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지인의 초대로 MS의 이소연 이사의 강연에 참석했다. 사실 이소연 이사의 <홀로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라는 책은 4년 전 쯤에 이미 읽었고 저자의 강의도 직접 들었기에 갈까말까 고민이 되었지만, 결론은 가길 참 잘했다는 것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도 상대도 변했는지 비슷한 내용이지만 느낌도, 성찰 포인트도 많이 달랐다.
사실 지금 이 글을 쓰는 것은 강연에서 들었던 인상적인 내용을 바로 실천하기 위해서다. 성장 마인드셋에 나름 관심을 가지고 그런 마인드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살기위해 얼마나 고민을 해왔고 얼마나 적극적인 엑션을 취해왔는지 느낀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강연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커뮤니티 리더십에 대한 설명이었다.
MS에서의 핵심 인재는 목표의식이 뚜렷하고 탁월한 성과를 내는 열정맨이 아니라 뭔가 약간 모자란 듯, 자신이 아는 것을 아낌없이 나누는 오지랍퍼라고 한다. 자신이 가진 지식과 경험을 공동체와 함께 성장하도록 열심히 나누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신뢰감을 동반한 의존성을 갖게 되는데, 그러한 과정에서 영향력이 커진다고 한다. 또한 자신이 아는 것을 여러사람과 나누는 과정에서 새로운 지식이나 아이디어가 더해져 메가급 "혁신"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결과가 초래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MS가 생각하는 훌륭한 리더란 커뮤니티 리더십에 능한 사람이라고 한다.
탁월한 성과를 내며 승승장구하던 시기에 나이가 10살이나 어린 레나라는 직원에게 팀장 자리를 뺏긴 일화는 MS의 리더상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처음에는 억울하고 기분이 나빴지만, 상대를 관찰을 해본 결과 레나라는 신임 리더는 다른 사람의 말을 잘 경청했다고 한다. 단순히 듣는 것이 아니라 맥락을 이해하며 듣었고, 팀원 뿐만 아니라 타 부서 사람들의 이야기도 적극적으로 잘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들은 내용을 잘 해석하고 아이디어를 더해서 팀원들과 공유를 했는데, 그 과정에서 신규 프로젝트를 발굴하기도 하고 사람들의 신뢰를 얻어 영향력이 커지더라는 것이다. 현재 레나는 글로벌 리더로 아주 잘 나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극도의 경쟁의 상황으로 몰아칠 때 최고의 성과를 낸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개인적인 퍼포먼스가 중요할 때 명확한 목표의식은 탁월한 성과를 내는데 핵심 역할을 한다. 문제는 이러한 방식이 장기적으로는 정신적인 피폐함과 번아웃을 야기할 수 있고 협업을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또한 부정적인 정서가 가득한 조직에 사람들이 행복을 느낄 수도, 오래 머무를 수도 없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MS에서는 타인의 성과를 알 수가 없고 오로지 자신과의 경쟁만 가능하게 해놓았다고 한다. 경쟁상대가 타인이 아니라 과거의 내가 되어야 하고, 내가 이전에 비해 더 성장했는지, 타인의 성장에는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끊임없이 묻는 상황에서 오히려 정체되어 있기가 어려울 듯 하다. 타인에게 계속 새로운 도움을 주려면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할 것이 아닌가.
매우 고무적이게도 MS가 엘리트주의와 경쟁체계를 벗어나 성장마인드셋 문화로 완전히 변화하는데 6개월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핵심 리더가 바뀌고 평가 항목이 바뀌니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과 생각하는 방식이 금방 변하더라는 것이다. 사람에게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는 순간이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타인의 성장에 기여하도록 하기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HR담당자들의 고민과 번뇌가 있었을 것이고, 그러한 기조를 유지하려는 CEO의 의지도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재미있게도 오징어게임 69번 김윤태 배우님이 남편이라고 한다. 무명 시절이 길었던 배우 남편과 살며 두 아이를 키워내기 위해 열심히 살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들으니 애틋하면서도 지조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외국계 기업에서 임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나름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눈빛이 맑고 선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