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함을 혁신으로 이끄는 리더의 필수 역량
어느 화요일 오전, 한 스타트업 회의실에서 벌어진 일이다. 최팀장은 신중하게 준비한 피드백을 신입 개발자 홍차장에게 건넸다. "코드 리뷰를 보니 이 부분은 이렇게 접근하는 게 더 효율적일 것 같아요." 최팀장 입장에서는 좋은 의도로 한 말이지만 순간 홍차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홍차장 입장에서는 3개월간 밤을 새워 완성한 프로젝트였고, 그간 최팀장은 아무 도움도 주지 않고 뒷짐만 지고 있다가 이제 와서 코드를 바꾸라니 당황스러웠기 때문이다. 홍차장은 알겠다고 답하고 자리로 돌아갔지만, 그날 이후 두 사람 사이엔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겼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매일 직면하는 갈등의 실체다. 갈등이란 두 사람 이상이 생각, 이해, 기대, 가치 등의 차이로 불일치, 또는 충돌이 일어난 상태를 의미한다. 우리는 흔히 갈등이라고 하면 관계갈등만을 떠올리지만, 갈등은 훨씬 더 다양한 얼굴을 하고 우리 곁에 존재한다. 사람들은 모두 성격도 가치관도 다르기 때문에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하다 보면 갈등은 매 순간 모습을 드러낸다. 오랜 고민과 노력의 결과로 얻은 탁월한 성과가 때로는 동료의 입지를 위태롭게 하여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한 제약회사 연구원은 이렇게 고백했다. "획기적인 신약 아이디어가 떠올라 제안할 때 가장 먼저 든 감정은 기쁨이 아니라 두려움이었습니다. 같은 직급의 선배 연구원들이 회사로부터 성과압박을 받고 있어서 저의 성과를 곱게만 보지는 않을 것 같아서죠"
상사와 부하 직원 간의 방향성 차이도 빈번하다. 내가 생각하는 프로젝트의 방향과 상사가 생각하는 방향이 다를 수 있고, 내가 기대하는 만큼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업무에 몰입하지 않기도 한다.
UCLA의 신경과학자 매튜 리버먼 교수의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 연구에 의하면 사회적 집단에서 거부 당하거나 소외될 때 활성화되는 뇌의 영역은 신체적 고통을 받을 때 활성화되는 영역과 거의 동일하다고 한다. 갈등은 자연스러운 현상인데도, 누군가 자신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거나 다른 생각을 가지면 자연스럽게 위협으로 받아들이게 됨을 의미한다. 뇌의 전전두피질은 위축되고 편도체가 활성화되면서 위험하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특히나 대화하는 방식이 적절치 않거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면 더욱 상처나 위협이 된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있다. 갈등에 적절히 대응하는 방법이나 태도는 변하지 않은 채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들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눈뜨면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형마트가 온라인 플랫폼으로 인해 생존 위기를 겪게 될지, ChatGPT가 대학에서 공부하는 방식이나 조직에서 일하는 방식을 이처럼 바꾸어 놓을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다.
한 글로벌 기업의 리더는 이런 말을 했다. "기술의 급격한 변화와 경쟁의 심화는 성과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어요. 하지만 조직 전체가 힘을 합해 위기에 대처하기에는 구성원들의 응집력이 예전 같지 않아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Z세대 구성원들과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한 팀이 되어 일을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가장 상호작용을 많이 하는 동료 간에 세대간 갈등이 증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35세의 후배가 55세 선배의 직속 상사가 되어 함께 일하는 상황이 드물지 않다.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불편해지는 상황이 일상이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데니얼골먼은 오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정서지능의 개념을 소개하며 성공하는 리더와 그렇지 않은 리더의 가장 큰 차이는 정서 지능이라고 했다. 하지만 앞으로 오는 새로운 시대에는 리더십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은 정서지능이 아니라 '갈등지능'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갈등을 관리하는 능력은 이제 리더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구성원 전체에게 요구되는 역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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