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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희 Jan 13. 2021

언텍 시대의 리더십 키워드: 정서적 연결 능력

직장 생활 초년병 때 상사로부터 피드백을 받으며 난처한 듯한 미소를 지은 적이 있다. 당시에는 난처 하거나 부끄러움이 느껴지는 상황에서 어색한 미소를짓는 습관이 있었는데, 갑자기 상사의 얼굴 표정이 바뀌더니 진지해 보이지 않는다며 매섭게 호통을 쳤다. 당시 얼마나 당황하고 무안했던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누군가로부터 피드백을 받을 때면 진지하고 사무적인 표정을 고수하려고 노력한다.  


어떻게 보면 상사가 이렇게 직접적인 피드백을 주는 것이 다행일 수 있다. 과거를 되돌아보면 감정적으로 미숙하게 행동함으로써 중요한 기회를 잃었던 적이한 두 번이 아닌 것 같다. 당시에는 나의 감정표현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상대의 부당함을 탓했으나, 지금의 시점에서 과거를 되돌아보면 미묘한 감정의 기대 불일치가 관계가 틀어지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생각이다.  


모든 회사에서는 각각 감정표현에 대한 규범이 있다. 자유롭게 감정표현이 가능한 조직이 있는가 하면, 감정을 남에게 드러내는 것 자체를 가볍고 프로페셔널하지 못하다고 간주하는 조직도 있다. 특히 한국사회는 조직의 최우선적인 목표는 성과를 내는 것이고, 직장에서는 사적인 감정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는 신념이 통상적으로 자리잡고 있기에 감정적인 부분은 상대적으로 등한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설령 감정의 중요성을 인식하더라도 정서적 문제는 눈에 보이지않고 이해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관리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회사 일은 많은 감정과 얽혀있다
 

감정표현이야 규범이나 조직문화로 제한할 수는 있지만, 한 개인 안에서 요동치는 감정이 어떻게 인력으로 막아지겠는가!


조직에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회사에 가는 사람부터 성공하고자 하는 야망을 실현하고자 기회를 찾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조직은 이러한 사람들이 희망, 자부심, 실망, 좌절, 시기, 분노, 행복 등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며 인생의 대부분을 소모하는 장이기에 아무리 잘 관리한다고 해도 온갖 희노애락과 스트레스가 따를 수 밖에 없다.  


동료간의 친절한 말 한마디, 상사의 인정, 생일날 팀원들끼리 모여서 조촐한 파티 해주기, 야근 후 소주 한잔, 격려와 응원의 말에 활력을 얻기도 하고, 몇일 간작성해서 올린 결재 서류에 수정표시가 가득 있을 때 실망하고, 최선을 다했지만 평가가 안좋거나 나보다 외향적이고 활달한 후배가 상사와의 돈독한 인간관계를 기반으로 먼저 승진할 때 분노, 좌절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 어려운 계약을 수주했거나 힘든 프로젝트를 완성했을 때는 그동안의 고생한 시간을 모두 보상받는 듯한 성취감, 짜릿함, 기쁨을 느끼고, 일을 더 열심히 하겠다는 모티베이션을 얻기도 한다.   


특히 우리의 감정과 기분은 전염성이 있기에 우리가 의식하던 하지 않던 간에 한사람에서 다른 사람으로, 팀 전체에 전달되어 서로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늘 불평만 하는 사람 옆에 있으면 같이 기분이 쳐지고 에너지가 내려가는 기분이 들고, 열정이 넘치는 사람 옆에 있으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고 힘이 난다. 누군가 평가에서 최하 등급을 받아 의기 소침해 있으면 상대적으로 기분이 좋아지거나, 고소한 기분이 든다거나, 같이 우울해지기도 한다. 권위적이고 구성원에 대한 비하나 공개적인 비판을 서슴지 않는 팀장이 이끄는 팀은 공포와 두려움이 가득 차있고, 최대한 상사의 눈에 띄지 않으려 하고 수동적, 방어적으로 업무를 수행한다.  


담당하는 직무에 따라서는 감정을 억누르거나 조절해야 하는 일이 더 많은 경우가 있는데, 감정노동이라 불린다. 늘 연출된 감정을 표현하며 살아갈 수밖에없는 경우, 실제 감정과 보여주는 감정 간의 격차가 커질수록 감정적 부조화는 심화되고, 이로 인한 번 아웃, 거짓 자아, 자기 소외, 존중감 상실 등이 야기될가능성이 높아진다.


직장에서의 감정은 직장에서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가정에까지 이어지는 스필오버(Spill-over) 현상이 종종 보고되고 있다. 2014년 잡코리아에서 한국인직장인 572명을 대상으로 직장을 옮기는 것이 최선인 경우에 대해 질문했을 때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지나쳐 퇴근 후 가족들에게 화풀이를 하는 경우’가38.9%로 가장 많았다. 한국인 직장인의 웰빙지수가 매년 비교 국가 중 최하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감정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리더들은 아직까지도 많지 않다.  


