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부모를 통해 갈등을 배운다

by 김명희

가끔씩 뉴스를 통해 자녀에게 체벌을 가하다가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는 부모들 소식을 접한다. 사실 나 역시 "사랑의 매"를 맞았던 경험이 있기에 최근의 사회적 변화가 크게 체감되고 있다. 이제는 가족 간의 갈등에도 타인에 대한 상처는 용납하지 않는 듯 보인다.


그렇다면 "사랑의 매"가 사라진 상황에서 부모들은 자녀를 어떻게 훈육하고 있을까?


아이의 사춘기에 대해 고민할 때 주변의 육아 선배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조언은 "그냥 내버려 둬라", "어긋날 수도 있으니 개입하지 말고 그냥 기다려"였다. 부모가 아무리 설득하고 설명해 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조언을 따르려고 노력을 해보았지만, 아이는 여전히 어리고 배워야 할 것들이 많았다. 물론 이전에 비해서는 많이 성숙하고 생각도 깊어지기는 했지만, 이들이 원하는 것을 모두 허용하기에는 아직은 사리분별을 완전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에게 사춘기가 갑작스럽게 찾아오면 많은 상황들이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무엇보다 아이는 지금까지 익숙하게 보아온 그 아이가 아니기에 예측이 잘 안 된다. 무엇보다 과거의 방식대로 아이를 대하면 아이는 부모와 더 이상 대화가 안 된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닫아버린다. 이에 대해 서운하게 생각하고 화를 내다보면 감정의 골이 생기고 부모와 자식 간의 대화가 단절되는 상황도 발생하게 된다.


아이가 말을 안 듣고 자신의 방식대로 행동하고 살아가려고 할 때, 많은 부모들은 화를 내고 서운해한다. 아무리 반복해서 이야기를 해도 듣지 않으면 뚜껑이 열리며 하지 말아야 할 말이나 행동까지도 하게 된다. 부모가 이성을 잃고 화를 내기 시작하면, 아이는 극도의 불안을 느끼며 도망을 가게 된다. 문을 잠그고 나오지 않거나, 집에 늦게 오거나, 심한 경우 가출을 하기도 한다.


아무리 화가 나도 화를 분출하지 말자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올 때 많은 부모들은 자식이 얼마나 버릇없고 잘못했는지를 알려주고 상황을 바로잡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안타깝게도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왔을 때 부모의 뇌는 더 이상 이성적인 생각이나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편도체 하이제킹이 일어나면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통로가 차단이 되며 Fight-Flight, Freeze 모드로 넘어가는데, 부모가 자식에 대해 상대적으로 파워가 있다는 생각을 가진 경우 공격행동을 하게 된다. 무엇보다 우리의 감정은 표출되려는 성향을 가지기에 감정의 고삐가 풀리면 비상식적으로 감정을 표출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 뇌에는 거울뉴런이 있어서 상대의 행동만 봐도 마치 본인이 한 것처럼 뇌의 영역이 활성화된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후회할 말을 쏟아내는 부모를 보며 아이는 상처를 입을 것이고, 실망을 할 것이고, 갈등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인지를 배운다. 부모가 이성을 잃으면 그것을 보는 자식도 이성을 잃는다. 서로 비이성적인 대화를 주고받다 보면 서로 상처를 주고받으며 관계가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화가 난다면 밖으로 나가던, 운동을 하던, 아이에게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면 무엇이던 하자. 화가 바로 수그러들지 않으면 감정이 가라앉을 때까지 그냥 기다려라. 마치 흙탕물을 가만 두면 흙이 가라앉으며 맑은 물이 보이 듯, 혼란스러운 감정이 가라앚은 후 상황이 명확히 보이기 시작한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고, 무엇에 대해 갈등하고 있고, 나는 무엇을 원하고, 아이는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보면 생각이 맑아지기 시작한다.


아이의 입장도 고려하자


아이에게 화가 나는 경우는 대부분 상황을 나의 입장에서 해석했기 때문이다. 아이의 행동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아이의 행동에 대한 나의 해석이 갈등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내가 친구보다 덜 중요한 거야?'

'내가 그렇게 가르쳤어?'

'지금 나를 무시하는 거야?'

'엄마 말이 그렇게 우스워?"


아이와 대화를 하다 보면 아이가 엄마를 무시해서 그런 행동을 한 경우는 거의 없다. 친구와 놀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거나,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가 되는 것이 싫어서 아이들의 행동을 따라 했다거나, 허락해주지 않을 것 같아 그냥 했다거나, 본인 입장에서는 정말 중요하게 생각되거나 해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이는 아이의 눈에서 세상을 보고, 본인이 가능한 범위에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을 가능성이 높다.


대화를 할 때는 반드시 화가 가라앉은 후 해야 한다. 화가 난 상태에서는 당연히 좋은 말이 나오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옥시토신 분비가 줄어서 공감능력이 떨어진다. 공감적인 태도로 아이의 입장을 들어주려면 반드시 감정이 가라앉은 후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나는 부모이고 친구가 아님을 기억한다.


많은 부모들이 실수하는 경우는 아이와의 트러블을 해결하고자 타협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만일 아이가 다이어트를 한다고 성장기에 밥 먹기를 거부한다면, 한참을 불편한 다툼을 이어가다 결국 포기한다. 이때 부모임을 증명하겠다고 밥을 굶기거나 위협을 가하는 식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아이는 체중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고, 굶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 생각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다. 아이가 그렇게 믿고 있다면 부모가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거나 강요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아이의 욕구를 인정하고 지지하되, 가능한 것과 가능하지 않은 것에 대한 한계는 명확히 지어줘야 한다. 아이가 반발하고 도망치는 것은 부모가 방해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아이의 생각을 충분히 존중하며 지지하되, 지켜야 할 선을 명확히 하고 선을 지키지 않았을 때 어떻게 할지를 합의해야 한다. 이때 갈등 해결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부터 정해야 올바른 가이드라인을 도출할 수 있다. 한계를 두되 한계 안에서는 자유롭게 믿어주어야 함을 의미한다.


또한 갈등 이후 양방이 만족스러운 상태가 되고, 관계가 더 깊어지고, 부모로서의 권위가 지켜지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갈등으로 인해 누군가의 의견이 묵살되거나 중요한 것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갈등은 건설적으로 해결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아이는 부모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배운다


얼마 전 경찰관으로부터 학교폭력을 반복적으로 일으키는 학생들을 보면 부모의 갈등해결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폭력적인 성향을 가졌다기보다는 감정을 적절히 표출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거나 갈등 상황에서 부모로부터 적절하지 못한 대우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갈등 상황에서 화를 참고, 아이의 입장을 배려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아이들이 부모와의 갈등을 통해 갈등에 대응하는 법을 배우기 때문이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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