문에 생각보다 별 거 아닌 질병이라도 다양한 검사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각종 검사를 통해 가능한 질병에 대한 확률을 하나하나 줄여가는 방식인 것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보호자가 충분히 그 검사의 필요성과 결과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 어떤 질병의 가능성이 있는지, 어떤 검사와 치료가 필요한지, 그 경우 예후는 어떤지 등에 대해 ‘이해하기 쉬운 용어로’ 충분히 설명해주는 병원을 선택하자.      


둘째 아리의 중성화 수술 당시


우리 둘째 고양이 아리의 오진을 두 번이나 겪고 나는 물론 분노했다. 어떻게! 동물병원에서! 그럴 수가! 하고. 나중에 다른 수의사 선생님을 인터뷰할 기회가 있어 이 이야기를 했더니, '실제로 다뤄본 경험이 없으면 그럴 수 있다'고 했다. 그게 '비만세포종'이라는 걸 알았으면 치료할 수 있지만, 그 질병을 자주 접해보지 않았으면 눈으로 봤을 때 여드름과 헷갈릴 수도 있다는… 물론 보호자로서는 납득하기 어렵다. 


하지만 고양이의 병원 선택은 확실히 충분한 사전조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됐다. '고양이는 작은 개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성향이 전혀 다른 종이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신체적인 차이 역시 분명하다. 오래 전, 반려동물로서 고양이가 친숙하지 않을 때에는 그저 작은 개처럼 진단하고 치료한 시절도 있었다고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고양이에 대해 보다 깊이 있게 공부하고 다루는 병원도 늘어나고 있으니, 집사님들은 꼭 미리 폭넓게 알아두셨으면 좋겠다. 물론 그런 정보가 전혀 쓸모없는 묘생을 산다면 가장 좋겠지만….


처음 고양이의 림프종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시작해야 했을 때, 나에게 병원 선택의 또 다른 기준은 '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다른 병원에 가면 뭔가 다른 진단이나 치료를 권할 수도 있다, 다른 수의사 선생님은 이 희귀한 엑스레이에 대해 뭔가 더 많은 걸 알고 있을 수도 있다… 이 병원에서 만약 부작용으로 치료가 잘못되거나, 치료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고 급박한 상황을 맞이했을 때, 이 병원이나 담당 선생님을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을지 생각해봐야 했다. 


똑같은 치료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선생님이나 병원에 대한 불만이 있다면 '다른 병원을 다녔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라는 마음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반대로 아이가 정말 무지개다리를 건넌다 해도, 선생님과 병원이 최선을 다해줬다고 생각한다면 나 역시 다른 무언가를 원망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다. 만약 더 크고 더 좋은 병원이라도, 그 병원에 환자가 많아 제이에게 할 수 있는 한 신경을 써주지 않았다고 느껴진다면 분명 내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이 남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심각한 수술이나 장기 치료가 필요한 경우일수록 병원과의 인간적인 신뢰가 중요하다. 나도 물론 당시에 몇몇 병원에 자문을 구해보았지만 특별히 이렇다 할 답을 구할 수 없었고, 담당 수의사 선생님이 퇴근도 하지 않고 고민 후 연락을 주시거나 개인적으로도 자문을 구해 알아봐주시는 점 등이 고마웠다. 어차피 치료 레시피가 없는 질병이라면 진심으로 고민하고 같이 파이팅해주는 선생님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워낙 갑작스러워 선택의 폭을 넓게 가질 여유가 없었고, 7개월가량 치료를 진행해온 지금으로서는 병원의 고양이 핸들링에 관한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면, 접종이든 구충이든 동물병원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이다. 당장은 헤어져도 언젠가는 더 좋은 인연을 만나야 하는 것이다. 특별히 더 밀접한 관계에 있는 만큼, 나 역시 눈을 높여가며 선택의 기준을 계속 업데이트하는 중이다. 고양이의 항암치료는 집사가 하는 선택의 연속이기 때문에.


둘 다 병원 가는 길. 별로 친하지도 않으면서 좁은 이동장에 밀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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