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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곤 Jul 04. 2016

고양이를 싫어하는 당신의 고양이

고양이는 고요하지 않다

4개월령의 삼색 새끼고양이, 제이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리면 '이 생명체가 정말 고양이일까' 정도의 느낌이었달까. 내 상상 속 고양이와는 사뭇 달랐다. 늘어지게 뻗어 자는 낮잠, 책꽂이 위에 올라가 내려다보는 나른한 눈빛, 그런 건 없었다. 심지어 아직 고양이라기보다는 미성숙한 어떤 생명체 같았다. 꼬리도 못생긴 막대기처럼 삐죽삐죽했다. 


아작아작 밥도 잘 먹고 기특하게 물도 잘 마셨지만 뭔가 고양이라기에는 모라자 보였다. 무엇보다도, 나의 고요한 생활 속 다정한 구성원이 되어주리라 생각했던 고양이는 오히려 내 집의 주파수를 높이고 비명을 생성했다. 

   

물지 마! 할퀴지 마! 잠 좀 자자…로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모든 아기들이 그렇듯 이 아기고양이도 자는 시간이 제일 예뻤는데, 아니 통 잠을 안 잤다. 고양이라면 늘어지게 잠도 오래 자고 게으름도 피우고 그래야 하는 거 아니니? 


아니었다. 제이는 내가 깨어있을 때는 자기도 깨어서 끊임없이 피드백을 요구했다. 노트북으로 일하면 노트북 위로 올라오는 걸 절대 포기하지 않았고, 밥인지 간식인지를 달라고 할 때는 발목을 깨물었다. 책상 위에서 주전부리를 먹으면 끊임없이 물고 도망치려고 했다. 일할 때 마음의 평화를 주기는커녕, 일하면서 커피 한 잔에 디저트를 먹는 나의 아주 작은 행복도 포기해야 했다. 잠을 자려고 누우면 우다다를, 그것도 듣던 대로 평범하게 하지 않고 이불 밖으로 나온 나의 신체 부위를 반드시 깨물면서 했다. 아아… 아무리 고양이를 좋아하는 나라도, 육묘 스트레스가 쌓여갔다. 집에서 뭘 할 수가 없어서 일할 거리를 들고 카페로 도망가기도 했다. 집에서 일할 때 내 마음의 평화를 줄 것으로 생각했던 고양이가 나를 집에서 쫓아내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아기 동물들은 생존을 위해서 귀엽다고 했던가? 그래도 귀여웠다. 말도 안 되는 포즈로 몸을 뒤집고 자는 모습은 못 견디게 예뻤다. 귀여움 하나로 나는 육묘 스트레스를 견뎌냈다.  


귀찮지만 귀여워


실은 이미 고양이를 집에 들였을 때 결정되었던 수순처럼, 나는 예비 신랑에게 넌지시 물었다. 


우리 고양이 키울까? 


어차피 키우려고 한 거 아니었어? 그는 예상했다는 듯이 가볍게 OK를 했다. 망설임은 없었고, 그러자 나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는 길고양이가 자기를 공격할 것 같다며 공격받기 전에 자기가 먼저 위협하곤 하던 부류의 남자였다. 나와 데이트를 하기 시작하면서 종종 고양이가 있는 카페에 갔지만 아직 만질 용기는 없다고 했다. 즉, 고양이에 대해서는 개뿔도 몰랐다. 


결혼을 할 거라서, 고양이를 키우기로 결정한다면 공동 책임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양이가 털을 너무 많이 뿜는다, 집안 가구에 스크래치를 한다, 잘 때마다 뛰어다니며 손발을 깨문다… 등의 것에 대해서, 고양이와 함께 살아보지 않은 그는 몰랐다. 고양이를 키우는 건 처음이지만 14년 동안 강아지를 키웠고 반려동물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나로서는, 이런 이유 때문에 고양이를 못 키우겠다고 선언하는 일이 생기면 무엇보다 그에게 실망할 것이 분명했다. 


있잖아, 고양이 키우면 매일 밥도 주고 화장실도 치워줘야 해. 집안 가구 다 물어뜯고, 고양이 털 엄청 빠지는 건 알아? 그리고 어디 아프기라도 하면 병원비도 엄청 비싸다고… 그냥 알았다고 하지 말고, 더 고민하고 알았다고 해줘. 응? 


결국 키우겠다는 말이었지만 어쨌든 일말의 신중함은 얹어내고 싶었다. 결혼하면 이 고양이는 우리 둘의 공동 책임이다, 라고 말했지만 그러니 너도 나만큼 고양이를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말은 꺼내지 않았다. 2년여의 연애를 했지만 우리는 함께 무언가를 키워본 경험이 없고, 그건 아마 내가 그에 대해 지금까지 알고 있는 것과는 또 전혀 다른 영역에 숨어 있는 모습일지도 몰랐다. 미래의 엄마로서의 내가 어떨지 알 수 없듯이, 남편으로서 완벽할지언정 아빠로서의 그를 짐작할 수 없듯이. 


하지만 어쨌든 우리는 고양이를 키우기로 했다. 누구에게나 첫 번째 고양이가 있는 법이다.

이 결정은 당연히, 그 이후 우리의 수많은 의견 충돌을 불러일으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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