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 IN THE MIST

<안개 속의 풍경> & <율리시즈의 시선 Ulysses' Gaze>

by CHRIS
[Landscape in the Mist, Τοπίο στην ομίχλη, Theo Angelopoulos. 1988]


1. α

안개. 눈. 정지된 인간. 상징물. 여정(旅程).



2. β

You have no right.

그 ‘시선’을 가둘 권리가…

전쟁. 광기. 죽음. 폭력. 자해로 이뤄진 세상의 신음들을.



3. γ

세르비아. 회교도. 크로아티아 세 청년들이

화합하여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는 날.

감옥에 갇혀있던 여행자의 시선이 해방되는 날.

고향 이타카를 향한 율리시즈의 눈이 밝아지는 날.

선명해지는 가슴 속 죄악들.

방랑자가 목표를 발견하고 여행을 그만두는 날.

The mist clears away, revealing a road that leads back home.



4. δ

신은 최초에 여행을 인간에게 주었고

그다음 ‘노스텔지아’를 느끼게 했다.



5. ε

조물주가 만든 혼돈. 축제. 죽음. 사랑. 비탄.

안개 속의 풍경. 희망. 모성. 근원. 자연.



6. ζ

지척의 거리에 삶과 죽음이 있었다.

뿌연 그늘만이 그 사이를 메우고 있었다.



7. η

한 뼘. 손 닿을 듯 가까운 곳에

선하게 그을린 위선만을 안고 산다면

불분명한 혼돈만이 세상을 뒤덮을 뿐.



8. θ

내가 다시 돌아올 때는

다른 이의 옷을 입고

다른 이의 이름을 쓰기에

내가 오는 것을 누구도 모르리.

돌아온 나는 그대에게 징표를 보여주겠네.

당신 정원에 있는 레몬 나무와

달빛 비치는 창문을 말해주겠네.

육체의 증거와 사랑의 증거도.


서로 뜨겁게 포옹한 채

몸을 떨며 옛 방으로 갈 때

달콤한 사랑을 속삭이면서

기나긴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겠네.

밤새도록 며칠밤이 걸리더라도

서로 포옹을 한 채로

사랑의 속삭임 속에서

한 인간의 모험과 끝없는 이야기를 말해주겠네.



9. ι

삶은 자신이 누워있던 곳을 기억하는 과정인가.

모태로 돌아가려는 끊임없는 욕구.

투쟁의 선혈과 죽음의 무심함.

무한한 사랑의 열병.

이데올로기의 퇴색은,

한 곳으로 귀의하려는 의지를 막는 바람이어라.

길 속의 먼지에

그을리고 얼룩지고 오염되어 버린 얼굴들.

전쟁, 풍속, 문화, 습관을 기록한

저리도 냉정한 시선을 찾기 위해

과거로 거슬러가는 한 인간의 행로는

자신의 삶을 바친 조각들을 잇는 것일까.



10. κ

눈 위에서 풀이 솟아나다니 신기해요.

엄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그렇지만 강물 소리는 들리잖아.

봄이 오는 가봐.




Epilogue
천진함과 포악함이 안개 속에 담겨있다.

총성과 아이들의 재잘거림도 혼돈 속에 묻힌다.

신을 빙자한 인간성의 말단이

축제를 맞은 사람들의 고성을 짓누른다.

한 발로 질러댄 허공 속 울림은

절규를 억누르고 차가운 침묵 위에

뜨거운 눈물을 흩뿌리게 하는구나.
뿌연 포성의 연기 속에서

초라한 외투를 눈 위에 대고 있는 방랑자.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냉정한 눈을 가진 그에겐

처절한 오열만이 남았다.

무심한 독백으로 그 허공만을 메운다.


2004. 8. 30. MONDAY



시선과 시선 사이

안개와 사람 사이

방랑자의 침묵 속에서

나무를 찾는 남매는 조용한 낙엽이 된다


선로 아래 연극이 펼쳐진다

친절하고 위험한 사람들

아빠 어디 계세요?

믿을 것은 우리 둘뿐


정지된 정물 사이로

하얀 죽음에 환호하는 사람들

거짓말 같은 검은 눈이 내린다


흑백의 사살된 오염들

시끄러운 파티 속에서

느닷없는 아이의 울음

광활한 신은 침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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