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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Apr 29. 2024

SMOKE CIGARETTES

연기된 삶, 緣起的 人生

[SMOKE] 2005. 8. 30. PHOTOSHOP IMAGE COLLAGES. DESIGNED by CHRIS


기관지가 상한 사람들 종일 헛바람 분다

돛대 타고 연락선을 휘젓는 사소한 침입

잠잠하던 갈색 굴뚝 슬며시 밥을 짓는다


펜을 물고 까맣게 창문 물들인다

침상 밑까지 어제의 허기가 내려앉도록

배고파서 Smoke

취하지도 훈제되지도 않는 가벼운 습관


깔끔한 첫키스 먼지되어 흩날린다

시큼한 숨결은 하수구를 헤엄친다

노래가 시들은 새하얀 허벅지에서


할 일 없는 손들이 무기를 든다

불쾌한 것들일랑 단방에 지져버리려

그러나 태웠던 건 나의 거친 한숨뿐


배고파서 Smoke

어느새 손에 끼워진 무거운 반지

거리를 맴도는 유령의 아지랑이 꿈


2005. 8. 30. TUESDAY




SMOKE,  향기로운 연기 속 당신과의 결혼식


"아니, 뭐 이런 것을?"


중국 친구들이 좋아하는 선물은 담배(香烟)이다. 중국어로 담배의 뜻인 향기로운 연기 즉, '향연(샹옌 : 香烟)'은 담배를 피우다는 행위의 '흡연(시옌: 吸烟)'으로 의미가 연결된다. 곧, 담배를 피우는 행위를 가리키는 '시옌(吸烟)'은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 Homonym)인 결혼식 연회를 뜻하는 '희연(시옌: 喜宴)'으로 연결된다. 한마디로, 향기로운 연기인 담배는 당신과의 결혼식처럼 기쁜 만남을 상징한다. 선물 주는 입장에서도 호불호가 존재하지 않는 담배는 편하다. 담배를 안 피운다면 다른 사람한테 고가로 팔 수도 있다. 경제적으로도 이득이다. 면세점에서 날아온 고가의 외국담배는 그들의 관계적인 체면을 살려주기도 한다. 담배를 받으면 연기가 고픈 친구들은 바로 비닐을 뜯는다. 하나 물기 전에 주변 사람들에게 담배를 권하고 째로 포커패 돌리듯이 친구들에게 자랑하며 던지기도 한다.


"한 대 할래?"

- 아니, 너나 많이 펴.

"왜? 한국 사람들 많이 피던데?"

- 난 안 핀다. 차나 마실게.



나는 담배는 피우지 않는다. 반항적인 시절에도 불구하고 친구들이 선생님 몰래 한 대씩 빨고 올 때, 마시는 것에 집중된 습성 때문에 흩어져갈 연기에는 관심이 없었다. 대학 1학년 때 타 학 애들과 연합으로 대성리에 MT(Membership Training)를 갔을 때 한번 시도한 적은 있었다. 술이 머리까지 절어서 아이들이 토하거나 방바닥에서 널브러져 있을 때, 타다 남은 장작불 앞에서  속 안의 이야기를 하늘로 연기처럼 뱉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근처 슈퍼에서 아무거나 두 갑을 샀다.


"너 담배 피우냐?"

- 아니, 코로 맡는 역겹던데, 적성에 맞는지 테스트해 보려고.


연달아서 한 갑을 폈다. 목구멍은 마른데, 침이 엄청 나왔다.


"잘 피네! 꾼인데? 어떠냐?"

- 별로. 담배 피우면서 왜 더럽게 침 뱉는지 알겠다.


목이 칼칼하면서 머리가 띵해지는 기분은 좋지 않았다. 폐에서 끌어올려야 할 가래는 없는데, 목구멍이 담뱃불에 지글거리듯이 자잘하게 끓었다. 두통이 도질 때 한쪽으로 쏟아지는 어지러운 기울임처럼 곧 침샘에선 혀 안에 숨어있는 수분을 몽땅 끌어당겼다. 그리고 머리를 세게 얻어맞았을 때처럼 눈이 풀리면서 한 무더기의 침이 쏟아졌다. 기분이 아래로 꺼지면서 구역질이 났고 입이 자동적으로 벌려졌다. 혈압이 관자놀이에서 솟았다. 안구 뼈 양쪽이 불규칙하게 번갈아가며 조여 오는 압력에 욱신거렸다. 눈도 자잘한 흙가루가 돌아다니듯이 더 건조해졌다. 뻑뻑한 눈 상태가 불어대는 연기와 뒤섞여 눈을 뜨기 어렵게 했다. 담배가 육체적 코드와 안 맞는 것을 알게 되고선 나머지 한 갑은 옆 친구에 주고 흡연에 대한 기호를 정리했다.



