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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lon de Madame Saw Apr 04. 2022

동주

늦겨울에 윤동주 문학관 갔다가 동동주 마시면서 쓴 시


겨울에 마시는 술은

이름을 감추기 위함이다


젊은 시인이 해와 달과 별에

오얏꽃 한송이를 감춰놓았듯

앙상한 겨울나무에

하얀 솜이불을 내려주기 위함이다


커피 한 모금에 감춰진 얼굴과

시곗바늘 소리에 묻힌 목소리와

하얀 종잇장 위에 떨어진 별똥별


나는 그것들을 모아

촘촘히 엮어 별자리를 만들고

하얗게 피어나는 꿈을 꾼다


나무 가지 끝에 송송히 맺힌

눈꽃 봉오리 속에 숨겨놓은

별의 이름


계절을 돌아 다시 불어올

이월(李月)의 향기에 취하는

하얗고 차갑고도 달콤한

영원한 겨울의 마지막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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