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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GDAD CAFE, OUT OF ROSENHEIM

<바그다드 카페> 바람이 머무는 곳

by CHRIS
bagdad cafe.jpg [BAGDAD CAFE, Percy Adlon 1987] MOVIE IMAGE COLLAGE by CHRIS


할머니들이 벌써부터 고추를 말리고 있다.
먼지로 가득 찬 아스팔트 위에다 척하고 걸쳐놓은 고추 색깔.
적당히 푸른 하늘과 꽤 괜찮은 궁합이다.
보고만 있어도 흥큰하게 매울 것 같다.
몸속 가득 열기가 퍼져가는 느낌.

갑자기 뜨거운 기분 느껴보고 싶다.
그래, 나 이 작은 귀퉁이 벗어나
초원 바람이 부는 아프리카 들판에서 뒹굴고 싶다.
흙바람 부는 이집트 사원에서 뜨끈한 석양도 쬐고 싶다.
모래 바람 부는 사하라 사막에 가서 커다란 달도 보고 싶다.
모래더미를 침대 삼아 베개 삼아 침낭을 둘둘 말고 하늘 창 보고 눕고 싶다.
바닥은 차갑지만 마음은 따뜻해지는 그런 사막의 눈 맑은 하늘 별이 보고 싶다.


하지만 나에겐 작은 방뿐.
눈물만 흐르는 검은 방뿐.


그래, 갈 곳 없는 내가 가는 곳

또 다른 사막도 있다.
황량한 빈터 한가운데서 우두커니 서 있는
허름한 카페가 있는 사막.
하루종일 쉬지 않고 달렸던 트럭커가 잠시 술로 모래를 내려보내는 시원한 카페.
흐느적거리게 발밑으로 재즈가 흘러서
발걸음도 잡아버리는 그런 카페.
대걸레 자루 들고 물걸레질하면서 장난을 부르는 카페.
잠이 오면 끼고 있던 모텔 룸도 개방되는 카페.
마술쇼로 지루한 시선도 잡아버리는 카페.
마음껏 그림 그리고 웃을 수 있는 카페.
그런 카페가 있는 사막.

도시의 불빛을 뒤로하고 사막으로 향하는 트럭.
어디로 가는 걸까.
내가 있었던 그 어떤 곳보다 좋은 곳일까.
커피 머신도 고장나버리고 덩그러니 밴드의 연주만이 흐르는 곳일까.


날 부른다.

바람의 소리가
날 유혹한다.

날 스친 바람이 카페의 간판을 흔든다.
잠시 머물게 해 줄 이곳에 서니 목이 마른다.
향기 짙은 재스민 차로 목을 적시고 싶다.
네온 불빛이 발 밑으로 흐르는 곳에서.
따스한 마술로 나의 식어가는 온기를 채워줄 수 있는 그런 곳에서.

나를 부르고 너를 부르는 바그다드 카페.
하늘까지 널 부르는 Jevetta Steel의 미성으로 들어도 좋다.
진득하게 날 끌어당기는 Patti Austin의 음성으로 들어도 좋다.
Calling You, 들리는가.

사막이 부른다.
사막이 널 부른다.
모래로 만들어진 거리가 날 쓸쓸하게 불러댄다.
날 쓸고 가는 뜨거운 바람이 아이의 울음을 낸다.
잠을 잘 수가 없다.

너도 알고 있을 거야.
그 바람을, 다가오는 바람을
퍼져가는 그 온기를


꿈이 퍼져간다.
먼지만 황야를 노래하는 거리에서.
바람이 되어버린 이곳에서.



A desert road from Vegas to nowhere
Someplace better than where you`ve been
A coffe machine that needs some fixin`
In a little cafe just around the bend

I am calling you
Can`t you hear me?
I am calling you

A hot dry wind blows right through me
The baby`s crying and I can`t sleep
But we both know that a change is coming
Come in closer, sweet release

I am calling you
Can`t you hear me?
I am calling you.



숨 쉬고 싶다.

이런 곳이라면


2004. 8. 25. WEDNESDAY



나는 너의 말을 듣고 있어

항상


내 마음이 더 이상 듣지 않을 때까지

내 마음이 더 이상 쉬지 않을 때까지

내 마음이 더 이상 뛰지 않을 때까지

내 마음이 나를 더 이상 찾지 않을 때까지


나는 너의 말을 듣고 있어

나는 너의 말을 듣고 있어


I hear you

All the time


Until my heart stops listening

Until my heart stops resting

Until my heart stops beating

Until my heart stops searching for me


I hear you

I hear you



영화 <바그다드 카페 Bagdad Cafe>는 살아있는 인간의 향취가 뭉클하게 밀려 들어왔다. 뜨거운 여름에 어울리는 실없이 따뜻한 사막의 사람들. 갈 곳 없던 바람이 머무는 곳은 그림 속에서만 보던 바그다드 카페이지 않을까 싶었다.


자기만의 방이 없는 여자들은 남편과 대판 싸우면 익숙한 도시를 떠나 아무도 모르는 사막으로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 그런 매력적인 제안이 가득했다. 소울 음악은 영혼을 자극했고, 툭툭 건드리는 소박한 사람들의 건조한 유머가 정겨웠다. 한참 화면을 바라보며 먼 곳으로의 여행을 꿈꾸었다.


익숙한 도시 로젠하임을 떠나 건조한 네바다 사막에서의 새로운 생활을 꾸리는 한 여인의 적응기는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접촉을 통해 우정의 오아시스를 만난 듯이 가짜 꽃의 얼굴조차 펴지게 만든다. 하루를 근근이 살아가는 각색의 사람들과 맞지 않는 언어조합까지도 유쾌하게 끌어안는 마술적인 영화의 분위기는 새로운 모험을 떠나보도록 마음에 후끈한 불을 지폈다. 페르난도 보테로(Fernando Botero Angulo)의 모델 같기도 했던 풍만한 몸매의 야스민 (Jasmin)은 이름처럼 재스민 향기를 내뿜으며 사람들 속으로 은은하게 스며든다. 끈적하고 후덥지근했던 바람이 건조해지려고 풍향을 바꾸는 여름의 끝자락이면 바람이 감미롭게 머무는 바그다드 카페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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