언텍으로 인한 직장 스트레스에서의 해방, 그 이후


코로나 19 팬데믹이라는 유래 없는 사태로 인해 재택근무가 역사상 최대 규모로 실험에 돌입했다. 재택근무 초기에 사람들이 가장 자주 언급하는 단어는 ‘외로움’이었고, 코로나 이전의 일상을 그리워하며 연결감의 부족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그런데 2020년 3월에 미국에 거주하는 화이트 컬러 직장인 600명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 대부분 전면적 재택근무 도입 이후 생산성과창의성의 저하가 없는 것으로 인식했다. 물론 도입 초기에는 직무만족도와 업무 몰입도가 급격히 감소했지만, 2개월이 지난 시점부터는 직원들의 스트레스, 부정적인 감정, 업무 관련 갈등이 오히려 10% 이상 꾸준히 감소했다고 한다. 이외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늘고, 회의 시간이 줄고,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늘었다는 긍정적 결과가 보고되었고, 출퇴근이 더 이상 그립지 않다는 코멘트도 제시되었다. 재택근무로 인해 조직문화가 주는 긴장감과 직장내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에서 해방되고, 직장에서 쓰고 있던 페르소나를 벗고 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와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재택근무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간 전면 도입이 어려웠던 이유는 일을 하는 과정을 보여주지 못하기에 결과에 의해 평가받는다는 부담감, 승진을 포함한 직장에서의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공식적, 비공식적 인간관계에서 배제되는 위험, 재택 근무자와 그렇지 않는 사람 간의 차별, 기회 불균등 문제 등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부서간 협업 기회 감소, 예상치 못한 아이디어나 기회의 원천이 될 수 있는 직장 내 느슨한 연대 형성 기회의 감소 역시 피할 수 없는 부작용이라 할 수 있다. 원격근무를 통해 직원들 간의 잡담을 나누는 경향도 줄어들었는데, 스탠퍼드대의 마이클 모리스, 노스웨스턴대의 재니스 내들러, 테리 커츠버그, 리 톰슨은 잡담의 감소가 직원간의 신뢰도 감소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침을 증명했다. 이에 전 애플 CEO 스티브잡스의 경우 평소 업무적으로 마주칠 일이없는 사람들이 우연히 만나 이야기하면서 촉발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의 기회를 중요시 했고, 이를 위한 물리적 공간의 조성에도 신경을 썼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들은 이미 언텍의 장점을 경험했고 새로운 환경에 상당히 적응한 상태이다. 팬데믹이 끝난 이후에도 원격근무를 위해 사용되었던 기술과 시스템을 상당부분 보존하고, 과거로 완벽히 회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동시에 팬데믹 이후에도 재택근무 형태가 유지된다면, 지금처럼 전면적으로 도입되는 경우에만 성공적으로 기능할 것이라는 우려와 향후 언텍의 장단점을 어떻게 조율하고 보완해 나갈 것인가의 고민이 남아있다. 무엇보다 이메일, 문자, 줌 미팅 등의 간접적인 방식으로 구성원을 관리하는 방식은 리더가 직원들을 직접 보면서 수시로 피드백을 하거나 필요한 지원을 하던 것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 리더를 직접 접촉하면서 얻게 되는 암묵지의 전수, 통찰, 업무 수행에 도움이 되는 중요한 정보 등이 부재한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어떠한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종합해보면 언텍으로 인해 업무적인 측면은 부정적 영향을 받지 않았고, 직장생활 중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현저히 감소하는부수적인 이익도 얻게 되었다. 하지만 사람과의 접촉을 통해 얻게 되는 아이디어나 기회, 유대감, 연결감을 어떻게 대체할지, 리더의 영향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구성원을 어떻게 목표에 몰입하게 하고 동기부여 할 것인지가 과제로 남아있다. 즉 인간적인 측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고, 리더의 정서적 능력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위가 높아질수록 공감 능력 떨어져


