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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홀든 Aug 17. 2018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

괴테가 했는지 안 했는지 모르겠는 말

괴테는 모든 말을 했다.


돈 없고 기술 없는 놈이 결국 글 쓰는 거 말고 할 수 있는 게 뭐 있을까 그러니 뭐라도 써보자! 했다가,

글 쓰는 게 밥 먹여(줬으면 좋겠지만) 주는 것도 아니고 아무도 안 읽을 글을 뭐하러 써,

라며 이랬다 저랬다 하기를 매일 같이 반복한다.


그러다 우연히 그리고 충동적으로 30일간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글쓰기 1일 차인 오늘도 같은 고민에 빠진다. 먹고살기 위해 바삐 보낸 하루였다. 당연히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 수밖에


돈 안 되는 글쓰기에 내 시간을 쓰기에 난 너무 배가 고파.
차라리 그 시간에 인스타그램을 하지!


점심 먹고 커피 마시며 앉아서 ‘내가 또 한 번 마음먹으면 잘하지’라는 생각을 했던 게 약 9시간 전, 결국 데드라인을 1시간 남겨두고 맥주 한 캔 까놓고 뭐라도 쓰고 있다.


어차피 닥치면 다 하는 거지

라는 생각은 역시 틀림이 없다.

살아온 게 항상 그랬다. 여유를 가지고 뭔가를 얌전히, 편안한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시간이나 기회가 있어도 부득이하게(라고 쓰지만 일부러인 것 같다) 미룬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이 됐을 때 초인적인 반사신경으로 퀄리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결과물을 내놓는다.


근데 그 결과물이 이러저러하다 보니 또 봐줄 만은 해...
그리고 그냥저냥 넘어간다.

솔직한 게으름과 귀찮음, 뒤틀린 자신감과 책임감 사이의 끝없는 줄타기.
그냥 그렇게 살아왔다.


뭐라도 써보려던 오늘, 한 10여 년 전 어디선가 우연히 봤던 괴테의 말이 생각났다.
모든 말을 했다는 괴테가 진짜 저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은 맞는 말 같다.
세상엔 정말 두 가지밖에 없다.
다만, 하고 싶은 일이 뭔지, 해야 하는 일이 뭔지 스스로 깨닫고 정하지 못하면,
그저 시간에 쫓겨 끌려가게 될 뿐이지.


그러다 언젠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 거야.


‘엇? 죽을 때가 됐네? 밀린 거 빨리 해야겠다’

하고 죽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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