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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GA

요가

by CHRIS
[YOGA MELODY] 2005. PHOTOGRAPH by CHRIS


"머리카락 한 올 바람에 날리는 것에도 뜻이 깃들여 있다면 그것은 요가이다."


악보를 그리듯 크게 생각했을 때

삶의 고단함에도 나름의 의미가 존재한다면.


나는 작은 사람이다.

하루하루 흘러가는 것에서 나를 발견할 수 없을 때

토할 듯이 어지러워지는 아주 작은 사람이다.

온통 바람이었으면 좋겠다.


긴 호흡이 나를 깨우고 살리리라.

번잡스러운 요식의 행동보다는.


비가 오면 모든 걸 태우고 싶다.

쾌속정으로 달리는 빛은 한 줄로 날 이끈다.

밤이 되면 빛이 그립다.

그렇게 피해 다니던 인생의 선율이 연주를 시작한다.


2005. 7. 9. SATURDAY



허리를 다치고서 한국을 뜰 때까지 요가를 꾸준하게 했었다. 전문성은 없는 상태에서 요령 없이 오기와 힘만으로 사람을 다루던 어느 날이었다. 내부에서 판자가 갈라지는 소리가 나면서 찢기는 듯한 소름이 등의 긴 근육을 통해 들어왔다. 뜨끔하게 올라오는 통증에 중추신경과 뒷골이 무거워지기 시작하더니 몸을 오른쪽으로도 누울 수 없고 왼쪽으로도 돌리기도 어렵고 정면으로는 어림없고 안절부절못한 상태에서 엎드리기조차 어려웠다. 허리를 굽히면 머리가 어지럽고 식은땀이 흐르고 신음소리가 절로 나왔다. 가뜩이나 병원에 갈 일이 많은데 따로 병원에 갈 시간도 없고 엄두도 안 났다. 병원냄새는 질겁을 했고 병원이라는 소리만 들어도 지긋지긋했다. 스스로 치료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신촌에 있던 한 요가원을 찾아 새벽마다 요가를 했다. 생활에서 반복되어야 하는 사람을 드는 방식에 익숙해져야 했다. 겉으론 건강하게 보여도 두통도 심했고 어깨는 오십견이 온 듯이 돌덩이에 목은 깁스를 한 듯이 움직일 수 없고 다리는 삐걱거리고 손목은 터널증후군에 귀에서는 염증이 흘러나오고 안구건조증이 가득한 눈은 버석거리고 허리는 나가고 온몸이 고장 그 자체였다. 삐그덕거리는 몸으로 고장 나고 낡은 것들과 함께 하는 삶은 뭐랄까, 기괴스러움이 가득했다. 삼 년 전부터 요가를 다시 시작하긴 했지만 무릎이 나가버려서 요가동작은 아직도 잘 못한다. 신체적 비율을 멋지게 만드는 것에는 관심이 없는 데다가 요가의 달인은 될 생각이 없어서인지 허리의 힘을 기르는데만 집중했다. 석 달 정도 지나자 허리에 힘이 붙었는지 아픔에 익숙해진 것인지 통증도 서서히 사라졌다.


사람을 들고 나르면서 의식이 있는 것과 의식이 없는 것, 몸을 가눌 수 있는 것과 가눌 수 없는 상태의 무게 차이는 생각보다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배움으로 알게 된 이론적인 계산의 수식과 직접 겪는 심리적인 부담의 가중은 차이가 확연하다. 살면서 수치심은 내려놓은 지 오래됐다. 부끄러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는 것이다. 나 자신에게 살기로 약속했으니까 살아있기 위해 살았고 그 목적성과 의미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살겠다는 것은 결국 타인도 같이 살리는 일이기도 했다. 그들의 짐을 짊어지겠다는 소리였고 결심이 서기까지는 오래 걸렸다. 쿨하게 대답할 수 없는 책임감은 무거웠다. 그땐 타인의 기대감에 대응하는 방법을 몰랐다.


다른 사람들이 쉽게 범접하지 못하게 생긴 것은 사회생활에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말을 거칠게 하지 않으면 재벌집 태생인 줄 안다. 한마디로 고상하면서 비판적인 태도는 삶의 모순이 안겨준 선물이다. 마음의 응어리를 훌훌 날려버릴 것이라고 다짐해 놓곤 잘 안 된다. 다 버려버리기엔 석연치 않은 정리를 보며 아직은 아니라고 내부에서 제동 거는 움직임이 있다. 사진은 터널 안에서 운전하면서 찍었다. 스릴 있게 아무도 없는 터널에서 흘러가는 빛을 찍는다는 것은 땅굴을 파는 두더지의 심정처럼 탈출을 향한 헛발짓 같기도 했다. 인생에 먹구름이 가시지 않는 심정이었고 눈앞이 무겁고 머리가 납덩이였다. 그래놓고는 한적한 요가를 생각하다니, 참 나도 못 말린다. 살기 위해 육신을 지탱해 준 허리를 악을 쓰고 돌려놨듯이 곤두박질치는 순간을 스스로 치유하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최악의 부정적인 순간에도 긍정하고 싶다. 나에게 약속했듯이 살기 위해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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