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LIGHT, Albert C. Koetsier] Photo Collage by CHRIS
사고의 전환을 해 본다. 엑스레이(X-Ray)는 신체이상의 유무를 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붓의 섬세한 터치를 잡아내면서 물체에 내장된 선과 조직을 비추는 동시에 외피에 불거진 시각을 결마다 분산하는 예술적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이다. 뢴트겐이 방사선으로 살갗을 침투한 이래 감광과 투사를 적절히 가미하여 직사(直寫) 영역 밖, 아찔한 세계를 조명하고 있는 알버트 쿠치어(Albert C. Koetsier)는 인간의 뼈에서 나오는 발광의 효과를 식물이나 갑각류 등의 대상에서도 동일하게 발견한다. 광합성이든, 이산화탄소의 배출이든, 관(管)을 통해 흐르는 생동감을 관찰하도록 유도하는 사진들은 투명과 불투명의 중간에 놓인 세계를 포착하도록 권유하는 적극적인 광고인 동시에 기괴하게 틀어진 결점이나 비정상의 형질까지 미학적으로 바꾸는 모호한 발언으로 보인다.
현상학의 세계는 진공관 속에다 지루한 자극만을 쏘고 있다. 매일 보는 그림 위에 음악을 적당히 섞어가며 새롭다고 부르짖지만 관찰의 선 너머, 대립되는 두 극점을 관통하는 전류는 잊혀 간다. 그림자 속의 그림자, 그 안에 투영된 다양한 비주얼의 속성은 본질을 꿰뚫는 X-Ray처럼, 창조자가 아닌 발견자의 몫이 아닐까. 같은 게르만 계열이 시도하는 100년 만의 재창조 작업을 지켜보면서 한국만의 특성은 무엇일지, 우리만의 독특한 요소를 현실 위에 투사할 수 있는 도구로는 무엇이 있을지 고민해 본다. 동시에 외면의 분칠은 벗겨내고 진실의 터를 꺼내겠다는 마음을 잊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2004. 12. 19. SUNDAY
강박을 버리기란 쉽지 않다.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인 행위의 학습효과를 외치는 사람들 사이로 강박이 주는 생존의 필수과정과 성장의 상관관계를 살펴본다. 한 번씩 변화를 기획할 때마다 주춤거리는데 스스로를 다독거린다. 보이는 것 너머에 새로움이 있을 것이기에 한번 가보자고 말이다. 바다의 밑바닥까지, 혹은 하늘의 저편까지 한계를가늠하는 곳은 평범한 접근을 거부한다. 시선 밖으로 누워있던 세계를 떨치고 나갈 수 있을까? 만약 원하는 것이 살아가는 것이라면 자잘한 감정을 지워야 한다. 하얗게 발광하는 눈동자로 사물을 바라본다. 곧가슴을 뚫어버리는 날카로운 빛의 효과처럼 눈을 찌르는 의문의 시선에도 무감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