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사이드아웃을 보면 주인공 소녀 라일라가 갑자기 자고 일어나니 달라지는 장면이 나온다.
단순히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라 우리 아이의 사춘기도 그처럼 예고 없이 갑자기 찾아왔다.
늘 고분고분하던 아이가 자기주장이 많아지고 엄마에게 공개하지 않는 비밀이 많아진다. 하지 말라는 행동을 기어이 하면서도 미안함이 아니라 '엄마는 이해 못 해'라는 표정과 눈빛을 보낸다. 가족과 여행을 하는 것보다 친구와 pc방에서 하루 종일 시간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사춘기를 그럭저럭 감내하며 지내다가 요 며칠 분노 게이지가 급 상승하는 일련의 에피소드가 있었다. 아이가 새로운 친구를 사귀게 되며 일상의 평온함이 깨져버렸기 때문이다.
보통은 저녁에 각자 할 일을 하며 조용한 시간을 보내왔는데 갑자기 밤 11시, 12시 넘어서 수시로 전화가 오기 시작한다. 시험을 앞두고는 잘 모르겠다며 전화가 오고, 공부하기 싫다고 전화가 오고, 놀자고 전화가 온다. 그리고 저녁에 외출하지 말라고 해도 결국 뿌리치며 나가는데,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고 통화도 잘 안된다.
지금까지 유지해 온 일상의 틀이 깨지고, 나의 지시가 더 이상 소용이 없다는 생각에 일단은 화가 났고, 화를 내도 소용이 없는 상황이 반복되며 무력감과 자괴감으로 이어졌다. 나의 이런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는 내가 다른 엄마와 달리 통제가 심하다며 불만이 많은 것 같다.
"엄마가 자꾸 하지 말라니까 친구들이 놀린단 말이에요. 엄마 때문에 창피해 죽겠어요"
나도 심리학자이고, 배울 만큼 배운 사람인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가늠이 잘 안 되었다. 뭔가 화난 느낌에 이성적인 사고나 판단이 어려워졌다. 무엇보다 부모로서 권위가 사라졌다는 생각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스러웠고, 무엇보다 이 모든 상황이 너무나 억울하면서 괘씸했다.
'내가 지를 어떻게 키웠는데..'
사실 나는 사춘기를 원만하게 넘어가기 위해 아주 오래전부터 준비해 왔다. 육아서적도 열심히 읽었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커리어를 기꺼이 희생했고, 공감적인 엄마가 되고자 감정코칭도 2년 동안 배웠다. 그뿐만 아니라 주말이나 방학마다 여행을 떠나며 새로운 경험도 하고 대화도 많이 나누었다.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하면 무턱대로 화를 내지도 않았고, 생각을 묻고 감정을 공감하려 노력했다.
무엇보다 사춘기 부모의 역할은 공감적이지만 경계와 한계를 명확히 정해주는 것이라 책으로 배웠는데, 실제는 아이가 엄마가 정해 준 경계와 한계를 잘 따르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그간의 노력과 배운 것들이 다 소용이 없어지는 듯한 상황에 부딪치니 당황스럽고, 서운했다가, 쓸쓸했다가, 죄책감이 느껴졌다가, 미안했다가, 애틋했다가를 무한 반복한다. 감정이 가라앉았을 때 아이에게 조심스레 말을 걸어보지만, 쌩하게 반응하는 아이를 마주하면 다시 화가 치밀어 멘털이 흔들린다.
내 행동을 객관화 하기 위해 주변의 의견도 듣고, 화를 다스리려 노력을 이어가던 중, 나 역시 갈등상황 속에서 몹시 비이성적으로 반응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갈등은 일시적이고 흘러간다. 흘러가는 갈등에 나의 모든 것을 실어 버릴 필요는 없다. 정말 하찮은 일로 엄마로서의 자신감을 잃었던 나를 반성하며 연재를 시작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