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에도 단계가 있다
" 저는 건설회사의 팀장입니다. 저는 경상도 사나이라 세심하게 신경 쓰는 타입은 아니지만 성격도 화통하고 팀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끌어가고자 나름 구성원에게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별명이 답정너('답은 정해졌으니까 너는 대답만 하면 돼.'의 줄임말)입니다. 혼자 결정하면 독단적으로 보이니 구성원의 의견을 듣기는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답을 정해 놓은 경우가 많고, 말이 길어지면 짜증이 올라와서 잘 못 듣습니다. 의미 없다고 생각이 들면 정말 아무 말도 안 들려요.
어차피 구성원보다는 제가 일을 오래 했고 경험도 더 많기 때문에 굳이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하며 시간 보낼 필요가 있나요? 저도 구성원의 말을 천천히 들어주고 싶지만, 회사라는 곳이 학교도 아니고 실수하면 뒤처리가 힘들다 보니 쉽지 않네요.
겉으로는 웃으며 지내지만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신뢰할만한 사람이 없네요. 업무적인 보고 외에는 다들 저와 대화하기를 꺼리고 피하는 것 같고.. 때로는 저도 외롭습니다."
조직 내에서 '답정너'라는 별명을 가진 팀장의 사례는 많은 관리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현실이다. 구성원의 이야기에 시간을 할애하고 귀를 기울이려 노력하는 관리자들조차 구성원을 온전히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빈번하다.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한 말의 교환이 아니라 생각과 의도를 상호 전달하는 과정이며, 제대로 듣고 전달하는 것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이다. 본 글에서는 원온원 스킬의 핵심 요소인 경청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경청이 가장 기본이 되는 이유는 제대로 들어야만 적절한 질문과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청이 실패하는 주된 원인은 타인의 행동을 일반화하고 자신의 기준으로 해석하며 판단하는 데 있다. 인간은 각자의 고유한 기준과 관점으로 세상과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 강조하는 "세상에 절대적인 현실은 없다"는 명제는 관점에 따라 삶이 다르게 전개됨을 의미한다. 자신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면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두 번째 원인은 상대에 대한 호기심의 부족이다. 관심이나 호기심이 결여되면 상대를 개별적 존재로 이해하기보다는 일반화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상대의 메시지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먼저 모든 사람이 서로 다른 관점으로 살아간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신이 가진 틀과 프레임을 인식하여 의도적으로 내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상대의 생각과 의도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 노력해야 한다.
프레임은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는 관점이나 고정관념과 유사한 개념으로, 개인의 과거 경험이나 지식에 기반하여 형성된 인식의 틀이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 사람은 흥이 많을 것이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은 사회성이 부족할 것이다' 등의 일반화가 이에 해당한다.
문제는 인간이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할 수 없기 때문에 특정 부분만을 독립적 실체로 이해한다는 점이다.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는 우화처럼, 다리만 만진 사람은 코끼리를 기둥으로, 몸통만 만진 사람은 벽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처럼 프레임은 불완전하므로 지속적인 리프레이밍이 필요하다.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천문학자의 이야기가 이를 잘 보여준다. 천문학자가 B-612라는 별을 발견하여 학회에서 발표했지만, 허름한 옷차림 때문에 아무도 믿지 않았다. 그러나 양복을 입고 다시 발표하자 모두가 그의 말을 믿었다. 이처럼 우리는 종종 주관적 틀에 의해 본질을 놓치곤 한다.
경청은 원온원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는 핵심 요소이다. 원온원은 목적이 있는 대화이자 용기와 자신감을 심어주는 대화이므로, 구성원의 모든 발언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공감하며 함께한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은 누군가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해 주면 안전함을 느끼게 되어 진실한 속마음을 더 많이 드러낸다. 이 과정에서 신뢰가 쌓이고 친밀감이 형성된다. 그러나 직장에서는 대부분 깊은 수준의 경청을 하지 않는다. 일상에서는 최소 수준의 경청만으로도 업무 진행이나 관계 유지에 큰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각자의 입장만 주고받다 보면 모두가 말은 하지만 아무도 진정으로 경청하지 않는 상태가 유지된다. 대화는 충분히 이루어지는 것 같지만 서로 이해받는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고 때로는 오해도 발생한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구성원 간의 강한 응집력이나 조직에 대한 몰입과 헌신을 기대하기 어렵다.
소통은 말과 말의 교환이 아니라 생각과 의도를 주고받는 것이므로 제대로 주고받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가 내 말에 관심을 갖고 집중한다는 느낌이 들어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동기가 생긴다. 특히 원온원과 같이 신뢰에 기반한 목적이 있는 대화를 진행할 때는 상대가 전달하고자 하는 생각과 의도를 집중해서 파악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성공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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