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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곤 Aug 19. 2016

당신이 버린 고양이는 어디로 갈까

꺼져 가는 눈빛으로 구조된 고양이 '인하' 

고양이를 버리는 사람들은 때때로 응당 짊어져야 할 죄책감을 슬그머니 내려놓고 피해간다. 고양이는 길에서도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길고양이들도 많은데 뭘, 고양이는 원래 본능적으로 야생에서 살 수 있어, 라고. 정말 고양이들은 키우다 길에 내놓아도 문제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계속해서 늘어나는 유기동물 중에는 일명 ‘품종묘’도 많아졌다. 예전에는 나름대로 비싼 고양이로 여겨지고 집에서 사랑받았을 아이들인데, 가구를 긁거나 털이 많이 빠지거나 어디가 아프거나, 아무튼 여러 가지 이유로 품종묘도 예외 없이 버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길고양이들은 ‘코리안 숏헤어(코숏)’라고 부르는데, 그 외의 품종묘가 길에서 헤매고 있으면 싫어도 단번에 알아볼 수밖에 없다. 저 고양이는 집에서 살던 고양이구나, 라고.      


지난 달 어떤 블로그에 샴고양이 사진 하나가 올라왔다. 털은 온통 뭉치고 볼품없는 모습으로 힘없이 누워 있는 샴고양이의 눈빛은 모든 것을 다 체념한 듯했다. 편의점 안에 들어가고 싶은지 물끄러미 유리문 안쪽을 들여다보다가도, 정작 누가 먹을 것을 나눠주면 어디가 아픈지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고 한다. 사실상 반송장 상태로 겨우겨우 숨이 붙어 있는 그 샴고양이의 사진을 본 이들 중 몇몇이 이 고양이를 살려야겠다고 구조하여 병원에 데려갔다.      


출처 : http://2013youn.com


병원에서 나온 검사 결과는 이 샴고양이의 삶이 얼마나 고된 것이었는지를 고스란히 말해주고 있었다. 이빨을 다 발치해야 할 정도의 구내염은 물론이고, 지방간, 황달, 빈혈 등 모든 장기가 심각하게 손상된 상태였다. 제대로 먹지 못했으니 척추가 다 드러날 정도로 몸은 앙상하게 말랐고, 엉킨 털은 빗는 것이 아니라 다 밀어내야 할 정도였다. 동네 주민의 말에 따르면 이미 6년 전부터 떠돌아다녔고, 1년 전부터는 급속히 몸이 안 좋아지는 것이 보였다고 한다. 물론 처음에는 주인이 있었다. 왜 버렸는지, 이유는 이미 의미를 잃었다.     

 

인하대 앞에서 구조되었다고 해서 ‘인하’라는 임시 이름이 붙은 이 샴고양이는 어쩌면 그래도 운이 좋았다. 600만 원 가까이 나온 치료비는 캣맘들 사이에서 십시일반으로 모금했다. 심장병이 발견되어 평생 약을 먹고 관리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조금씩 회복하고 마침내 입양도 갈 수 있었다. 누군가가 버린 고양이는 결국 누군가의 도움이 있어야만 살 수 있다. 지금도, 아직 눈에 발견되지 않은 버려진 고양이들은 도움의 손길 없이 길에서 어찌할 바 모르고 생기를 잃어가고 있을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주어졌던 밥과 잠자리가 왜 갑자기 사라졌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어릴 때는 귀엽다고 사랑받다가, 털이 많이 빠진다거나 밤에 시끄럽게 뛰어다닌다거나 커서 더 이상 귀엽지 않다는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버림받는 동물들은 많다. 누군가는 죄책감 없이 동물을 길에 버리고, 그렇게 길 위에서 죽어가는 동물들에게 관심 갖는 사람들은 한정되어 있다. 손을 내밀지 않으면 길 위의 동물들이 어떻게 되는지 너무나 잘 알기에, 누군가는 꾸역꾸역 고양이를 구조하고 치료를 받게 하고 입양을 보내는 일을 멈출 수 없는 것이다. 마치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도움이 필요한 유기묘들은 끝없이 나타나고 입양자는 부족하다.   

   

버려진 집고양이는 알아서 잘 살지 못한다. 길에서 먹이를 구하는 법도 모르고, 동네 길고양이들의 영역에서 싸우거나 쫓겨나게 되고, 다른 동네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로드킬을 당하는 일도 흔하다. 결국 한 생명을 버리는 일은 고통 속에서 살다가 죽어가게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내 눈 앞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고 해서 그 책임에서 눈을 돌릴 수는 없다. '알아서 잘 살겠지, 집안에서 사는 것보다 자유롭고 좋지 뭘' 하는 자기 위안은 냉정한 현실과는 너무 먼 얘기다. 그러니 고양이를 버리지 말아야 하는 것 이전에, 키우기로 결심할 때 정말 10년, 15년 동안 키울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일단 결정했다면, 당신에게 생애를 다 맡긴 그 동물을 책임질 각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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