중 고등학교 때 담배 피우면 식욕이 떨어지면서 살이 빠진다고 해서 피는 애들도 꽤 많았다. 아니면 피는 모습이 멋있어 보인다며 멋에 빠진 애들도 있었다. 담배 피우는 것은 뭐라고 안 하는데, 길을 걸어가면서 뒷사람은 고려 않고 피는 것, 밀폐된 장소에서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피는 것, 침을 아무 데나 뱉는 것, 꽁초를 아무 데나 날리는 것은 흡연자의 비흡연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내 주변의 사람들은 담배를 피우는 사람 절반, 피지 않는 사람 절반이다. 가까이 있는 사람은 모두 비흡연자다. 그런데, 내가 아는 중국 남자들은 거의 90%가 핀다. 여들은 거의 안 피는 듯한데, 남자들은 애연가들이다. 술까지 곁들이면 연회분위기가 최고조로 올라다. 술자리는 잠시 나사가 빠질 때도 있다. 마시는 것에 빠져있는 나로선, 물 종류 중에서 술도 한때 중독성향을 불러일으켰던 만큼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음을 알고 있다. 요즘은 그냥 적당히 한다. 피곤하면 최고급 술도 거절한다.   


담배 피우는 친구들을 보면 치과의사들이 좋아하겠다 싶다. 담배를 수십 피워왔던, 타르 함유량이 10mg을 넘는 최강의 니코틴에 절어 있는 중국 친구들 중에서 치아 상태가 좋은 사람은 별로 없다. 누렇고, 까맣고, 하나씩 빠져있고, 치석이 가득하고, 잇몸이 내려와 있고, 혓바닥 상태도 백태가 끼어 있고 냄새도 별로다. 치아를 검게 물들이는 일본의 고대 화장법, 오하구로(お齒黑)나 영화 <링 Ring>처럼 귀신들이 까만 이빨로 사람들을 위협하는 모습과 맞먹는 변색된 치아는 아름답지 않다. 그냥 친구니까 봐주는데, 미적인 관점에선 좋게 보이지 않는다. 친구들이 뭔 바람이 불었는지 따끔하게 한마디 해달라면 한다.


- 적당히 펴라. 끊는다면 경제적이고, 건강면에서 나쁘지 않겠네.




Creating a Smokefree Generation and Tackling Youth Vaping  
흡연규제법안 : 미래의 건강과 사회적 제약 그리고 개인의 선택


최근 리시 수낙(Rt Hon. Rishi Sunak)이 이끄는 영국 정부에서 '담배로부터 자유로운 세대(Smoke-free Generation)'를 만들기 위한 흡연규제 법안을 제정하겠다고 공표했고 하원에서 1차로 통과됐다. 담배를 살 수 있는 법적 연령을 해마다 1년씩 올리는 게 이 법안의 목적인데, 2027년 이 법안이 시행되면 2009년생부터는 아예 영국에서 담배를 살 수 없다. 전 총리,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이 리시 수낙보고 미친 땅콩(Nuts)의 헛소리라고 할 정도이니, 시가 애호가였던 처칠의 전통을 중히 여기는 애연가들의 반발보다, 생산업계에서 수긍해서 영국 내에서 완전한 생산금지가 가능할지는 지켜봐야 같다.


