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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Jun 27. 2024

BE GRATEFUL FOR LIFE

소생(蘇生) 삶에 대해 감사할 것

[INTENSIVE CARE UNIT / Cardiac Intensive Care Unit (CICU)] 2024. 6. 27. PHOTOGRAPHY by CHRIS



살아줘서 고마워.



바닥에 가득한 땀과 미안하다는 소리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


가슴을 부여잡고 흔들리는 발걸음

평온히 멀어진 그녀가 생각나네


메마르게 침착해지는 것은

지나간 멸망을 보아서였을 거야


포르말린 냄새가 나지 않기에

다시 태어나길 차분히 기다렸어


살아줘서 고마워

살아가는 오늘은 잘 살자



오늘 살아있음에 감사합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산다는 것 THANKS


[VISIT : The Memory of Room 8] PHOTOGRAPHY by CHRIS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파스빈더(Rainer Werner Maria Fassbinder)가 말하던 불안은 가스불을 끄지 않았다거나 문을 잠그고 나오지 않은 것, 혹은 정답을 적을 때 한 줄씩 밀려 적은 듯한 의심이나 승진시험에서 탈락할지 모른다는 초조함과 같은 일상의 작은 동요나 사회적인 상태에 대한 걱정이 아닌, 죽음처럼 더 이상 공간이나 시간적으로 이어질 수 없는 완전한 이별이나 정신적인 망각으로 인한 존재와의 구체적인 멀어짐, 전쟁이나 일상의 사고에서 발생하는 외부적인 자극이나 가학으로 인한 신체의 변형이나 외형적인 상태의 파괴에서 발생되는 심리적인 공포감과 더 밀접해 보인다. 존재와의 멀어짐은 부모에게서 떨어질 때 느끼는 아이의 분리불안과는 다른 개념이다. 산다는 사실과 살아있다는 현실대해 전혀 고마움을 느끼지 않았던 시절에는 마음이 항상 어둡고 우울했다. 현실을 벗어나야 한다는 탈출의 욕구와 보이지 않는 것에 얽매여 살고 있다는 좌절감과 모두를 살게 해야만 한다는 책임감이 끝없이 목을 내리눌렀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의 상태가 사춘기 소년처럼 거친 반항의 기질만을 펼쳐놓았다. 가까이 다가온 급박한 이별의 전개 속에서 차분해지는 마음 상태는 혹여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상황적인 상태가 해결이 된다면 이것은 이별은 아닐 것이라고 여기게 했다.


"죽지 않고 살아있어 감사합니다. 죽 끓는 듯 끄달리는 마음 내려놓고 편안하게 하루를 시작합니다. 가볍게 삽니다."


로나 기간 때 심장이든 뇌든 뭐든 터져서 죽을 것 같았다. 알지 못하는 병원체에 손발 묶이듯이 묻어둔 과거의 마각이 밀려오면서 인간의 욕심과 허상에 끌려다니는 게 견디기 힘들었다. 숨 막히는 것도 마음을 환기할 기회가 줄어서 그런가 싶었다. 그러다가 살려면 삶에 대해 감사기도를 하라고 하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허공에 대고 오늘도 안 죽고 살아있음에 감사의 인사를 한 지도 삼 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처음엔 엎드리는 것도 분통이 터졌다. 이젠 시간에 순응했는지 꿇어앉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사라졌다. 다리에 쥐가 나면 코 끝에 살아있다는 전율도 함께 온다. 일 년을 운동처럼 했지만, 자전거 타다가 다리를 다쳐서 명상만 했다. 상처가 나아갈 때쯤 괜찮아졌다 싶어서 천천히 하루를 되새겼다. 글을 쓰고선 이전의 기억과 변덕이 올라와서 꾸준하게 하는 것이 싫어졌다. 일주일에 한 번 하던 명상도 잠시 눈만 감는 상태로 머물러 있다. 꿇어앉기와 오늘의 다짐은 아침에 요가동작을 하기 이전에 굳어진 몸을 푸는 사전 연습정도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장기간의 긍정적인 삶의 시선과 태도에 대한 연습이 이전처럼 급한 상황에 처하거나 해결의 위치에서 인생의 정리를 요구할 때 다른 모습으로 발휘됨을 바라보게 되었다.  


생명을 살리는 것처럼 보이는 문제해결의 능력은 감정 없이 상황적인 판단을 빠르게 하는 장점으로 발휘되고 있다. 인간의 죽음과 병마, 고통, 환각, 범죄, 황폐해진 현실 속에서 단련된 상황은 간헐적인 편두통과 어깨와 목을 뭉치게 하는 원인이다. 인간은 나이가 차고 병이 가득해지면 서서히 세상과 이별을 할 준비를 한다. 그리고 실제로 어떠한 존재가 떠나갔을 때 당연한 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전혀 예상치 못하는 죽음이나 급박한 고통으로 인한 당혹감은 잊은 줄 알았던 과거의 경험까지도 한꺼번에 밀고 들어온다. 지난 목요일, 죽음으로 다가가는 상황을 정리한 뒤에 미약한 안도감과 함께 관자놀이로 피어오르는 소름을 목격했다. 현재까지도 정리하지 못한 펼쳐진 오래된 아픔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정리하고서 급작스럽게 맞이할지도 모르는 이별에 대해 직시하는 눈을 떼지 말자고 되뇌어본다.    


2024. 7. 1. MON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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