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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ORD IN THE MIND

마음속의 칼

by CHRIS
[SWORD IN THE MIND] 2004. 9. 1. NOTEPAD. MEMENTO SKETCH by CHRIS


눈을 가리고
마음 위에다 칼을 댔다.
忍.


눈을 꼭 감고
마음 위에다 칼을 댔다.
忍.


눈을 동여매고
마음 위에다 칼을 댔다.
忍.


눈을 떴을 때
내 마음에 올려진 칼이 보였다.
따뜻함과 서늘함이 같음을 보았다.
손을 내려버렸다.



愚濁生嗔怒

皆因理不通
休添心上火

只作耳邊風
長短家家有

炎凉處處同
是非無相實

究竟摠成空

우둔하고 어리석음에서 성냄이 생기는 것은

모두 이치에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음의 불을 더하지 말고

그저 귓가에 흘려보내라

집집마다 장점과 이 있고

세상 어디에나 따뜻함과 냉대가 있다

옳고 그름은 본래 실체가 없으니

궁극적으로는 모두 헛될 뿐이다


2004. 9. 1. WEDNESDAY



마음이 견딜 수 없을 때는 마음속 그림을 그렸다. 그림 도구가 없어서 컴퓨터의 기본 앱 노트패드를 켜고 마우스로 그렸다. 롤링이나 포인트에 적당한 두툼한 마우스를 잡고 일직선을 긋는데 집중했다. 그리면서도 뭐 하고 있나 싶기도 했다. 혼자 피식거리면서 그리고 있으면 터질 것 같은 기분이 가라앉았다. 컴퓨터로 문서를 만지면서도 한밤이 되어서 시간이 날 때는 머릿속을 정리했다. 내 삶은 없고 모든 것이 엉망이다 싶었다. 습관처럼 생각이 담긴 그림은 버리지 못하고 그 앞에서 주절거렸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니까, 다시 그리라고 하면 이렇게 그리지 못하겠다. 그때는 그 당시의 상황과 삶이, 생각이 있었으니까, 시간의 징검다리 뒤에서 이젠 다른 그림을 보고 있다. 그래서 아무리 괴롭고 힘들어도 참을 인(忍)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고 하나 보다. 옛말 참 틀린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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