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답은 없다면 답을 찾는 법을 배워야 한다.
자기 객관화를 좋아하는 ㅆ선비, ㄲ시민 중에 한 명으로, 페북에서는 언론사나 논객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팔로우/좋아요 하는 편이다. 그래서 어떤 인물이나 사건이 이슈가 되면 좌우측에서 하는 이야기들을 다 들어볼 수 있다. 똑같은 사안을 두고 서로의 논리와 감정을 쏟아내는 걸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재밌지만, 가끔 내 정체성에도 혼란이 올 때가 있어 웬만하여서는 이렇게 하는 걸 누구에게 추천하지는 않는다.
며칠 전부터 핫 한 이슈는 '개헌'인데, 이걸 놓고 또 정치/경제/역사/법/철학 등을 논하며 기가 막히게들 치고박는다. 아주 꿀잼.
좌우파를 막론하고 페이스북에서 이루어지는 행태는 꽤 일관적인데, 대략 이렇게들 한다.
1. 자기와 같거나 비슷한 진영에서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글을 생산하는 교수/전문가 페북에 댓글로 격렬하게 지지 및 응원.
2. 메이저 언론사(소규모 언론사는 브랜딩/마케팅 상 팬 층이 편향되어 있는 경우가 다수라 제외)에서 격렬한 댓글 전쟁.
3. 1,2의 글을 공유하며 자신만의 코멘트를 추가.
3번의 경우 질문, 지지, 계몽(?) 등 그 의도가 너무 다양하니 논외로 하고, 나는 1,2번 케이스를 좋아한다.
자주 보이는 댓글 종류다. '미국, 일본, 중국, 북한 가서 살아라'가 대표적인데, 다른 나라가 우리보다 잘하는 게 있으면 좋아할 수도 있고, 배울 수도 있는 건데 왜 갑자기 거기 가서 살아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서 살라고 하든, 가서 살든, 한국에 살든 그건 개인의 자유니 나는 별 관심이 없다. 다만 그런 언행이 오가는 걸 보면 당장 이 나라가 반으로 쪼개져도 이상할 게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다른 나라 사람들 같기도 하고...
경제제도, 정치제도, 사회제도 이러한 것들 자체에는 선악이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인간은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고, 각 공동체는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스스로의 방식을 거쳐 합의한 이념과 가치관에 따라 법과 제도를 선택한다. 이때 선택의 기준이 되는 그 가치관을 공동체의 핵심가치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프랑스의 '자유, 평등, 박애' 영국은 '권리장전' 같은 그런 거? 그리고 그런 핵심가치는 웬만하여서는 못 깐다.
그럼 우리나라의 핵심가치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팩트는 찾아보면 어딘가엔 나오겠지만, 그것에 대한 의견은 수 없이 많다.
앞서 말했듯, 공동체의 핵심가치는 공동체의 구성원이 합의하여 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게 하루아침에 정해지는 건 아니고, 정하기 위해서 서로 의견을 듣고 조율하고 합의해가는 지루한 과정을 지속적으로 가져야 한다. 우리가 토론이라고 부르는 그것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보기술과, 정치, 사회제도의 발달로 우리는 토론을 조금 더 쉽게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예로 든 영,프의 경우 합의점 도출을 위해 여러 왕을 포함한 수많은 사람이 죽고 다쳤다.(미국, 중국, 일본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우리는 인터넷과 스마트폰만 있으면 거의 모든 공개된 정보를 볼 수 있고, 공동체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얼마든지 주장하고 토론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얼마나 자주 토론하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 토론(대화)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나만 그런 것일 수도 있음). 지금까지 힘겹게 지켜온 내 삶의 가치관이 부정당할까 봐 두렵기도 하고, 돈 안 되는 얘기에 시간 낭비하기도 싫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내 생각에 가장 큰 이유는 하나다.
우리는 토론하는 법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그저 눈치껏, 다른 사람들이 하는 대화방식(대부분의 경우 부모)을 따라 하거나 주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교를 다니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뒤늦게 수정 보완을 거치지만 그조차도 한계가 있다. 그리고 서로 의견이 달라 마찰이 일어나는 경우는 위계에 굴복하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하게 되고, 이런 불편한 상황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그 결과, 앞서 말한 1,2의 현상을 일으킨다.
생각 같은 사람들은 물고 빨고, 생각 다른(틀린?) 사람들은 씹고 뜯고.
내가 주장하는 것은 이렇다. 이제 와서 우리 같은 기성세대들에게 삶의 방식을 바꿔 대화와 토론을 자주 하자!라고 하는 것은 넘나 비현실적이다. 우린 적당히 먹고 살기만도 버겁다.
희망은 아이들이다. 아이들에게 토론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좌파 또는 우파(또는 여러 분류의) 어른들이 자기 마음대로 정하는 답을 외우는 것이 아닌, 자기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은 끊임없이 질문하고, 대답하는 것, 토론을 통해서 가능하다. 애들한테 토론을 가르치자! 그러면 몇십 년 후에는 사람들이 싸우더라도 좀 발전적으로 싸우지 않을까?
그때까지 이 나라가 남아 있다면...
작금의 개헌안을 두고, 역사교과서를 두고 좌편향이네 우편향이네 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똑똑한 논리를 늘어놓아도 그냥 자신의 욕심을 표출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냥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