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THE MARTIAN

<마션> 고독한 인생에 대한 뜻밖의 통찰

by CHRIS
THE MARTIAN 2015


비행기 안에서 화성에 낙오된 탐사대원의 고독과 삶의 사투를 맛본다는 것은 트램펄린을 타고 공중에 뜬 채 세상을 둘러보는 기분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모호한 미래나 우주적인 삶에 대해 공포감이 가득하거나 비관적인 시선이 돋보였던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나 <에일리언> 시리즈 같은 여타 영화들과는 달리, <마션>은 고독한 공간에 내버려진 인간이 첨단 과학기술과 학습된 경작 능력, 복고적인 음악들을 통해 강렬하게 버티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구로부터 2억 5천만 킬로미터가 넘는 거리에 홀로 놓인 한 인간의 고독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살아가고자 부산하게 움직이는 마크 와트니를 보고 있자니 지구에서 살을 맞대고 살면서도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사람들의 편협한 선택이 낭비스럽게 느껴졌다.


"I Will Survive!"


경쾌하게 살아남을 거라는 의지가 돋보이는 글로리아 게이너(Gloria Gaynor)의 음색으로 마무리되는 <마션>은 어렸을 적 화성에 대해 갖고 있던 파괴적이면서 강렬한 신화적인 이미지는 없었지만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의 노래 [Starman]처럼 스타맨(Starman)의 하늘 워킹을 불편하지 않은 시선으로 느긋하게 보도록 만들었다. 보이지 않은 세계가 어둡지 않고 밝아서 리들리 스콧 감독의 초긍정이 살짝 부담스럽긴 하다. 우리가 만들어가는 기술로 이루어질 미래 세계의 무한한 확장에서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살아가고자 몸부림치는 현생에 가치를 걸만하다는 굳건한 믿음이 아닐까 싶다.


2016. 1. 28. THURSDAY



보통 영화적인 시선만이 아니라 사물과 사람, 대상을 파해하는 감성과 시각은 시간을 거치면서 변화한다. 개인적으로는 어렸을 때부터 현재까지 속에서 흘러내리는 말을 관찰해 보면 대상을 관조하는 기본적인 틀과 기조는 변하지 않았다. 다만 언어가 완성되지 않았던 시절엔 표현이 미숙하였고 경험이 일천하였을 땐 감성이 얄팍하였다. 하루가 조용한 밀폐공간에 갇힌 것처럼 아무 소리 없이 흘러갈 때가 있고, 하루에도 감정의 기복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널뛰기를 할 때가 있다. 적막한 순간에 멍하니 앉아 있다가 문득 어떻게 되더라도 꼭 살아남을 것이라고 다짐하던 시절이 떠오르면, 가슴이 달아오른다. 온몸이 타들어가는 와중에 그렇게 살고 싶었나 싶어서 그 의지의 시간으로 흠뻑 빠져들어간다. 살고 싶어 하는 몸부림은 거부할 수 없는 인간의 본능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CAROL, THE PRICE OF SAL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