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gerprints of Worry] 2004. 8. 19. NOTEPAD. MEMENTO SKETCH by CHRIS
찌그러진 스텐 주전자 한통 벌컥벌컥 비웠다. 아직도 속은 불구덩이다.
찬 바닥에 엎드려도 봤지만 아프기만 할 뿐 속은 시큼한 담즙만 내뿜고 있다.
유리창에 대고 조이는 가슴을 찍었다. 찰칵, 선명하게 찍힌 줄무늬.
검게 타버린 위장 속엔 내버린 줄 알았던 걱정의 지문이 꿈틀대고 있었다.
2004. 8. 19. THURSDAY
가끔, 열렬히, 비밀을 털어놓고 싶다. 그러나 비밀은 알려지면 더이상 비밀이 아닌 것이다. 시원하지도 않고 해결되지도 않는 것이 비밀이기 때문에 말해서는 안 되고 말할 수도 없다. 걱정거리도 그러하다. 걱정을 나눈다고 해서 걱정은 해결되지 않는다. 간소한 불안은 큰 덩어리의 불안으로 전이되어 통제되지 않는 전염병처럼 퍼져나간다. 속말들이 살아있는 듯 솔직하고자 일어날 때 눈 감았던 과거의 기분들이 밀려든다. 만성으로 춤을 추던 감정의 파도가 얼굴 밖으로 넘실거린다. 지금도, 문득, 생경하게 그러하다. 비밀을 말하고 싶을 땐 답답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