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roe and Freud from Hero Sandwich Series, Lynn Hershman Leeson, 1988
마릴린 먼로와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의 녹아버릴 듯한 일그러진 결합은 멍한 얼굴 속에 냉철하면서도 몽환적인 내면의 의미를 담고 있으리란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때 이른 죽음을 통해 시대감을 상실한 먼로는 야구선수나 작가나 심리학자나 그 누구와 매치되든, 그 누구의 방에 걸려있든, 벽이 회색이건 핑크빛이건 혹은 값싼 티셔츠던 캠벨 수프 캔이건 명품스카프 위던 간에 프린트된 순간 의미와 무의미, 그 무색한 이중의 상징성을 발한다. 백지처럼 새겨 넣을 것이 많은 사람이 기억 속에 오래 남는 법인가 보다.
2007. 1. 29. MONDAY
C.S. 루이스(Clive Staples Lewis)의 《나니아 연대기 The Chronicles of Narnia》는 십육 년 전 북경에서 본 판타지 영화였다. 무신론에 단일당 체제를 고수하는 공산권의 나라에서 유신론적인 색채를 켈틱 신화에 덧씌운 루이스의 소설을 풀어낸 영화라니!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 포터》와는 다른 결의 환상 속에서 깊숙하게 숨겨진 옷장 속의 마녀와 아슬란(Aslan)의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시간의 초월성이 어긋난 듯 전혀 맞지 않는 듯한 얼굴의 사람들이 만나면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루이스와 프로이트의 만남, 유신론자와 무신론자의 설전처럼 인간들의 부조화적인 결합은 세기의 조우에 기대감을 건다. 십 여분 남짓 보았던 비행기 속의 영화 《프로이트의 라스트 세션 Freud's Last Session》의 오프닝 독백은 잠결 위로 나직하게 흐른다.
"이 세상의 광야를 걸어가다가, 어느 동굴이 있는 곳에 이르렀다. 거기서 몸을 눕히고 잠에 들었는데, 잠든 동안 꿈을 꾸었다."
"As I walked through the wilderness of this world. I lighted on a certain place where was a den, and laid me down to sleep and as I slept, I dreamed a dream."
《천로역정, 존 번연 | 天路歷程, The Pilgrim's Progress, John Bunyan》
꿈속의 꿈. 박사와 작가. 심리와 상상, 현실과 옷장, 사실과 신화, 과학과 믿음. 무엇이 진실일까. 이야기가 흥미로워질 무렵 한국에 도착한 이유로 자리를 떠나야 했기에 화면에서 멀어졌다. 삶의 도처에서 튀어나오는 어울리지 않는 세계의 부조화스러움은 도박에 빠져 간편하게 끼니를 때우던 샌드위치 백작(Earl of Sandwich)의 합리적인 발명의 시간을 끌고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