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나'여야 행복한 삶에 대한 지침서
한창 '나'에 대한 고민에 빠져 있는 요즘,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책을 발견했습니다. 실질적인 경험을 토대로 '개성'을 찾아야 하는 이유와 방법 그리고 그 개성을 직업으로 연결 짓기 위한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담담히 얘기한 ‘나를 찾아가는 생각연습’. 경험이 녹아있지 않은 자기 계발서는 지양하는 제 독서취향에 딱이었습니다. 그리고 쉽게 잘 읽혀서 좋았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무거울 수 있는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종류와 깊이에 상관없이 ‘나’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에 빠져계신 분들이라면 일독을 권합니다!
어떻게 하면 나답게 살 수 있을까?
누구나 한 번쯤 했을법한 고민입니다. 특히, 누군가 정해놓은 ‘정답스러운’ 삶을 맹목적으로 따라서 살던 분들이라면, 불현듯 저 질문에 맞닥뜨렸던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경험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단순해 보이는 저 질문이 대답하긴 만만치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저자가 계속해서 강조하듯이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내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내 안에 들어있는 답을 내놓기가 막막하다니 선뜻 이해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그 이유를 알 것도 같습니다. 실패는 용납되지 않고, 정답이 아니면 부분점수도 허용되지 않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나'를 중심에 놓기는 쉽지 않습니다.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분위기인 겁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나에게 귀를 기울일 수 없고, 어두운 등잔 밑 마냥 자기 마음을 보고 듣지 못했던 겁니다. 보고 듣지 못하니, 그 마음이 내는 소리가 무엇인지 알 도리가 없었던 겁니다.
그럼 내 마음이 내는 소리를 듣기만 하면,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을까요? 그게 또 의외로 어렵습니다. 대형 서점의 자기 계발 코너에 가면 수많은 책들이 '나'를 찾으라고 소리치지만,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 그 방법은 많은 경우 독자의 몫으로 남겨둡니다. 다행히 저자는 이 부분에 있어서 독자를 많이 배려해 주었습니다. '나를 찾아줘'라는 질문지까지 작성해 주었으니 말입니다. 얼핏 보면 단순해 보이는 질문지의 질문들은 온전히 '나'에 집중하게 하여, 잊고 지내던 '나다움'을 되찾게 도와주더라고요.
나는 어떤 사람인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려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먼저 알아야 합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핵심 중 하나입니다.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지?"
"나는 왜 이직을 하려고 하지?"
"나는 아이를 낳아야 하는 걸까?
질문은 각양각색이지만 중요한 건 질문의 주체인 '나'입니다. 복잡할 것 같던 문제도 '나'에서부터 실마리를 풀다 보면 그리 복잡한 문제가 아니었음을 깨달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나'에 집중하며 개성대로 사는 사람들이 다수가 아닌 사회이다 보니,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상황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8년간의 직장생활과 장사 그리고 전국 토론 모임을 운영하며 체득한, 저자의 '나를 찾는 경험'만 보아도 그렇습니다. 남이 보기엔 그저 편해 보이는 자유가 당사자에겐 부담일 수 있고, 여유로운 생활 속 알 수 없는 조급함에 불안할 수도 있더군요. 독자인 제 입장에서야 그 경험을 생생히 공유해 주었으니 감사할 따름이지만 저자 스스로 감당해야 했을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나에 대한 탐색이 끝나면 비로소 새로운 길에 진입하게 됩니다. 혹독한 성찰 뒤 새로 내딛는 한 걸음이지만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그저 나를 찾았다고 편안하게 살 수 있게 내버려 두는 현실이 아니니 말입니다. 인생은 실전이라고 했습니다. 끝없이 도전하고 부딪혀가며 결국 살아내야 하는 겁니다. 단, 개성 가득한 '나'로 말이죠.
질문하고 또 질문하라
아이를 키워보신 분들은 알 겁니다. 끝없이 '왜?'를 묻는 아이들에게 알맞은 대답을 찾아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란 걸 말이죠. 질문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지만, 이어지는 질문공세에 피로해지는 걸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 또 어떤 시기가 지나고 나면 질문 자체가 사라지게 됩니다. 주입식 교육의 폐해일 수 있겠습니다만, 그 습성이 평생을 따라다니고 결국 '오바마' 전 대통령의 질문에 침묵하게까지 만들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너무 씁쓸합니다. 저자는 질문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변화의 본질은 질문하는 사람이라고 주장합니다.
인간은 과거, 현재, 미래뿐만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거의 모든 것, 심지어 추상적인 개념에 대해서도 질문하죠. 점심 메뉴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평화에 대해서도 고민합니다. 자신은 존재하지도 않을 100년 후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지고, 가본 적 없는 저 하늘의 별에도 질문을 던집니다. 원숭이와 돌고래가 고작 '놀이'에 만족하는 동안, 인간은 '끝없는 변화'를 갈구합니다. 그 결과 동물은 수천 년이 지나도 그 자리에 있지만, 인간은 끊임없이 변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나를 찾아가는 생각연습 p183>
질문을 하면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는 사회 분위기이다 보니, 질문이 있어도 속으로 삼키는 게 속 편한 분위기입니다. 저자의 주장대로 변화의 본질이 '질문'하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지금의 사회 분위기는 변화보다는 정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무조건적인 변화도 좋지는 않겠습니다만, 질문 없는 맹목적 답습도 지양해야 하겠습니다.
많이 질문했으면 합니다. 많은 질문과 대답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공유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이해 안에서 소통하고 함께 앞으로 나아갔으면 합니다.
우리는 모두 개성이 있습니다. 모르고 살았을 수도 있고, 숨기고 살아야만 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는 '나다움' 즉, 개성을 찾는 게 먼저입니다. 내가 나로 살아갈 때 비로소 행복할 수 있습니다.
IT의 발달로 관계를 확장하는 일이 너무 쉬워졌습니다. 또, 나의 삶을 보여주고 남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방법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다양해졌습니다. 나를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일 수 있어 보이지만, 내가 없어질 수 있는 위기일 수도 있습니다. 관계도 중요하지만, 수많은 관계로 인해 '나'를 점점 잃어간다면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볼 일입니다.
나의 개성을 찾고, 서로의 개성을 찾아 줬으면 합니다. 그리고 저자의 바람대로,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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