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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홀든 Jul 02. 2018

[사는글] 죽게 좀 놔둬라.

그냥 자살에 대해 비 오는 날 갑자기 든 생각.

'어쨌든 살게 한다.'


상담사 친구를 만났다.

치료받으러 오는 사람이 늘고 있고, 개중에는 자살시도를 하고 오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아주 그냥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죽지 않고 있지?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 때문에? 물론 내가 없어지면 슬퍼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닌 거 같고

다만 죽음 이후에 뭐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는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가 삶의 고됨보다 더 커서 아닐까?
그렇다면 삶의 고됨과 무게가 그 공포보다 더 크다면? 아니면 용기가 넘쳐 죽음과 그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 느낌의 정도는 사람마다 상태마다 다를 테니까.


힘들다고 찾아온 사람에게 죽으라고 하지는 않겠지.(죽으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런데, 삶이 너무 힘들어 (진심으로) 죽고 싶어 하는 사람이 죽으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자살도 권리다.


 자살도 권리다. 생명이 정말 온전하게 개인에게 주어진 것이라면, 그것을 유지할 권리도, 끝낼 권리도 다 개인에게 있는 것이다. 애초에 그걸 막을 만한 정당한 이유나 논리가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뭐, 인류 공동체의 번영을 위해 생명을 유지해야 한다? 아니, 자살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인류 공동체를 위해 내버려 두는 게 옳지 않나?


오히려 살기 싫은 누군가 자살을 함으로써 지구 상의 자원을 나눠 써야 하는 인간의 숫자는 줄어들고, 산술적으로(만) 계산했을 때, 살아남은 개인들의 삶은 오히려 풍요로워진다. 죽음으로 인해 (전체 세상의 극히 일부분인) 자기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슬픔과 실망을 안겨줄 수 있다는 감정적인 이유를 제외하면, 자살은 인류의 번영에 도움이 된다.


죽음은 정말 나쁜 것인가?


 흔히들 자연은 적자생존이라고 얘기한다. 도태된 개체들은 죽어 없어지고, 자연은 그 죽음을 슬퍼하는 대신 스스로 순환하며 유지된다. 자연은 죽음을 슬프거나, 괴로운 것, 비참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자연과 적자생존의 논리대로라면, 생존경쟁에서 도태된 이들은 자연법칙대로라면 죽어 없어져야 당연한 것이다. 다시 한번, 그러한 죽음은 비참한 것도, 슬픈 것도 아니다. 자연이다.  


생은 정말 아름다운 것인가?


 자살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정말로 늘어나는 자살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자살을 안 하고 싶은 '살고 싶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면 된다. 그런 게 지금까지 존재한 적이 있을까 싶긴 하지만, 경제든, 사회든 개선시키기 위한 노력이 모이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자살을 멈추게 될 것이다. 그러한 실질적인 효과를 위한 사회, 경제적 시스템의 개선 없이 단순히 ‘생은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라고 말하며 죽고 싶다는 사람을 붙들고 있는 것은 모순을 넘어 위선이다.


왜 살아야 하는가?

 

‘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제대로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당신이 살아야 하는 이유’를 온전히 설명할 수 있는가. 삶이란 가치중립적인 것이다. 삶이 ‘그 자체로 아름답다.’라는 말에는 도대체 무슨 근거가 있는가. 반대로, 삶은 ‘그 자체로 허무하다’라는 말도 근거는 애매하다. 삶의 의미와 가치를 규정하는 것은 그것을 살아나가는 개인의 몫이다.   


 그 의미를 종교에서 찾아내든, 철학에서 찾아내든, 돈에서 찾아내든, 아니면 찾지 못하든.


그냥 내 생각이 그렇다고.


 극단적이고 개인주의적인 글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반대로 생각해보자. 한 개인이 그토록 ‘그 자체로’ 아름답고 의미 있는 삶을 포기하겠다고 결심하기까지, 공동체는 아니 한국사회는 그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 삶의 의미에 대한, 살아야 하는 이유나 비전을 제시한 적이 있는가. 삶에 대한 그 수많은 이타주의의 메시지들이 단 한 번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인가. 아니면 그저 아름다운 ‘메시지’ 일뿐이었던 것인가. 스스로의 판단하에 생존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무슨 권리와 이유로 살아남아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인가. 이들을 존엄하게 인정해주고 보내주는 것이 더 인간적이지 않은가.  

 

모르겠다. 너무 무겁다.

비도 오고 갑자기 든 생각에 너무 빠져든 거 같다. 이 정도에서 줄여야겠다.


한줄요약:

누가 죽고 싶다면 그냥 죽게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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