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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in Park May 27. 2021

혼자의 외로움과 익숙함,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

진아(공승연)가 집과 회사를 오고 가는 일상은 굉장히 건조하다. SNS의 발달로 요즘 혼자의 삶은  "혼자서 이미 군중"이라 이야기하지만 진아는 많이 다른 것 같다. 옆집의 남자(김모범)가 아파트 복도에서 담배를 피우며 말을 걸어도 귀에는 이어폰을 꽂은 채 무관심하다. 더구나 심한 부패 냄새의 정체를 알고서도 크게 수선스럽거나  혼란스러워하지도 않는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만큼만 해 내는 진아에게 신입 사원 수진 (정다은)의 1:1 교육은 귀찮고 하기 싫은 일이다. 팀장 (김해나)에게  하기 싫은 일임을 강하게 어필하지만 결국 수진의 사수가 된다.



<사진 제공 - (주)더쿱>


진아가 하는 행동은 어딘가 도덕 감정이 부족해 보인다. 그렇다고 비도덕적이란 의미는 아니다. 타자 지향의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형성된 복합 감정인 감성이 도덕 감정이다. 각박한 현실과 타자에 대한 상상력과 성찰의 결여로 '공감'이 사라진 세계가 진아의 세계이다. 타인과의 관계 속에 성취하도록 노력하라고 조언하며 타인의 존재가 없다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던 시대가 아니라는 걸 진아는 직장에서 스스로 증명한다. 진아는 매뉴얼에 충실한 콜센터 상담원으로  능력을 인정받는다. 진아는 의사 표현도 명확하고 세상과 사물, 타인에 대한 태도인 준거체제가 확고하다.


진아의 집인 복도식 아파트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공간이었다. 진아 나이와 직업으로 경제적인 것과 라이프 스타일을 틀에 박히게 고정하여 흔히 말하듯 1인 가구면 원룸이나 반지하, 옥탑방으로 규정짓지 않았다. 진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의식주(衣食住)중 주(住)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진아는 극 중 내내 한 아우터만 입었고 늘 쌀국수로 점심을 혼자 해결했다. 직업상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잦고 시야도 넓지 않고 행동반경도 넓지 않은 진아에게 집은 혼자의 삶을 더 견고하게 한다. 하지만 '복도식 아파트=오래된 아파트’라는 인식은 여자 홀로 지내기엔 보안도 안전하지 않아 보이고 공유하는 공간에서 소음과 흡연까지 쾌적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텅 빈 거실, 미니멀한 살림살이, 웃음기 말수 없는 진아는 정말로 외로운 것일까? 아니면 외로움에 익숙한 것일까?



<사진 제공 - (주) 더쿱>



엄마의 죽음에 대한 애도의 부재로 진아는 마음의 도피나 방어 심리를 더 높게 쌓고 아버지 (박정학)에 대한 불편한 심기는 커졌다. 사회 초년생이라 모든 게 서툴고 열정적으로 적응하며 진아에게 다가서는 수진과 진아를 "옆집"이라 부르며 전에 살던 사람의 제사를 지내주는 성훈 (서현우)과 서툰 관계 속에서 어둡고 외로운 공간 속의 진아는 변화한다. 스스로 변화하는지도 모르게 TV도 끄고 커튼을 걷으며 빛을 본다. 그러면서 아버지에 대한 관계도 재정립한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이혼과도 상관이 있다는 통계가 있다. 혼인건수 감소와 이혼건수의 증가도 1인 가구 급증의 원인이지만 사회 초년생 수진이처럼  20대에 이르면서 부모를 떠나 독립하려는 경향이 과거보다는 더 심해졌다. 시골에 부모를 두고 혼자 수도권으로 혹은 지방의 대도시로 직장이나 공부를 위해 오는 젊은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은 혼자 사는 상황이나 패턴은 사람마다, 또 나이대마다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면서도 사람들 안에 자리 잡은 외로움과 불안의 모습을 세심하게 그리고 있다. 세태를 조명하기 위해 인물을 도구로 쓰지 않은 점도 특징이다. 삶은 스스로 살아가는 것이며, 자신의 생활 방식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것이다. 어떤 이는 그 혼자인 삶에 순응하면서 만족하며 행복해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관계를 맺으면서 연대하면서 행복을 찾을 것이다. 무엇이 옳다 그르다 강조와 비난을 할 수도 없는 문제이다. 살면서 변화는 끊임없이 생길 것이고 변화를 인정하면서 그렇게 그저 견뎌야 하는 것이 인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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