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이 빠르게 돌아가는 업무 현장에서 해야 할 일은 늘 많고 기한은 늘 너무 빨리 다가온다. 때로는 작은 실수나 판단의 오류가 기업에막대한 손해를 끼치기도 하고, 조금만 안일해지면 경쟁자에게 금방 뒤쳐지곤 한다. 성과 압박에 놓인 리더가 구성원들을 극한까지 몰아붙이거나 긴장감을 유지하고자 실수에 대해 호되게 질책하는 모습은 그리 보기 드문 풍경은 아니다. 이러한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고 싸우거나 도망치는(fight or flight) 반응을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 있다.
문제는 본인을 포함해 구성원들을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는 방식은 단기적으로 높은 수준의 성과를 짜내는 데 효과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번아웃을 초래한다. 그 결과 생산성과 창의력은 저하된다. 예전에 만난 한 리더가 “30분이면 처리할 일을 3일이 지나도 끝내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며 번아웃이 왔다고 인식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높은 직위를 내려놓으며 이직을 하고 업무적인 압박이 줄어든 후에야 번아웃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한다.
승진, 인센티브, 경쟁 시스템 등의 온화한 형태의 조종 전략 역시 구성원들로 하여금 더 열심히 일하고 높은 성과를 내도록 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게 할 만큼의 동기부여는 하지 못한다. 평소에 좋아하는 일을 하던 사람도 외재적 동기에 기인하면 5분만 집중해도 창의성이 하락한다. 무엇보다 여건 상 회사를 그만둘 수는 없지만 마음은 이미 회사를 떠나 해고 당하지 않을 만큼의 일을 하고 있는, 즉 조용한 퇴사를 실천한 구성원이 고민이라면 당근과 채찍은 더더욱 적절치 않은 동기부여 방법이다.
반면, 구성원들이 자신의 일에 만족하고 행복감을 느낄 때 내적 동기가 높아지고 성과와 창의성이 올라간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긍정적인감정은 인간의 사고를 확장하고 행동 방식을 다양화하지만 부정적인 감정은 반대의 기능을 한다. 결국 사람들로 하여금 열심히 일하고자 하는 열의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만족하고 긍정적인 마음 상태를 갖도록 업무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의 테리사 아마빌레 교수와 연구진은 3개 산업에 속한 7개 회사에서 근무하는 26개 프로젝트 팀 구성원 238명이 작성한 일기 형식의 기록을 분석함으로써 직장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인식, 감정, 동기 간의 상호작용이 구성원들의 동기부여 수준과 성과를 결정함을 포괄적으로 밝혀냈다. 인지와 감정을 담당하는 뇌는 서로 연결돼 있기에 상황에 대한 인지는 감정에 영향을 끼치고 감정은 또 다시 인지에 영향을 끼치며 끊임없이 상호작용 한다. 이러한 상호작용의 결과가 일에 대한 열의를 올리는지 내리는지에 따라 성과와 창의성이 달라진다. 이때 구성원들의 열의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끼치는요인은 ‘의미 있는 일을 하며 전진(성공, 진전, 성장)을 경험하는 것’이었고, ‘업무를 적절하고 창의적으로 수행하는 데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요소’와 ‘모든 사람들이 직장에서 경험하기를 원하는 인간관계’가 그 다음으로 이어졌다.
1. 전진의 경험
구성원들은 힘이 들더라도 중요한 목표를 향해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을 받을 때, 업무를 완수했을 때, 어려운 문제를 해결했을 때, 업무에 대한 흥미, 즐거움, 도전의식, 열정을 느껴 자발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전진을 경험한 사람은 자기 효능감이 높아지기에 업무 과정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을 덜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도전 과제를 보다 쉽게 받아들이며 더 오래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다. 또한 동료를 도우려는 행동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팀과 상사와의 관계에대해서도 더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이때 의미 있는 일에서 전진을 이루어 내는 것이 핵심으로 의미 없고 중요하지 않은 일에서의 전진은 아무런동기부여를 하지 않는다. 대단히 전문적이거나 권위있는 일만이 의미 있는 일은 아니다. 자신이나 의미 있는 타인에게 가치를 부여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업무에서 전진을 이루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면 전진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다. 전진을 인지하게 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타인이 주는 피드백이고 다른 하나는 업무 자체가 주는 피드백이다. 먼저 타인이 주는 피드백은 긍정적인 강화, 인정, 칭찬 등으로 업무가 어떤 측면에서 뛰어났는지, 과거에 비해 어떤 부분이 향상됐는지, 어떤 노력과 태도가 도움이 됐는지에 대해 구체적이고 명확한 언어로 전달한다면 구성원은 진정한 전진을 이루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업무 자체로부터 피드백을 받는 것으로 제품의 성능이 현저히 향상되었거나 오류가 개선이 됐다면 전진을 확실히 알 수 있다.
2. 업무수행 시의 임파워먼트
명확한 목표 자신이 어디로 나아가는지, 어떤 목표를 이루고자 일을 하는지, 왜 그 일을 하는지, 그 일이 어떤 측면에서 중요한지를 명확히 인지할 때 열정을가지고 일할 수 있다. 결과물의 이미지가 불분명한 상태로 일을 추진할 때, 목표가 임의로 바뀌거나 의미가 없을 때 구성원들은 좌절하고 사기가 저하된다. 성과가 안나는 일을 하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상황이다.