지위가 높아질수록 감성 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리더의 감성 능력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되었지만 여전히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고있다. 성과만을 고민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구성원들의 감정경험까지 고려한다는 것은 역량을 벗어난다는 인식이 있고, 권력의 속성 상 공감 능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연구에 따르면 권력 그 자체로 사람의 뇌와 사고방식, 행동 패턴을 바꾸는 영향력을 가진다고 한다. 캐나다 윌프리드로리어대 제레미 호기븐 교수와 토론토대마이클 인츠리트 교수가 2014년에 공동으로 수행한 연구에 의하면 권력을 가지면 타인의 말, 표정, 몸짓을 통해 그 사람과 같은 감정을 느끼게 하는 뇌의 거울 뉴런이 잘 활성화되지 않는다고 한다. 거울 뉴런은 이미지를 통해 타인의 마음을 마치 내가 경험 하듯 내적으로 시뮬레이션 하며 이해하는 공감을 가능하게 해주는 뇌세포다. 실험 참가자들은 남에게 지시를 내렸던 경험을 글로 쓰는 것 만으로도 다른 사람의 입장을 헤아리는 거울 뉴런이 거의 작동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버클리대 다커 켈트너 교수는 사람들이 권력에 취하면 타인과 동료를 괴롭히며 모욕을 더 준다는 사실을 연구를 통해 증명했다. 켈트너 교수는이러한 모습이 눈 바로 뒤편에 위치한 뇌 부분인 안와전두엽이 손상된 환자의 행동방식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유명한 스탠포드의 짐바르도 교수가 실시한‘죄수와 간수’ 실험에서도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들을 무작위 방식으로 죄수와 간수로 구분했음에도 불구하고 간수 역할을 담당한 사람들은 죄수 역할을 부여받은 실험 참가자를 고통스럽게 고문했다.  


아일랜드의 트리트니컬리지 심리학과 이안 로버트슨 교수는 권력이 뇌와 호르몬을 모두 변화시키는 것을 밝혀냈는데, 그의 연구에 의하면 권력이 주어지면 남녀 모두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증가했다. 테스토스테론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면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두려움을 잘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또한 권력은 목표와 보상을 떠올리는데 쓰이는 좌뇌 전두엽을 활성화시키고, 시각적인 요소와 위험을 판단하는 우뇌 전두엽을 둔화 시키는데, 우뇌 전두엽은 자기인식(Self-awareness)에 관여하기 때문에 권력을 가진 사람의 자기 성찰을 어렵게 한다고 한다.


이러한 권력의 속성으로 인해 조직에서 리더들은 종종 자신의 입장 외에 다른 사람의 입장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심한 경우 권력자는 다른 사람들을 자신과 같은 인격체가 아니라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 대상, 사물로 바라보기도 한다. 그렇기에 법적, 제도적인 감시나 통제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상사에 의한 갑질, 성희롱, 착취, 괴롭힘 등이 만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은 펜데믹 이전에 구성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리더들은 언텍 환경에서도 성공적인 리더십을 발휘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언텍으로 인해 구성원에 대한 영향력이 크게 감소했다는 점이다.  


펜데믹 이후 리더십 키워드: 감성 능력

조직의 성과는 전 직원이 즐겁게 일을 하고, 공동의 목표에 헌신하고, 최고의 성과를 내고자하는 동기부여가 되어 있는지에 달려있다. 리더의 역할은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고, 열심히 일한 직원과 그렇지 않은 직원을 구분하여 인정과 피드백을 해주며, 비전을 제시하고, 도전과새로운 아이디어를 촉진하며, 팀원 간의 협업을 촉진하여 시너지를 내는데 있다.


과거와 달리 전 직원이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지 않고, 복도에서 우연히 만나거나 식사 시간을 통해 말을 섞을 기회가 없어지는 환경 하에서 직원들에게명확성을 더 제공하고, 모호성을 제거하기 위해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릴 수밖에 없다. 또한 과거에는 불필요한 것으로 간주되었지만 이제는“당신이 무엇을 하고 있고, 왜 하고 있고, 성공이란 무엇인가를 조직 구성원이 정확히 따라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멈추지 않고 반복하는 수고 또한 필요하다. 실제로 원격 근무 이후에 회의나 소통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소모되고 있음이 여러 기업에서 보고되고 있다.  


향후 부분적으로 재택근무를 하게 되는 직원들이 회사에 출근하는 직원에 비해 소외되거나 차별 받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구성원 간의 거리감을 줄이기 위한 진정성 있는 소통의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이러한 세심한 배려와 관리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언어적, 비언어적 단서를 통해 자신과 구성원의 감정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목표 달성과 문제 해결을 위해 감정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며, 상황에 맞게 자신과 구성원들의 감정을 잘 관리하는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리더가 권력을 가지면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것과 별개로 특히 정서적인 부분에 둔감한 경우도있다.


스텐퍼드대 로버스 서튼 교수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이렇게 감정에 둔감하거나 구성원에게 못되게 구는 리더는 팀 성과를 30% 떨어뜨린다고 한다. 다행이 감성 능력은 성격이 아니라 ‘능력’이기에 얼마든지 노력이나 훈련을 통해 개발될 수 있기에 이를 받아들이고 개발하려는 의지가 더 중요하겠다. 가장 좋은 방법은 리더를 선발할 때 감정지능을 고려하는 것이지만, 이미 뛰어난 역량을 인정받아 리더 포지션에 있는 사람이라면 훈련 기회를 줄 수도 있겠다. 또한1년에 한번씩 연례 행사처럼 직원들의 만족도, 웰빙, 스트레스 등에 대한 조사를 하는게 아니라 소셜 미디어 분석, 참여 관찰, 빅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첨단기술을 활용하여 파악하려는 조직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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