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를 내는 것은 훈육이 아니다

by 김명희

오은영 박사의 <금쪽같은 내 새끼>에 나오는 촬영 영상을 보면 아이가 부모의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화를 내며 상처 주는 말을 하다가 급기야는 밀치고 머리를 손으로 때리거나 발로 차기까지 하는 장면이 나오곤 한다. 때로는 아이가 엄마를 때리기도 하고,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같이 치고받고 물리적인 폭력을 주고받기도 한다.


정말 아이가 잘못한 상황이라면 두고두고 화가 나야 할 텐데, 녹화된 영상을 보는 부모들의 표정을 보면 화가 난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은 자식에 대한 미안함, 후회, 부끄러움이 가득하다. 당시에는 너무 화가 나서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감정이 가라앉은 상태에서 바라본 본인의 모습이 과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감정에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사람의 감정은 모두 의미가 있다. 화가 나는 감정은 지키고 싶은 중요한 것이 위협받을 때 느껴지는 감정이다. 엄마가 자녀에게 화가 날 때는 그간 쏟아부은 사랑, 노력, 헌신이 수포로 돌아갈까 두려운 마음이 들 때이고, 아이가 엄마에게 화가 나는 것은 자신이 지키고 싶은 것들(자존감, 자유, 사랑, 생각, 원하는 것 등)을 침해받는다는 생각이 들 때다.


그런데 이러한 감정들은 어떤 형태로든 모습을 드러내려는 성향을 보인다. 새초롬해지거나 말을 안 하는 것부터 물건을 던지고 소리를 지르기까지 화가 났다는 것을 드러내려는 내면의 충동의 영향을 받는다.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는 것은 어쩌면 감정의 솔직한 표현이자 원초적이고 본능에 충실한 반응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화가 나는 이유는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지키고 싶은 마음 때문이지만, 화를 지나치게 표출하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오히려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이가 바르게 자라서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잔소리와 하소연을 끊임없이 하고,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매섭게 체벌을 했다고 하자. 자녀가 부모의 사랑을 느끼고 더 열심히 살고자 하는 동기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욕심에 희생된다는 생각으로 오히려 탈선을 생각하게 된다.


화를 표출하지 말고 표현하라


아이에게 화를 표현할 때는 화를 내는 목적이 무엇인지 명확히 인식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는 방향으로 화를 표현해야 하는 이유다. 이때 화를 표현하는 것과 표출하는 것의 차이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화를 표출한다는 것은 화산이 불출하듯 화가 폭발하거나 흘러나오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화산이 폭발하면 그 피해를 예상할 수 없듯, 화가 폭발하면 수습이 어려워진다. 감정이 표출되어 수습이 안 되는 상황에서 부모의 뇌는 동물적 반응만이 가능한 편도체 하이제킹 상태가 된다. 편도체 하이제킹이 일어나 이성적인 사고를 하기 전에 동물적인 반응이 먼저 나오기 때문에 후회하는 말과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동물의 뇌를 가지고 자녀에게 훈육을 해봤자 투쟁만이 가능할 뿐이다. 자녀에게 투쟁을 하면 자녀 역시 생존 본능일 발현되어 같이 싸우려 하거나 문을 광 닫고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결과가 초래된다.


이에 비해 화를 표현한다는 것은 내가 지금 무엇 때문에 화가 나는지를 알려 주는데 목적이 있다. 아마도 모든 부모들이 화가 날 때 의도 자체는 무엇 때문에 화가 나는지 알려주는 것이 목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이 의도를 상대가 정확히 이해하도록 잘 전달하는 것이 듯, 지금 감정이 어떠하고, 무엇 때문이고, 아이가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는지를 설명하는 편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출처: 금쪽같은 내새끼 중>


감정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리자


세상에 자식 상처받으라고 화를 내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더라도 상처를 준 것이다. 필자의 아이가 8살 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엄마 상처 준 사람은 모르지만, 상처받은 사람은 알아요"


상처를 받은 사람은 본인이 상처받았다는 사실을 잘 안다.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에 상처를 준다면 부모에게도 안타까운 일이다. 화가 많이 난다면 화가 가라앉을 때까지 자녀와 직접적인 접촉을 피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금 당장 멈추어야 할 것 같더라도 일단은 참고 흥분을 가라앉히자.


그리고 이성적 사고를 할 수 있을 때 자녀에게 필요한 훈육을 해도 늦지 않는다. 아니 자녀의 마음을 돌리는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일 수 있겠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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