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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in Park May 14. 2021

난 널 반드시 구할거야,영화<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테일러 쉐리던 감독의 신작 영화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은 살아남기가 목적인 스릴러의 정석을 따라간다. 결말을 예측 가능하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인물의 심리에 포커스를 두고 이야기를 풀어감으로 극의 밀도를 높인다.


2014년 마이클 코리타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하면서 원작자인 코리타가 시나리오 각색에 합류했다. 각색된 영화는 테일러 쉐리던 감독의 전작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는 테일러 쉐리던이 그동안 구축해 온 세계관을 다시금 떠오르게 하는 부분은  곳곳에 포진되어 있다. 테일러 쉐리던 감독의 전작인 영화 <시카리오:암살자의 도시> <로스트 인 더스트> <윈드 리버> 배경은 변방을 배경으로 정착민이 살던 곳에 이주민이 들어와서 벌어지는 폭력적인 범죄를 다룬다. 그리고 자식을 지키지 못한 아버지가 등장하여 복수를 한다.


<사진 제공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영화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에서 코너의 아버지 (제이크 웨버)는 살아남기 위해서 코너 (핀 리틀)와 함께 필사적으로 도망을 친다. 플로리다에서 생존 캠프가 있는 몬태나 주의 처남 (존 번탈)에게로 간다. 오엔의 "루이스"와 "클라크"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있다고 아버지는 아들 코너에게 말을 한다. 이 두 탐험가의 발자취는 곧 아메리카의 원주민 학살로 점철된 피의 역사를 말한다. 재연된 학살의 통로는 역사적 반성의 의미를 담아낸다. 쫓는 킬러들에 의해 죽어가는 아빠는 아들에게 나가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찾으라 하고 거대한 범죄의 증거를 건넨다. 피가 묻은 채로 몬태나의 광활한 자연 속에 혼자가 된 코너는 공수 소방대원 한나 (안젤리나 졸리)를 만나게 된다. 몬태나의 자연 공간은 캐릭터화 되어서 인물과 상호작용을 하기도 하고 다른 의미를 끌어낸다. 강인한 자연의 힘이자 자연 자체를 통한 결투를 벌이게 한다. 도시에서 손쉽게 살인을 저질렀던 킬러들은 자연의 힘 앞에서  “난 이곳이 정말 싫어”라며 얼른 벗어나고 싶어 한다.


한나는 자신이 바람의 방향을 잘못 예측하는 실수로 거대한 화마 앞에서 아이들을 구하지 못한 트라우마를 갖고 산림 감시탑의 임무를 맡게 된다. 한나의 트라우마는 회상에 의해 펼쳐진다. 아버지를 잃은 코너는 두 명의 킬러에게 쫓기며 생에 대해 무력한 소년이다. 이 둘의 깊은 상처는 불안과 긴장을 쌓게 되는 서스펜스로 작용한다.





<사진 제공 -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또 하나의 긴장감을 쌓는 것은 서로 반대되는 것들의 충돌에 의한 콘트라스트 (contrast)이다. 극과 극을 꽝하고 부딪혔을 때 일어나는 스파크와 같은 원리이다. 기존의 강한 여전사 이미지가 강한 안젤리나 졸리가 트라우마를 가진 소방관으로 등장하며 눈물을 보이며 주저하며 머뭇거린다. 이 부분에서는 안젤리나 졸리의 액션과 강인함을 기대한 관객에게 실망감을 주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소년을 지키겠다는 결심이 그녀를 강하게 한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전진할 수 있는 능력인 용기를 제대로 보여준 인물은 임산부 앨리슨(메디나 생고르)이다. 소년 같고 착한 기존의 이미지 대신 첫 악역에 도전했던 킬러 패트릭 역의 니콜라스 홀트 역시 이런 충돌에 의한 콘트라스트를 만들기도 했다. 기존의 고정된 이미지가 아닌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시도는 때론 신선한 긴장감을 준다. 공격과 수비처럼 제로섬 게임이라 하는 추격전은 삶과 죽음에서 팽팽하게 충돌한다. 하지만 가장 큰 스파크는 도망가는 자와 쫓는 자의 구도 속에서 포효하는 불길의 자연의 위용과 인간의 존재가 아닌가 싶다.


테일러 쉐리던 감독과 작품을 같이 했던 익숙한 배우들의 적절한 배역 활용과 더불어 사막에 나무를 심어 5일간 동안 직접 불을 놓아 현실감 있는 화재 현장을 만든 것도 화젯거리이다. 영화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은 소년 코너가 두려움을 극복하고 한나가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죽기를 바라는 사람들에 대항함으로 믿음과 정의에 대한 힘을 보여준다. 비리와 폭력으로 가득한 세상에 정의를 말하고자 하는 한 소년을 지키기 위한 온전한 힘의 방향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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