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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Apr 28. 2024

OPEN YOUR LITTLE BOX

Henri Cartier-Bresson, 강과 정류장, 시간의 동반자

Henri Cartier-Bresson 1908-2004


"창조적인 행위는 잠깐 동안 지속되며, 주고받는 번개같은 순간에 불과하지만, 카메라를 맞추고 잠깐 나타난 먹잇감을 당신의 작은 상자에 가두기에 충분히 긴 시간이다."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The creative act lasts but a brief moment, a lightning instant of give-and-take, just long enough for you to level the camera and to trap the fleeting prey in your little box." Henri Cartier Bresson.



무릇 새로운 것이란 풍성하고 부토한 거름 없이 불쑥 생겨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미래를 모르는 씨앗은 질 좋은 거름을 먹어야 무성하게 자랄 수 있다. 부모, 형제, 친구,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이 죽어야 그 선혈을 먹고 가슴에 그들을 피워낼 수 있다. 주고받는 즉석요리를 할 땐 불을 잘 놀리는 요리사가 되어야 한다. 카메라를 들어 너를 보아라. 밀집, 응집, 폐쇄 뒤틀며 자유로운 정신의 먹이로서 혈관을 질주할 때 넌 이미 여행을 시작했다.


니코스 카잔챠키스(Nikos Kazantzakis)의 줄기찬 신념이고 그리스 로마 신화(Greek Roman Mythology)에 깔린 사상이며 앙리(Henri Cartier Bresson)의 빛나는 언어다. 인도철학(Indian Philosophy)이며 동서양의 물질 정신(Western Material and Eastern Spirit)이고 단단한 토지를 밟고 서있던 농부들이 농사를 지으면서 알게 된 지혜다. 말들을 주고받는 순간은 보이지 않는다. 오만한 자만심은 보기 좋으나 타인으로부터 얻어낸 것은 자신만의 것이 아니란 사실을 명심해야겠다.


난무한 사상과 구운 말들과 탈(脫) 진리가 결국엔 지루하지 않은 하나로 통해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결단의 갈래에서 방황하는 사람들을 위해 천운인 것인가. 하지만 칼을 든 넌 왜 보지 못하는가?

카메라 렌즈는 언제든지 들 수 있다. 대상을 선점하여 세기의 작가로 이름을 새기기란, 상대적으로 진실된 포착에 비해 어렵지 않다. 스스로 든 렌즈는 늙고 병들지 않는 한, 세상을 꾸준히 찍어도 사람을 제대로 찍어내긴 힘들다. 인간은 신령(神領)의 일부를 훔친 이후로 횃불을 들고 자신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누가 그 작업을 했는가! 미동의 우주(宇宙)에 스스로를 가둔 인류는 언젠가 자신이 누군지, 어디서 왔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2005. 1. 24. MONDAY.





[THE RIVER AND THE BUS STOP : RIVER AND PIER] HANG ZHOU 西湖. 2007. 12. 05. PHOTOGRAPHY by CHRIS


THE RIVER AND THE BUS STOP | 강과 정류장


자주 시간과 기억을 건드리게 된다. 시간의 강물을 노 젓는 늙은이들과 한 배에 타서 그럴지 모른다. 정말 올드한 취향이다. 익숙한 버스를 타고 추억의 장소에서 인생을 씹고 있으니 바람 없이도 몸이 차갑게 설렌다. 겨울 구름은 나를 거울의 강에 밀어버렸나 보다. 기억은 시간의 물살을 탄다. 단상(斷想)을 발견하고 적는 걸 그만두려다가 계속하는 것은 망가진 벽을 보수할 미장이와 손을 잡으며 널 잊지 않기 위함인, 잊기 위함인.

"기억은 매우 중요하다. 사진으로 찍힌 낱낱의 기억은 사건과 똑같은 속도로 흐른다. 작업하는 동안 어떠한 공간도 남기지 않고 모든 것을 포착해야 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이후엔 너무 늦어버릴 것이기에."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Henri Cartier-Bresson>


브레송의 말처럼 카메라로 찍어버린 낱낱의 기억이 벌어진 사건과 똑같은 속도로 흐른다면 찍히지 않은 필름에는 어떤 세상이 흐르고 있을까. 늦지 않게 포착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흐르는 강물이 아쉬운 이유는 시간이 강가에 앉아 물과 여행하는 사건을 배웅하기 때문이다. 물 안에선 젊디 젊은데 물 밖에선 너무 빨리 늙어가는 나는 남들보다 두 배쯤은 느린 감광체일지도 모른다. 시간을 따라잡을 이야기가 필요하다. 야금거리는 시간에 올가미를 씌우고 함께 흘러가고 싶다.

간수에다 덜 익은 오렌지를 넣었더니 불건전한 시계 접지는 공간의 장(場)이 아닌 이야기의 장(章)을 건드린다. 손목에 걸친 바늘이 정기적으로 움직인다면 포착하는 순간에다 집중을 털어 넣어야겠다. 현재는 우두커니 정지했기에 강을 바라보지만 앞으로 걸어가는 날엔 정류장을 볼 것이다. 난 가볍게 펜을 들고 싶다. 이상하게 거창하고 대단하고 시시콜콜한 것들엔 기침이 나거든.


귀여운 초침의 투정을 들으면

강과 정류장 사이에 서 있을 테야.

그날 만은 충만한 기품을 속삭이는 틈에다 날개를 대봐야지.

귀 기울여서 들을 만해.

그곳엔 봄바람이 산들 부는데

전에 반갑게 읽었던 동화책을 옆구리에 끼고 있더라.
탁한 물방울을 부시고는 햇살을 마셔보자.

아, 면솜을 만졌더니 우울함이 날아가는데!


When I hear the cute tick-tock of petulance,

I should stand between the river and the bus stop.

I'll need to spread my wings in the gap whispering full of grace that day.

It's worth listening carefully.

There, the spring breeze blows through the mountains,

And there was a fairy tale book I used to read joyfully tucked under my arm.

Let's break the clear droplets and drink in the sunshine.

Ah, touching the cotton ball the gloom fly away!


2005. 1. 31. MONDAY.





[TRAPPED IN THE PALACE OF TIME : SELF-PORTRAIT] REGGIA DI CASERTA. 2018. 8. 4. PHOTOGRAPHY by CHRIS


찰칵! 어머나, 

상자 갇혀버리고 말았어.


6시 36분? 18시 36분?

째깍째깍, 어떻게 해?

내 시계는 13시 30분이야.

여기서 나갈 수 있을까?


여기요?

지금 몇 년 몇 날 몇 시예요?


아이참,

오늘도 호기심 때문에

시간의 궁전에 걸려버렸네.



Click! Oh my, 

I’m trapped in a box.


6:36? 18:36? 

Tick-tock, what should I do? 

My watch says it’s 13:30. 

Can I get out of here?


Hello? 

What year, day, and time is it now?


Oh dear, 

Today, too, because of my curiosity, 

I’ve gotten caught in the palace of time.




사진은 시간의 동반자며 사색의 도구이다. 세상을 가볍고 스마트하게 찍고 사물의 맑은 영혼을 잡아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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