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PPED THOUGHTS

갇힌 생각

by CHRIS
[TRAPPED THOUGHTS] 2004. 12. NOTEPAD. MEMENTO SKETCH by CHRIS


빈혈기 도는 세상에서 소외된 자들에게 넣어주기 쉽고 받기 편한 물건으로는 작고 얇고 가벼운 책이 있다. 창살 밖으로 불거지는 고삐 풀린 행동은 자유롭게 활개 친다. 사람의 머리 위에서 타오르는 생각은 과격한 행동으로 전해지고, 여전히 갇힌 것은 어둠 속에 머문 생각이 아닐까. 일주일 전, 작은 책을 샀다. 추위를 막아줄까 싶은 헛된 기대로. 아직까지 전하진 못했다. 새해가 지나고 나서 드려야 할 듯하다. 밝은 날이 다가오는데 눈도 멀고 귀도 멀고 정신도 멀어간다.


2004. 12. 31. FRIDAY



이십 년 전 수마가 휩쓴 황톳빛 세계를 지켜보던 마음이 다시 울렁이고 있다. 진창에서 벗어나지 못해 괴로워했던 시간이 떠오르면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는다. 올해 연말은 불안하고 매캐한 검은 연기로 그을렸다. 현재가, 오늘은, 지금이 괜찮냐고 묻는 사람들이 이토록 많은 2024년 12월 말이라니, 우리들의 시대는 암초를 만난 듯이 급물살로 표류하고 있다. 삶에서 언제 평온한 날이 있었냐만은 스스로에게 매몰되는 갇힌 생각에서 벗어나고 싶다. 숨쉬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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