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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JOURNEY WITH POETRY

시와 함께 한 여행 : 장계(張繼)의 풍교야박(風橋夜泊)

by CHRIS
[風橋夜泊, 張繼] 寒山寺. 2007. 11. 25. PHOTOGRAPH by CHRIS


당나라 시인 장계(張繼)의 시로 알려진 한산사(寒山寺)는 1600년경에 세워진 비교적 작은 절로, 종루와 사리탑, 풍교야박(風橋夜泊)란 시 때문에 유명해졌다. 일본인들이 원래 여기에 있던 종을 약탈해 가다가 바다에 빠뜨렸다는데 아직도 못 찾고 있다고 한다. 후에 이를 미안하게 생각한 일본에서 다른 종을 선물한 것이 현재 한산사에 보관되어 있다. 한산사를 이루는 많은 이야기 중에서 나른한 발걸음을 멈추게 한 것은 장계(張繼)풍교야박 風橋夜泊이 흘리는 나직한 속삭임이었다.



風橋夜泊》 張繼


달 지자 까마귀 울고 서리는 하늘에 가득한데

강가 단풍나무와 고깃배 불빛에 잠 못 이루네

쑤저우(苏州) 성(城) 밖의 한산사에서 울리는

자정 범종 소리만이 나그네 뱃전에 부딪히네


月落乌啼霜满天,

江枫渔火对愁眠。

姑苏城外寒山寺,

夜半钟声到客船。



여행을 하면서 혼자의 삶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소소한 긍정과 한편으로는 외롭고 쓸쓸하다는 약간의 우울을 경험했다. 지겨워하던 것들을 그리워하게 됐다는 점은 좋은 현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벗어나고자 해도 벗어날 수 없던 족쇄들을 멀리서 바라보며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 것인지 궁금해졌다. 피로 얽힌 가족들, 만나던 사람들, 익숙한 언어들, 거닐던 거리, 먹던 음식, 타던 차, 듣던 음악, 놀던 동네. 그 모든 것과 이별하고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거리를 배회하면서, 혼자만의 저녁을 맞으면서, 노신의 방황(彷徨)이라는 글자에서도 하루를 어지럽히던 순간을 놓아주고 싶었다. 같은 시간에 같은 목소리로 주변의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던 것은 조여오던 인생의 문턱에서 편안하게 사람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함이었는데, 정리의 시간 동안 조용한 사람으로 변한 것 같다.


사람의 삶은 동굴과 같다.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보이지 않던 세계가 터져 나온다. 누군가는 보물을 안고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악취와 오물이 가득 찬 하수구를 내보일 것이다. 값진 인생을 살고 싶다. 이국에서 살아가기는 어렵지 않다. 돈을 벌어야 하고 노동에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걸터앉은 탈출구에서 일어나 빠른 시일에 입지를 찾아야 자립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 상해에 도착하고서 한국과 그리 다르지 않은 모습에 잠시 무엇을 하며 살까 고민했다. 나만의 특기와 장점을 살려 도전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인가? 지금 시점에 앞날을 고민한다니 별스러운 일이다. 이국에서 살아가기. 나를 찾기. 앞을 바라보기. 이 세 가지가 이곳에서 풀어갈 숙제가 될 것이다.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지 않는 것을 분명히 하고, 타인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터득하며, 개인적인 이상이 의미 있게 발전하도록 만들어야겠다.


2007. 12. 8. SATURDAY




다른 시간, 다른 곳에 살고 있는 우리는 비슷한 시각을 가지고 유사한 생각과 감정을 내보인다.


谁的青春没点伤,

谁的爱情没点疤,

哪里有那么完美.


누구의 청춘이 상처가 없을 것이며,

누구의 사랑이 흉터가 없으리오,

어디에 그렇게 완벽함이 있던가.



내 인생의 두 번째 외출이었다. 여행을 하면서 안팎의 변화를 기대하며 묵은 마음의 먼지를 털어냈다. 날카로운 부분도 나름 부드럽게 다듬었다. 아직도 작업할 때는 날을 세우긴 한다. 새롭게 형태를 잡고 하나의 각을 세우기까지 예민함은 필수이다. 그러나 이유 없이 불퉁스럽게 가시만 내보이고 싶지는 않다. 세상의 복잡한 그물 속에서 허물은 씻어내고 낙천적인 순간을 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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