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深度求索> 규제와 발전, 경계와 변화 사이
중국의 저비용 인공지능(AI) 딥시크(Deep Seek)의 등장으로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제작 비용과 능력에 의문이 치솟으며 미국의 관련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선진화된 존재들은 미개의 문명 앞에서 우주의 원리를 담은 작은 칩 속에 전능한 지니의 신화를 만들었고 세계 통제 능력을 의심하지 않았다. 시스템을 형성하고 계층화된 층위를 쌓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전복을 꿈꾸는 테크놀로지적인 반란은 사령관의 목 뒤에 쇠와 피로 만들어진 총과 칼 대신 처음 들어보는 빛의 레이저건으로 사살을 명령한다. 복제와 반복에서 시작된 제작의 본질은 치열한 학습을 통한 자기 개선, 그리고 새로운 변형이다.
"경제 지수와 지표가 내포하는 두려움은 딥시크로 상징되는 중국의 은밀하고 파괴적인 생산능력이 미래를 장악할지도 모른다는 자기 쇠퇴에 대한 경고일까?"
"아마 현재의 정치적 상황에서 단 시간 내 중국은 미국을 넘어서기 힘들 거야. 개별자가 사고할 수 있고 스스로 변화된다는 사실은 통합과 통제를 목표로 하는 체제에 커다란 위협이거든."
이십 년 전에 목도했던 중국은 1달러 가치의 셔츠를 1억 장 생산하여 미국의 최첨단 비행기 1대와 맞바꾸는 대규모 인해전술식 생산 전략을 실행하였다. 당시 외주 수출품을 만들기 위해 한밤 중 공장을 가동하다 보면 전기가 부족하여 다른 공장에서 전기를 끌어오기도 했다. 밤새도록 수만 개의 제품을 생산하고 관리하면서 배급제와 할당제, 자본주의적인 실천이 가득한 시스템적인 현실이 반영된 규모의 경제적 효율과 자립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설날 곶감세트 선물을 받으러 간 친구 집에서 친구 내외가 만들어 준 곶감말이와 차 한잔으로 담소를 나누다가 스모그가 사라진 한국과 중국의 배경이 된 전기자동차로 대변되는 이차 전지 개발 현황, 중국의 전기차 충전소 시스템 인프라의 구축 사례, 개인의 인체정보를 전자 월넷과 공용 앱에 적용시킨 중국 세관정보시스템, 그래픽처리 반도체칩(GPU)의 생산 현황과 경제와 맞물린 정치적 상황들까지 언급하다 보니 대화의 내용이 밀도 있게 넘어가버렸다.
27일 주가가 17% 이상 빠지면서 인공지능 개발 기업들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던 엔비디아 (NVIDIA)는 고가의 칩과 저가의 칩 사이에서 별다른 기능상 차이를 보이지 않는 저렴한 AI의 등장에 고도의 집산 능력을 의심받게 됐다. 엔비디아는 생성형 AI가 복잡한 연산을 하는데 필수적이라고 여겨지는 GPU가 최고의 성능을 낼 수 있도록 설계하고 디자인하는 기업이다. 공장 없이 반도체를 개발하는 팹리스(fabless) 기업인 엔비디아가 GPU 주문을 하면 대만의 파운드리 TSMC가 인공지능에 첨단 고가 반도체를 공급하며 AI의 기본기를 만들어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종합 반도체기업으로 반도체 설계부터 제조까지 담당하는 통괄적 파운드리 사업을 하고 있는 것과 대비하여, 엔비디아는 헤드 디자인 설계 중심의 제작 생산 조합시스템으로 성장하였다. 이미 몇 년 전부터 GPU의 골드러시를 의심스럽게 바라보았던 여러 관련 설계자들의 우려하는 태도를 살펴본다면 이번 딥시크발 저격은 AI 머신러닝에서 생성형 회로를 만드는 고도의 반도체 인프라 구축만이 아니라 사고적 추론의 효율성, 지속적인 모델 개선, 알고리즘과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비용의 최적화를 어떤 방식으로 도출하느냐가 문제의 핵심임을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딥시크(DeepSeek)는 틱톡(TikToc)처럼 미국에서 공정함을 위협하는 비일치적 정보의 생산과 확산의 규제대상으로 낙인찍히면 불현듯 앱이 정치적인 입김을 통해 삭제될지 모른다. 그러나 오픈소스 커뮤니티의 본질상 3억 3천만 인구의 미국이 스마트한 정찰의 관리 제도로서 인류를 위해 일정 규칙과 기준을 확립한다고 해도 정보와 기술의 원 개발 목적성인 편리한 사용의 당위성과 이익의 범용성에서 80억 인구의 세계를 대국의 편향적인 규제로 제어하기에는 어려워질 수도 있다. 트럼프는 20일 취임식에서 <파리 기후변화 협정>에서 탈퇴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란, 리비아, 예멘과 함께 기후협정에 가입하지 않은 나라가 된 미국은 인류 보호의 입장에서 180도 전환하여 파괴적인 진취성을 과감 없이 내세우며 대국의 체면을 탈피한 태도를 취하게 된 셈이다.
2000년으로 접어들면서 미국의 기술평가와 자본 지출이 대규모로 붕괴된 '닷컴버블(dot-com bubble)'을 통해 혁신적이고 전위적인 기술 태도들은 전 세계로 전염되었다. 미국은 중국만이 아니라, 한국, 인도처럼 튀어나오는 송곳들과 함께 갈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정치 지도자의 정당성을 상실한 과도한 이익의 재편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 놓인 한국은 탄력적인 외교적 기술과 생산적인 기술력을 증진시켜 우리가 상실했던 역사적 시간을 복원해야 한다. 자칭 자유주의 사상을 기본으로 한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주창하는 나라라면 그들이 비판하고 혐오해마지 않는 타국의 전제적인 통치 스타일을 펼쳐서는 다른 동행자들의 지지를 얻어낼 수 없다.
경제적 공동체를 형성하는 기본 개념인 타자와의 상생은 자신만 벌어서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잘 먹고 잘 살게 하는 것을 고민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규모의 경제에서 우수한 지도자의 통치 능력은 의심할 수 없이 중요하다. 중국 정부는 트럼프 2기를 맞아 올해 말까지 무비자로 한국·일본·호주 등 38개국에 한 달간 입국을 허용했다. 그 신호가 자기 수용인지 타자 배척인지 내부 염탐인지 상생 우호인지는 아직까지 미지수이다. 미국 우선주의 경제 모델을 주창하는 트럼프 정부는 미국 내 한국 세탁기의 판매량을 언급하며 관세를 물지 않으려면 미국에 제조 공장을 지으라고 권유하고 있다. 돌려 말하면 파운드리 공장 설립에 대한 은근한 회유일 수도 있겠다.
자잘한 생활의 압박과 한입 거리도 안 되는 유혹의 떡밥 속에서 시대가 이기적으로 변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위에서 아무리 하나의 물길만을 열어 시류를 억제한다고 해도 첨단분야에서의 기술 규제는 스스로 생각하기 시작한 AI의 태동과 함께 독점과 반독점, 전체주의와 전제주의 사이의 교착점에서 기술적으로 굴기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