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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음 Apr 01. 2021

퇴사 후 100권의 책을 읽었다.

퇴사 후 100권의 책을 읽었다 #00 : 프롤로그

뭔가 잘못 살고 있다


이 생각이 머릿속에 스쳤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정확히 알기는 어려웠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 생각은 선명해졌다.




나는 책가방을 매고 학교에 다닐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다. 고등학교 때는 음악을 듣는 것뿐만 아니라, 종종 가사를 쓰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음악에 대한 관심은 대학교 때도 이어져, 작/편곡을 시작하게 됐고 직접 디지털 싱글을 발매하기도 했다. 또한 종종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음원 스트리밍 어플에 서비스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력을 인정받아 자연스럽게 음악 회사로 취직하게 됐다.


취업만 하면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 분명 행복할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알듯 말듯한 공허함, 이유 없는 상실감 등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이며 점점 더 무기력해졌다. 회사를 오가는 통근버스에서 매일 생각했다. '좋아하는 음악으로 돈을 벌고 있고, 그 직장이 남들이 보기에는 좋은 직장인데 왜 갈수록 힘들어지는 거지?' 혹시 그냥 회사가 가기 싫다는 '싫어증'인가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그 감정은 단순한 권태로움은 아니었다.


알 수 없는 답답함에 힌트가 될 수 있을까 하며, 점심시간 주변 동료들에게 "회사 왜 다녀요?"라고 농담 반 진담 반 물어봤다. 대부분은 웃으면서 당연한 걸 묻는다는 듯이 "먹고살려고 하죠"라고 답했다. 나는 의문이 들었다. '먹고살려고 한다면 왜 굳이 이 회사일까?' 돈을 더 많이 받는 직업도 있고, 워라밸과 연봉이 더 좋은 회사도 많았다. 내가 다니고 있는 이 회사를 죽을 때까지 다녀도 나는 집 한 채 사지 못했다. 그래서 단순히 먹고살려고 이 일을 한다는 말은 나에게 와닿지 않았다.


혹시 나와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또한 해결 방법은 없는지 찾아보기 위해 출퇴근 시간마다 유튜브와 인터넷을 뒤졌다. 영향력 있는 몇몇의 멘토들은 비슷한 말을 했다. 사회초년생이 흔히 겪을 수 있는 감정이며, 독해져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무의미해 보이지만, 단순한 업무에서 그 의미를 찾는 사람은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내 스스로가 부끄러워지면서, 노력하지 않았던 나를 반성했다.


그래서 나도 독하게 '더 (More)' 해보기로 했다. 퇴근 후에 엑셀이나 데이터 툴을 한 글자라도 더 배워보고, 주말에는 나만의 콘텐츠를 개발해보려 노력했다. 그때부터 출근도 1시간 일찍 했다. 미리 도착해서 개인 업무를 보고, 해야 할 일들을 정리했다. 이제 진정한 사회인이 된 기분이었다. '앞으로 회사 생활에 더 익숙해지고, 일처리도 더 잘하고, 일머리도 더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나아지겠지?'라고 그때는 생각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전략은 실패했다. 독하게 회사에 버텨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사람들과 달리, 나는 점점 어두워져만 갔다. 독해지는 방법으로 회사 일에는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었지만, '나'를 소진시키는 일이었다. 결국 '독'은 나를 갉아먹으며 깊은 절망 상태로 빠트렸다. 출퇴근할 때마다, 통근버스 커튼에 얼굴을 가리며 울었고, 퇴근 후에는 항상 소주 2병을 마셔야 속이 풀렸다. 그렇게 한 번은 과음으로 다음날 위액까지 쏟아 냈을 때, '뭔가 잘못 살고 있다' 이 생각이 머릿속에 스쳤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정확히 알기는 어려웠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 생각은 선명해졌다.


더 이상 방법이 없었다. 주변 사람들의 말도, 유튜브와 인터넷의 정보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나 조차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이제 남은 방법은 책밖에 없었다. 성인들이 항상 강조했던 책 읽기, 지혜의 샘이라던 책. 어릴 때부터 중요하다고 매일 들었던, 그 책으로 눈을 돌렸다. 200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책의 가치 속에 어쩌면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결국 나는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모험을 했다. 딱 100권, 1년 동안 쉬면서 닥치고 100권만 읽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퇴사했다.


1년 동안 읽었던 책들


2020년 마지막 날, 목표했던 100권의 책을 다 읽었다.


좋아하는 일을 했는데, 결국 '뭔가 잘못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 나에게, 책은 충분한 답을 해줬을까?


 글은  물음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자, 변화된 나의 모습을 기록하려는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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