자율성 보장 목표가 명확하더라도 리더가 하나부터 열까지 관리, 확인, 지시하는 경우 구성원들은 무력감을 느낀다. 일을 하면서 전진을 경험하고 자기 효능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하고 나아갈 수 있는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 업무를 추진하는 데 자신의 판단이 영향을 미친다는 느낌을 받아야자율적으로 일을 처리했다고 인식이 된다. 타인에 의해 결정되는 삶을 살아가며 전진을 경험하기 어렵다.
자원 제공 필요한 인력, 자금, 데이터, 장비 등을 지원받는 것도 중요하다. 자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억지로 결과물을 짜내는 방식으로 일한다면 내면 상태가편안하기 어렵고 성공이나 업무에서의 진전 가능성을 낮게 평가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적정 수준의 자원을 제공 받으면 조직이 자신들과 수행하는 업무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업무 관련 지원 업무 관련한 도움을 받으며 긍정적인 내면 상태를 경험해야 한다. 업무 관련 지원에는 정보제공, 자문, 브레인 스토밍, 회의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지원을 받는 구성원은 혼자서 일을 처리하는 사람에 비해 성과를 내고 전진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리더가 구성원들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도움이 무엇인지 관심을 갖고 물어 본다면 구성원들은 자신감과 의욕을 갖게 된다.
자유로운 아이디어 제안 프로젝트나 업무를 진행하는 동안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제안한 아이디어가 수용되어 반영되었을 때 뿌듯함과 성장을 경험한다. 리더가 구성원의 생각이나 아이디어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독려하면 개개인이 가진 좋은 아이디어가 팀이나 조직에 전달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새롭거나 다른 생각을 제안하는 것을 비난하거나 무시하는 경우 구성원들은 위축되어 안전지대에 머물게 된다.
실패와 성공을 통한 학습 새롭거나 어렵고 도전적인 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실패를 피하기 어려울수 있다. 실패에 대해 비난이나 질책을 하는 조직 분위기에서는 구성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거나 어려운 과제에 도전하는 것을 회피할 수 있다. 실패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분석하고 배움을 도출할 때 구성원들은 심리적 안정감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성공을 했을 때도 무시하거나 하찮은 것으로 간주하면 더욱 열심히 노력하려는 의욕이 꺾인다.
적절한 시간 구성원들에게 제한된 업무 시간 안에 많은 프로젝트를 끝낼 것을 기대하는 조직이 적지 않다. 시간압박이 심하면 창의적인 활동을 하거나 중요한성과를 내기 어렵다. 단기적인 시간 압박은 활력소가 될 수 있으나 불가능한 시간에 업무를 완수하도록 요구하거나 과도하게 많은 일을 시키는 경우 스트레스와 탈진으로 의욕이 저하된다. 시간이 너무 많아도 실질적인 업무 수행보다는 업무를 탐구하듯 파고들고 문제에 다른 관점으로 접근하는 방안에 더 집중하는경향이 있다. 이때 리더가 구성원들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도록 제대로 퍼실리테이션 하지 않으면 성과 없이 시간을 어영부영 보낼 수 있다.
3. 신뢰와 존중에 기반한 관계
존중 리더가 구성원들에게 개별적인 관심을 보이고 예의와 진정성 있는 태도로 대하면 존중 받는 느낌을 전달할 수 있다. 업무 성과가 크든 작든 인정해주고그 과정에서 보인 노력, 개인적 강점도 함께 인정하며 감사함을 표해야 한다. 반면 리더가 구성원의 성과를 하찮게 여기거나 평가하고 판단하고 지적하는 태도를 보이면 인격적으로 대우받는다는 느낌을 줄 수 없다. 무엇보다 구성원들의 업적이나 아이디어를 무시하거나 무관심한 태도를 보여 사기를 꺾지 않도록유의해야 한다.
격려 리더의 격려는 구성원들의 자기 효능감과 일에 대한 동기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도전의 상황에서는 용기와 자신감을 갖고 나아가게 도와주고, 실패의 상황에서는 다시 힘을 내서 일어서고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
공감 조직에서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금기시 되는 경향이 있지만, 기쁜 일이 있거나 어려운 상황에서 공감의 말을 나누면 구성원들은 큰 힘과 위안을 얻는다. 특히 감정을 나누게 되면 친밀감이 높아지기에 구성원들과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데도 도움이 된다.
소속감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소속의 욕구가 있다. 동료들과 한 배를 탔다는 느낌은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며 아이디어의 공유나 협업을 용이하게 한다. 동료들로부터 전적인 지원을 받으면 업무 진행이 용이하고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아지기에 전진을 경험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특히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이나 외부구성원과 팀을 이뤄서 하는 프로젝트 환경에서는 소통하고 유대감을 형성할 기회를 의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인정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를 중요하고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고 싶어한다. 그렇기에 구성원들의 인정에 대한 갈증을 충족시킬 수 있는 리더는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정에 굶주려 있으며 자부심을 키워주는 말이나 격려를 가장 필요로 할 수 있다. 칭찬과 인정의 가장 큰 차이는 진정성에서 나온다. 인정의 궁극적인 목적은 상대로 하여금 보다 깊은 자기인식을 통해 강점을 더 발휘하도록 돕는 것이기에 구성원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요즘과 같이 조용한 해고가 만연한 시대에 기업의 올바른 대응은 조용한 해고나 조용한 고용이 아닌, 구성원들의 열의를 끌어올리려는 적극적인 태도가 아닐까 싶다. 서로 마음이 떠난 양쪽 파트너가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서로 최소한의 노력만 하며 관계를 아슬아슬하게 이어가는 것은 양쪽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신이 리더라면 당장 무엇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