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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희 Feb 04. 2021

감정표현을 허용하는 조직이 건강하고 성과도 좋다

우리 나라 직장인들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외래어 1위가 무엇일까?  


바로 ‘스트레스’다. 직장인 대상으로 주로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를 질문한 조사에서도 50% 이상이 스트레스, 과중한, 좌절감 등 부정적 감정을 언급했고, 가장 느끼고 싶은 감정은 ‘행복’, ‘흥분’, ‘즐거움’ 이라 답했다. 그리고 부정적 감정의 원천으로는 성실하지 않은 동료, 우유부단한 리더, 이해가 어려운 부하직원, 막무가내로 자기 주장만 하는 고객 등 주로 인간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이 주를 이루었다.


이 외에도 업무가 과다하거나, 일-가정 양립이 안되거나, 원치 않는 직무나 부서에 배치되거나, 승진에서 누락되거나, 후배가 상사가 되거나, 일한 만큼 보상을 주지 않거나, 지방으로 발령이 나거나,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 등 직장에서 기분 안좋을 이유는 수도 없이 많다. 그렇기에 미국의 경우 스트레스로 사망하는 인구가 매년 12만명 정도라 하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일을 하는 곳이지 개개인의 감정까지 신경 쓸 수는 없다,” “희로애락을 겉으로 드러내는 사람은 프로페셔널하지 않다,” “일도 바쁜데 공감까지 하라는 것은 지나친 요구다,” “감정이 중요하긴 한데 어떻게 정량화 하고 관리를 하느냐” 등 감정의 가치를 폄하하는 암묵적 규범, 선입견이 만연한 곳이 조직 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서비스업 종사자가 늘어나며 감정을 관리하는 것 자체가 노동이 되는 ‘감정노동’이 새로운 형태의 업무 형태로 대두된 지 오래지만, 자신의 감정을 관리 것 차체는 그들의 문제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조사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직장은 절대 감정과 무관한 곳이 아니며, 직장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가 삶의 질 전반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회사에서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면 결국 사표를 쓰거나, 속이 썩어 문드러진 상태로 회사생활을 하거나, 번 아웃으로 병원에 가게 되거나, 인생이 원래 그런 것이라며 가해자의 길을 선택하기도 한다.  


얼마 전에 한국 최고의 기업을 다니다가 퇴사 후 사업체를 운영하시는 한 대표님을 뵈었는데, 참 인상적인 말씀을 남기셨다.


“나는 내 일을 정말 사랑했고, 누구보다 잘 해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회사에서 행복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퇴사를 결심했습니다.”


감정은 표현해야 한다.

감정을 표현한다는 말을 들으면 화가 난다고 멀리 떨어진 다른 부서까지 들리게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가나 아침부터 썩은 생선을 씹은 듯한 얼굴로 출근하는리더의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은 느끼는 대로 모두 표현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긍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괜찮지만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안된다는 것도 맞지 않다. 보다 정확히는 부정적 감정 뿐만 아니라 긍정적 감정도 모두 표현하되, 적절히 조절이 필요하다.  


모든 감정은 어떠한 정보를 내포하고 있고,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화가 나는 감정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침해되거나 위협을 받을때 올라오는 감정으로, 화를 표현하면 소중한 것을 지키는데 도움이 된다. 두려움은 우리에게 위험하다는 경고를 보내며 조심하게 만들고, 연민은 다른 사람의 고통에 반응하게 하여 친 사회적 행동을 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리더가 표현하는 부정적 감정 표현은 성과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구성원들이 보다 명확히 인식하는데 도움을 주어 결과적으로 성과가 높아졌다고한다. 반면, 리더가 부정적 감정을 표현하지 않거나 너무 지나치게 표현하는 경우에는 성과가 낮아졌다.


많은 사람들이 감정을 조절하고자 감정을 억누르는 방법을 취하는데, 감정은 억누른다고 없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마음 속에 계속 떠돌면서 역기능적으로 표출된다. 예를 들면, 폭식, 음주, 우울, 스마트폰 중독, 도박 등. 다른 예로, 직장에서 잔뜩 스트레스 받은 후 집에 왔는데, 아이가 잠을 자지 않고 계속 놀아달라고 했을 때 아이에게 폭발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원치 않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감정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고, 어떤 감정이 내 안에 흘러 다니고 있는지 인식하고, 개방적이고수용하는 태도를 취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적절한 방식으로 표현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으로 적절한 감정표현 방법이란?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는 하다. 아이들이 슬픔을 느끼며 눈물을 흘릴 때, 충분히 슬퍼하도록 하고 그 슬픔을 공감해주면 자연스럽게 슬픔의 감정이 정리된다. 하지만 직장에서 슬프다고 감정이 해소될 때까지 충분히 울 수는 없지 않는가?


직장에서 부정적인 피드백을 하거나, 불편을 감정을 이야기하는데 도움이 되는 방법은 많이 있다. 개인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방법을 제안 하자면, 나 전달법을 바탕으로 하여 Fact-Feeling-Require 순서로 이야기하는 방법이다.  


즉, 사실을 중립적으로 기술한 후 그에 대한 나의 감정을 이야기하고, 원하는 바를 ‘나 전달법’으로 이야기 하는 것이다. 나 전달법을 강조한 이유는 ‘너’가 들어가는 순간, 상대의 잘못을 지적하는 식으로 흐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프로젝트 마감이 일주일 남았는데, 현재 진행상황을 70%정도라고 보고하셨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회사의 매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건으로, 기한 내에 마치지 못하면 기업에 큰 손해가 끼칠 것임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 회사의 미래가 걱정이 되고, 약속을 지키지 못한 이 팀장에 대한 실망감이 느껴집니다. 이 건을 어떻게 마무리 할지에 오늘 저녁까지 대책을 마련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F-F-R 순서로 말만 했다고 해서 감정이 적절히 표현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표정에서 살기가 느껴지거나, 경멸이 느껴지거나, 혐오, 분노가 드러나는 경우 상대로 하여금 원하는 행동을 하도록 유도할 수가 없다. 진정성이 떨어져 보이거나, 자신 없는 표정을 보이거나, 다른 서류를 검토하면서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의미 전달에 있어서 비언어적요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93% 정도임을 감안했을 때, 상대를 충분히 존중하고 있는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는지, 어떤 감정인지 표정이나 눈빛, 제스쳐도일치시킬 필요가 있다.    


