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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S. DALLOWAY

버지니아 울프 Virginia Woolf 《댈러웨이 부인》 | 달팽이 집

by CHRIS
[Virginia Woolf's Mrs. DALLOWAY 1997] Movie Poster


못 말리는 파티광이지만 친절한 여자. 온화한 말씨와 명랑한 성격.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는 이내 수심에 잠기는 소심한 속내. 화려한 결혼식을 끝내고 아이를 둘 정도 낳고 나면, 어느새 우울을 달고 사는 중년이 되어 있을까? 하얀 양산을 즐겨 쓰는 댈러웨이 부인의 주머니 속에는 무겁고 검은 돌멩이가 한 가득 들어있을 것 같다. 자아성취에는 그다지 쓸모 없는, 누군가에게 황홀한 저녁을 베풀어야 한다는 괜한 책임감과, 방안의 케케묵은 먼지를 닦으려 값비싼 구슬드레스를 손봐야 하는 소모전도 말려주지 않겠는가. 한번 물에 잠기면 귀찮은 삶의 잔해들이 모두 사라질 거란 유혹이 흩어진다.


타인과 나, 삶과 죽음이 드리운 평행선에는 물 위와 물 속을 혼전하는 자괴감이 섞여있다. 부레 없이 물 속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겠는가? 담장 꼬챙이에 힘차게 몸을 던진 사람은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고 한다. 비몽 속 죽음은 그만큼 강렬한 것이다. 자발적 통증도 말려버리는 정신적 압박. 오늘 너무도 유혹적인 당신과 거리를 두어야 한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후회 없이 지나치도록.


2006. 10. 23. MONDAY



가을이면 흐르는 물을 유심히 본다. 버지니아 울프(Adeline Virginia Woolf)가 《자기만의 방 A Room of One's Own》을 말하지 않았다면, 입센(Henrik Johan Ibsen)의 《인형의 집 A Doll's House》에서 노라가 자신을 찾기 위해 집을 뛰쳐나가지 않았다면, 여자들에게 해방의 날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각자의 방과 각자의 집은 스스로의 생을 짊어지고 변해가는 시간을 담아두는 달팽이의 집과 같다. 여자만이 아니라 남자들도, 이 삶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겐 세월에 휩쓸려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도록 부패하고 뭉그러진 자신의 모습을 찾아야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강물에 모든 것이 흩어지기 전에 스스로를 구하고 찾고 두드려야 하는 자립적인 태도가 필요하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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