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이야기 - 칼가는 노인

'업'이라는 숭고한 예술

by 달 가는 물고기

누구에게나 어느 여행지에서 인상에 남는 장면 하나쯤은 생길 것이다. 그것이 나에게는 바다도 아니고 맛있는 음식도 아니었다. 폐휴지 리어카를 모는 할아버지도 아니고 비둘기 쫓는 아이를 멍하게 바라보는 노숙자 할머니도 아닌 다리를 절며 쇳돌을 지고 다니는 한 노인 이었다. 허름하고 구멍난 옷을 입고 있는 그는 웃을 때마다 눈가에 이마에 깊게 주름이 패였다.

" 에고! 갈 칼이 있나?"

복집 아주머니는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노인에게 막대 아이스크림 하나를 건네주고 황급히 주방으로 사라졌다. 잠시후, 서운한듯한 표정으로 다시나오는 아주머니의 얼굴을 보고 노인은 괜찮다는 듯 환하게 웃으며 일어났다. 불편한 어깨와 심하게 저는 다리, 아마도 그 무거운 쇳돌을 자신의 일부분인양 평생을 어깨에 메고 다녔으리라.

"요즘 누가 칼을 가누. 차라리 폐지를 줍는게 나을텐데,,"

노인의 뒷모습을 아주머니는 애처롭게 바라 보았다. 높은 아파트와 빌딩 사이에 칼을 가는 노인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눈치다. 그러나 노인이 그 무거운 짐을 내려놓지 못하는 까닭은 자신의 생을 짊어진 이유가 아닐지. 그것 외에는 할 수 있는게 없는 사람, 비록 돈이 되지 않아도 나는 ' 칼을 가는 사람' 이라는 껍데기를 평생을 거울처럼 보고 산 사람. 노인의 얼굴은 절박함이 있는 사람의 표정이 아니었다.그의 삶은 결코 지루하지 않아 보였다. 어디든 편안하게 앉아 쉬고 사람들과 만나며 담소를 나누고 때로는 오백원짜리 자판기 커피나 천원짜리 막대 아이스크림을 얻어 먹으며 고단한 그의 삶에 간간이 쉼표를 찍었다.

짧은 눈인사를 마친 노인이 힘겹게 일어나 골목안으로 사라져 갔다. '불쌍하다' '안타깝다' 이런 마음은 잠시, 무거운 짐을 어깨에 맨 노인의 여유로운 걸음이, 업을 놓지 않는 그의 고집이 숭고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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