인간을 죽음에 가장 빨리 이르게 하는 합법적인 기호 물질 중의 하나인 담배는 전 세계의 가장 강력한 카르텔(Kartell)을 형성한 비즈니스 산업이다. 우리나라 담배 산업의 60%를 차지하는 KT&G는 한국담배인삼공사의 영문명으로, 원래 담배는 국가산업으로 지정되어 흡연가들의 주머니에서 국가의 세수를 걷어들이는데 한몫을 하다가, 2002년 민영화되어 국가기관에서 분리되었다. 건강을 위협하는 술과 담배, 그중에서 토바코 산업(TABACO INDUSTRY)은 구강기(Oral Stage)의 사랑이 부족한 인간을 위한 가장 강력한 기호품을 제조한다. 패스트푸드나 소다음료처럼 소금이나 설탕 같은 백색가루나 지방이 과다하게 사용된 음식들은 인간의 몸속으로 파고들어 당뇨병이나 비만 같은 만성 질환을 일으킨다. 술 또한 뇌질환과 망각, 변형된 기억, 고혈압과 고지혈증, 암 및 장기질환을 일으킨다. 담배 역시 폐암과 설암이나 전립선암 및 각종 합병증과 혈압상승 및 혈관협착과 같은 장기결함을 불러온다.


영화 <인사이더 The Insider>에서는 미국의 3대 담배회사 중 하나인 브라운 & 윌리암슨의 연구원이었던 제프리 박사가 담배에 첨가된 유해물질이 인체에 치명적인 중독성을 준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방송인 버그만과 함께 세상에 알리고자 하는 한 내부고발자의 생존기를 다룬다. 담배회사의 강력한 카르텔은 인간의 원초적인 욕구에서 벌어들인 천문학적인 수입으로 로비스트를 고용하여 정계와 재계와 법조계, 미국의 식품의약국 FDA와의 커넥션을 이루면서 언론까지 장악하여 진실을 알릴 수 없게 여론을 조작한다. 밀레니엄이 시작되던 2000년, 'INSIDER'라는 '내부고발자'란 단어를 알게 된 마이클 만(Michael Mann) 감독의 <인사이더>를 보면서, 그 이후로 우리나라에 하나 둘 내부고발자의 고백이 흘러나올 때마다 얼마만큼 기업이나 조직 내부의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사람들의 뇌리에 남을 것이며, 그 진실들이 삶의 자세를 바꾸게 만들지 의문이 들었다.


인간이 가진 기호는 삶에 어떤 중독의 모습으로 다가오는가? 무엇인가에 중독되지 않고 삶의 공백을 메꿀 수 있을까? 편향적인 기호조차 풀어지는 시간에서 나는 얼마만큼 편안하게 삶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오늘은 담배라는 단어에 잠시 꽂힌 것 같다. 담배 냄새를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일할 때 옆의 사람들이 긴장감을 내려놓기 위해 피우는 담배 냄새는 용인한다. 그때만큼은 민감하지 않다. 감각기관이 일관적이지 않게 반응하는 점은 이상하다. 다만, 나의 개인적인 공간에서 담배냄새는 불허한다.

 



Street Findings in Everywhere
Irving Penn, Street Findings New York, 1999


흑백에서 강력한 장기를 발휘하는 어빙 펜(Irving Penn)이지만 흐트러지고 지저분한 칼라감도 어색하지 않다. 틀에 박힌 듯, 도식적이고 정렬화 된 리뷰와 부수를 늘리려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글들은 지루하다. 작품을 대면을 한 경험은 분명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텐데 앵무새의 성대로 반복을 굴리는 사람들은 정말 객관적으로 대상을 바라보고 있을까? 매번 타인들의 감상과 들어맞지 않았기에 대안을 생각했다. 바로, 관심 가는 대상과 인물, 장소가 떠오르면 오랫동안 발을 담근 채 관찰을 시도하고 새로운 의식의 설계를 궁리하는 거였다.


그렇게 보기를 몇 해, 짧은 기간 동안 조망한 사람들의 생각은 같은 시간 대열에서 종족과 장소, 개인성향을 뛰어넘어 무척 닮아있었다. 색다름 속 공통분모가 존재했다. 흔히 사람들이 혼동하는 ‘다름’이 발생하는 것은 세계를 구성하는 형질이 우리가 배운 바와 달리 비스듬히 역전되어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내면을 반영하는 작품들을 통해 이 차이를 바라본다면 모니터의 잔상에서 보듯, 대상의 겹쳐진 원리를 효율적으로 감지할 수 있다. 혼자서 놀다 보니 파고들다가 허우적거리기도 하지만 재미있게 시간 보내는 데는 안성맞춤이다.