비언어적인 표현을 잘하려면

 

적절한 방식으로 말을 하는 것 자체도 힘든데, 비언어적 표현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니 감정표현 잘하는 사람이 되는 길은 너무 멀고 험난해 보인다. 몇가지 팁을 제안 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진정성 있게 전달한다  

비언어적 표현에서 가장 신경 쓸 부분은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충분히 전달되는 것이다. 당신이 이러한 말을 하는 것은 진심으로 마음이 쓰이기 때문이고, 상대를 충분히 배려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표정과 말의 톤에 유의한다


2) 부정적인 말은 따로 불러서 한다

아무리 배려와 존중을 담아서 이야기 하더라도, 부정적인 내용의 말을 공개적으로 하는 것은 수치심과 분노를 야기할 뿐이다. 칭찬은 공개적으로, 질책은 따로 불러서 하는 것은 기본 매너다. 영향을 객관화 한다


3) 영향을 객관화 한다  

비판을 할 때는 사람이 아니라 행동에 대해 한다. “이 나쁜 놈아”라고 말하기 보다는 “당신은 좋은 사람이지만, 이러한 행동은 당신처럼 책임감 있는 사람에게어울리지 않아”라는 방식으로 상대의 존재가 문제가 아니라 상대의 행동이 잘못되었음을 과장되지 않게 전달한다. 판단과 평가를 내려놓는다


4)  판단과 평가를 내려놓는다

상대가 나쁜 의도를 가지고 고의로 어떤 행동을 했을 것이라 가정하지 않는다. 자신도 모르게, 또는 내가 오해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가정하고 접근한다. 부드럽게 말한다


5) 상대의 입장을 합리화 한다  

상대가 특별한 경우라 그러한 행동을 한 것이 아니라, 그런 상황이라면 누구나 그럴 수 있다고 말해줄 때 비판에 대한 거부감이 가장 효과적으로 감소한다. 그럴 수 있다는 점,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는 점을 잘 전달할 필요가 있다.  


6) 부드럽게 말한다  

나쁜 방향으로 진행되거나 격하게 변하는 대화는 누구의 잘못 이라기 보다는 잘못된 억양이나 어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예의 바르게 말하는 것은 상대가 나의 메시지를 의도대로 받아들이는데 도움이 된다.

 

정서 지능에서 답을 찾다


 사실 감정표현은 A에서 Z 순서로 진행되고, 어떤 표정과 행동을 해야한다고 정해진 것이 아니다. 상황과 사람, 그리고 감정에 적합하게 잘 표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한 것도 능력이라는 측면에서 예일대 심리학과 피터 샐로비(Peter Salovey) 교수와 뉴 햄프셔 대학교 심리학과 존 메이어(John Mayer) 교수는 ‘정서 지능’이라고 칭했다.


정서지능은 자기인식(Self-awareness), 자기관리(Self-regulation), 자기 동기화(Self-motivation), 타인 인식 또는 공감(Empathy), 사회적 기술(Social skill)이라는 5가지 카테고리로 구분되는데, 정서 지능이 높은 사람은 자신이 현재 어떤 상황에 처해있고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명확하게 인식한다. 또한 감정을 느꼈다고 해서 바로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적절하게 조절하는 능력이 있다.  


예를 들어, 승진에 탈락한 선배 앞에서 자신의 승리를 기뻐하고 자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 또한 정서지능이 높은 사람은 자신의 동기를 끌어올려서 열정적으로 최선을 다해 일을 하고,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고 연민을 가진다. 결과적으로 사회적 관계를 원활히 유지함으로서 팀이 생산적으로 기능하는 리더십을 발휘하게 된다.


정서 지능이 높은 리더는 조직원들에게 강력한 동기부여와 영감을 불어넣어 의욕이 고취될 뿐만 아니라, 창의성, 혁신, 조직 헌신, 직업 만족도, 고객서비스 등급, 경영 성과, 성과급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심리적 안전감을 제공하기에 구성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쉽게 제기함으로써 번아웃을 예방할 수도 있다. 반면 리더의 감성 지능이 낮으면 부하 직원들이 불안, 우울, 걱정, 자신감 약화 등을 경험하고, 결국 이직 만을 고민하게 된다.


다행히 정서 지능은 타고난 것이라기 보다는 후천적으로 개발되는 능력이다. 정서 지능을 개발하는 훈련에 참여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고, 코칭을 통한 행동 피드백을 받으며 정서에 대한 감도를 높이는 방법도 있다. 무엇보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감정 능력을 키우는 방법으로는 삶을 살아가면서 접하는 감정들을 그때그때 자연스럽게 느끼고,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그것들을 적절히 이해하고 해소하는 노력을 지속하는 것이다. 내 감정과 욕구를 잘 다스릴 수 있을 때, 상대도 있는 그대로 보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며 적절한 태도를 취할 수 있다.  




“감성 지능을 가진 사람은 학교 성적이 좋은 사람보다 훨씬 드물지만 내 경험상 실제로 훌륭한 리더를 만드는 건 감성 지능입니다. 절대 무시해선 안 됩니다”

– 잭 웰치, 전 GE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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