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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in Park Jul 29. 2020

남겨진 자들의 세계 <반도>

영화 <부산행>에서는 한국적 좀비를 만들기 위해 안무가를 동원하여서 <본 브레이크 댄스>라는 장르를 도입해서 동작을 만들었다.  <월드워 Z>처럼 떼로 쏟아지며 스피드를 내었고 몸을 잘 쓰는 배우들을 화면에 잘 잡히는 공격적인 좀비로 내세우고 고난도 액션이 필요한 장면에서는 비보이와 연극을 전공하는 배우를 배치하였다. 이렇게 공들여져 만든 좀비물은 B급 정서물임에도 천만 관객을 불러 모았고 <킹덤>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지며 K-좀비란 이름을 얻게 된다. <부산행> 4년 이후를 그린 <반도>는 어두워지면 보지 못하며 폐허가 된 땅에서 노후화되고 지저분한 좀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다분히 좀비의 행동이 예측 가능하고 살아 남기 위한 인간의 행동들은 더 야만스럽고 위협적이다. 반도에 고립되어 살게 된 인간에게 좀비는 불편한 배경이 되어 공존하고 있다. 좀비는 삶과 죽음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존재이다.  영화 <반도>에서 좀비란 존재는 장르적 매력을 크게 발휘하지 못한다. 현란한 카체이싱으로 좀비는 차에 치여 나가떨어지거나 대결의 구도에서 커다란 긴장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였다.  K-좀비의 특징이 무엇일까? 무엇에 열광했을까? 다시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표방한 <반도>는 디테일은 잘 살린 반면에 설명을 많이 생략했던 것이 개연성을 부여하지 못한다. 반도로 돌아온 정석 (강동원) 일행이 가는 길은 자동차 운행이 가능하다. 좀비로 아비규환이 된 세상에서 631 부대가 인명을 구하기 위해서 길을 정돈한 것으로 설정하였다. 결말로 향할수록 광기를 보여주던 서 대위 (구교환)의 631 부대 내에서의 모습은 의외이다. 작전권을 쥔 황 중사(김민재)가 식료품 권한을 쥔 서 대위에게  왜 비굴하게 구는지 충분히 그 지위를 빼앗을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졌는데 의아했다. <반도>는  다른 영화들이 떠 오르는 장면들이 제법 있다. 실사로 찍은 그 영화들과는 달리 CG에 의존한 장면들의 연속이어서 오히려 사실감과 긴박감을 떨어뜨렸고 더 비교가 되지 않았나 싶다.  



<부산행>에서 공유의 플래시백을 두고 상업화의 영향이란 말을 듣자 연상호 감독은 "상업적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 사회에 대한 희망을 드러내려 가족애를 강조했다. 그동안의 필모그래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라고 말을 했다. 이번에도 필모그래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악마처럼 사악 해지는 인간들에게서 조금이라도 인간성을 내세우며 도덕을 찾고자 하는 정석(강동원)과 민정(이정현) 가족의 모습을 그려내는데 고질적인 요소인 신파를 내세웠다. 꼭 그 신파가 나쁜 것이라고 할 순 없지만 강약과 길이 조절에는 실패하였다. ‘어디 한번 내가 울게 해 줄게’ 하는 듯 장황하게 울리는 음악이 인물의 감정보다 억지로 심장을 쥐어짜듯 나가며 극의 균형을 무너뜨렸다.


<부산행>은 프리퀄 <서울역>의 마케팅 비용이 필요해서 시작한 영화였음에도 크게 성공을 하며 연상호란 이름을 대중에게  알리게 되었다. <서울역> 혜선 역의  목소리를 연기한 심은경이 <부산행>의 열차 최초 바이러스 감염자로 등장하는데  <반도>는 커다란 연결 고리가 배경 외에는 없다는 점도 아쉬웠다. 연상호 감독은 물질만능주의, 학벌 지상주의, 사회 안전망 부재 같은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를 지속해서 만들었다. 비록 적은 관객 스코어였지만  B급 코미디에 사회적 이슈를 담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자신의 마이너함을 장기처럼 쓸 줄 아는 감독인데 이번에는 액션 블록버스터란 타이틀을 달고서 개성을 잃은 듯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노인, 어린아이 등 사회적 약자로 구성된 민정 가족이 야만이 넘치는 반도의 다양한 인간 군상에서 가장 인간적이며 누군가에게 도움을 쉽게 구하거나 민폐를 끼치는 캐릭터가 아닌 스스로 역경을 이겨내며 반도를 탈출하는 인물로 그려진 점은 칭찬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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