어빙 펜(Irving Penn)이 보여주는 사진구도는 패션이 갈구하는 아름다움(美)과 강매적인 자극에서 살짝 탈피해 있다. 작품에 대한 끊임없는 변용과 실험, 공사판의 노동자같이 근면한 작업 태도를 가진 어빙 펜의 아이디어는 인물 명암과 형상(形像)에 초점을 맞췄다가 점차 환경과 삶, 생활 속 발견과 본질적 물음으로 전이되고 있다. 시간 속에서 변하는 관심을 연대기적 선을 통해 감지하면서, 나 또한 삶의 방향성에 대해 묻게 된다.

어떤 존재든지 본질에 접근하는 시속과 발현은 서로 뒤집혀 있고 굴절을 통해 한번 더 뒤틀려있다. 그러나 본상(本像)의 위치는 변함이 없으며 대상이 되어버린 존재만이 움직임을 관장한다. 안타깝게도 현상에 집중한 사람들은 망막을 닮은 영사기나 사진과 같은 원리를 잊고서 자신만의 몰입을 거부한다. 대상인 동시에 위치를 틀면 본체로 돌아가는 회전 때문에 집중투사가 필요한 삶은 의미를 갖게 된다.


다양한 작품을 보는 것은 결국 같은 결론일지라도 중독된 듯 타인의 마음속으로 접근하고 싶은 이유가 된다. 사람을 미워하거나 매정하게 발길을 돌렸다가도 다시 보게 만드는 구실을 제공해 준다. 현재 상황에 대해 격렬히 분노했다가 잠잠하게 만드는 위안이 되기도 한다. 내가 비밀의 문을 캔 사람들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사진과 영화를 보며 이런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뉴욕이든 한국이든 거리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사소한 물건들의 배치와 도시인을 이루는 소재의 나열 속에서 현실을 돌아보게 된다. 나는 리처드 아베돈(Richard Avedon)과 비등한 길을 걸었지만 탈색된 고발로 변한 어빙 펜의 실존적 목소리가 더 마음에 든다. 재능 있는 자를 시기하진 않는다. 많았으면 좋겠는데 지속적인 빛을 갖는 사람은 가끔 만날 뿐이다.


현재 자주 보게 되는 사진작가들의 생산물은 19세기 후반에서 현재까지 사회를 표현한 게 지배적이다. 쉽게 접할 수 있어서 친근한 면도 있지만 현대를 이룬 근간이 그 안에 녹물처럼 흘러 녹아있기에 관심이 쏠린다. 우리 조상도 영향을 받았으니 나 역시 가슴에 그 영향력을 품고 있지 않을까 싶다. 아예 인류의 기원과 탄생을 상기시키는 고대로 접근하려면 하인리히 슐리만(Heinrich Schliemann)처럼 장사꾼부터 되어야 할 테니 아쉽게도 자유롭지 못한 현재에는 힘든 바람인 듯싶다.  

T: THINKING.

생활의 발견. 거리에서의 응시. 많은 조건을 갖췄지만, 동시에 많은 걸 잃어버린 도시인에게 필요한 것.


I: INTUITION.

‘사람’을 참되게 그려내는 ‘사람’이 좋다. 그의 시각이 천리안이라면 나 역시 넓고도 지혜로운 세상을 안을 것이다. 그런 눈에서 산다는 것은 기대되는 일이다. 꽉 막힌 세상에서 나는 사람을 제대로 보는 눈을 가진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커피를 너무 마셨더니 호흡이 불규칙하다. 몇 시간을 자리에 드러누웠다. 커피가 심장에서 바람을 뺀다. 내 심장은 풍선으로 만들어졌나 보다. 바늘을 소지하지 말아야겠다. 휘파람을 불기 전에 먼저 터져버릴 테니까.


2005. 2. 3. THURSDAY





나에게도 중독된 대상은 있다. 인지하지 못한 시간에 몰입해 있으면 그것은 중독의 시작이다. 커피는 끊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솟아오르는 생각과 마시는 물은 끊지 못할 것 같다. 내 삶의 근원이자 생명을 유지하는 기본이라서 어쩔 수 없다.



연상(联想)이 한번 발동하면 계속 회전한다. 한 줄기 연기처럼 생각이 흐른다. 연기(緣起)와 같이 생의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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