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보는 이야기 - 고양이

길들여진다는 것

by 달 가는 물고기

9살,
좋다고 뛰어오는 강아지만 봐도 무섭다고 울며 도망 다니던 내게 조용히 작은 앞발 하나를 내어주던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학교 갔다 돌아오면 마당 한 가운데 듬직히 서 있는 라일락 나무 그늘 아래서 나를 기다리던 작고 검은 새끼 고양이, 지금도 길에서 비슷한 생김의 아이들을 만나면 그 시절의 귀여운 내 작은 친구가 생각이 난다.

우리 가족이 서울에 막 올라왔을 때 강북의 대부분의 집들은 한옥이었다. 빗장을 열어 나갈 수 있는 나무문에 ㄷ자 모양의 집 구조, 그리고 마당 한 가운데에는 커다란 라일락 나무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안집 아주머니는 꽃과 나무와 동물을 무척 사랑하는 분이었던 것 같다.) 마당에는 5마리 고양이 가족과 진돗개 한 마리가 있었고, 뜰 한 가득 놓여 있는 화분들, 그리고 따뜻한 햇살과 함께 진하게 풍기던 라일락 향기가 났다.
가끔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가족들에게 듣다 보면 나는 동물에게 그렇게 호의적인 성격은 아닌 듯했다. 병아리한테 돌을 던지고, 강아지 한 마리가 좋다고 달려들어도 울면서 식탁 위로 도망가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 예로 옆 집 작은 치아와가 내가 도망을 가자 맹렬히 쫓아와 무섭게 짖어댔다. 울면서 대문을 아무리 두드려도 엄마는 나오지 않았다. 패닉 상태에서 느꼈던 무시무시한 공포감. 나를 향해 사납게 짖던 그 날카로운 송곳니를 나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때의 기억으로 나는 개를 정말 무서워하는 아이가 되어 버렸다. (현재도 치아와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새로 이사 간 그곳에는 고양이가 있었다. 매일 작대기를 가지고 가까이 다가오는 고양이를 쫓았다. 내 근처에 오지 마. 분명한 경고의 산호를 보냈다. 내 강력한 방어막 때문에 자연스럽게 우리는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사이가 되었다. 그런데 그 고양이는 조금씩 내게 다가왔다. 매일 고양이와의 거리가 좁혀졌다. 처음에는 마당 끝, 다음에는 중간쯤 있는 수돗가, 그다음에는 안방이 있는 툇마루까지. 아마도 그 작은 새끼 고양이는 태어나 처음 보는 여자아이와 친하게 지내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고양이의 적극적인 대시로 나는 툇마루에 앉아 처음으로 고양이를 쓰다듬었다. 괴롭히고, 쓰다듬고, 같이 놀며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그 뒤로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내가 고양이나 강아지를 보고 울며 도망가는 일이 사라진 것이다. 아마 그 작고 여린 고양이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 보는 작은 여자 아이룰 조금씩 길들인 것이 분명해 보였다.

서로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은,

친해진다는 것은,

닫힌 마음도 열게 하는 무한한 신뢰와 따뜻한 눈빛, 그리고 말할 수 없는 용기라고 생각한다.

내게 먼저 마음을 열어주고 기다려준 내 작은 친구

너무나 그립다.



#고양이

#낙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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