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이나 가정에서 상대가 특별히 나에게 잘못한 것이 없는데 왠지 사랑받지 못하거나 이해받지 못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서로 안봐도 되는 사이라면 성격이나 궁합이 안맞는 것 같다고 포기해버릴 수도 있지만, 가족이나 직장 상사, 동료, 부하의 관계로 만나 매일 얼굴을 마주해야 한다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실 이런 비슷한 일이 우리 집에서도 일어났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누구나 크지만 큰아이는 아버지를 더 선호하고, 둘째 아이는 엄마를 더 선호한다. 서운한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아도 특별히 없다고 한다.
처음에는 성격적인 차이에 대해 고민해보았지만, 최근 서로가 기대하는 신뢰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보다 더 순할 수 없다고 생각되는 둘째 아이가 자신의 말을 있는 그대로 믿어주지 않는 아버지의 태도에 소통을 아예 단절해버리는 것을 보며 '나랑 비슷하네'라는 생각을 하며 얻게 된 깨달음이다.
아리조나 주립대와 조지아대의 연구진이 비슷한 질문을 던지며 수행한 공동연구가 있다.
연구의 주요 결과는 서로 기대하는 신뢰수준이 비슷할 때 관계 만족도가 더 높다는 것이다. 즉 무한 신뢰는 신뢰에 대한 욕구가 많은 사람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신뢰받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는 스트레스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신뢰를 많이 원하지 않는 사람은 별 기대 없이 내버려 두는 사람이 더 편하고 좋은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신뢰에 대한 기대와 니즈가 모두 높은 관계가 가장 만족도가 높았다. 만일 신뢰 없는 관계는 참을 수 없다면 신뢰를 낮추거나 나홀로 신뢰를 하기 보다는 상대의 신뢰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노력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혹시 지금 관계에 불편함이 있다면 잠시 생각해보자. 마이웨이를 주장하는 자식이나 Z세대 직원에게 신뢰 카드를 들고 호소하지 않았는지, 관심과 인정을 원하는 누군가의 바람을 피곤하다는 이유로 무시해버리지는 않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