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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TRATERRESTRIAL LOVE

LOVE : 타 세계 공략법

by CHRIS
[Discovery in everyday life] INCHEON AIRPORT. 2024. 11. 8. PHOTOGRAPH by CHRIS


난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특이(特異) 하단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부모님에게도 형제에게도 친척에게도 친구에게도 급우들에게도 선생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동료한테도 거래처에서도 한국인들한테도 외국인들한테도 초면에도 구면에도. 그래서 특이하다는 것이 '썸띵 스페셜 SOMETHING SPECIAL'하지 않다. 특별한 시각을 가져야 살아남는 세계에 살고 있으니까 어쩔 수 없다. 하지만 특별함이 일상다반사면 그것도 더 이상 특별함은 아니다. 날고 긴다는 창의적 공간에서도 슬며시 세계관을 펼쳐놓으면 특이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래서?

특이는 무엇인가. 부모님도 어렸을 때 그랬다.


"넌 누구 자식이냐?"

"전 어디서 왔나요?"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


그래서 그날부로 가출을 했다. 반나절 가출. 철교 위에서 고향의 연고를 찾아보았으나 전혀 근원을 알아낼 수 없었다. 춥고 배고팠다. 먼지만 날리는 다리는 내가 태어난 곳이 아님이 확실했다. 화를 삭이고 집에 와서 차분하게 다시 물었다.


"밥때가 지났는데 어디 갔다 온 거야?"

"다리요. 진짜 다리에서 태어난 거 맞아요?"

"아휴. 얘가 뭐 이리 엉뚱해! 내 다리 밑에서 나왔다니까."


그 이후로 어른들 말은 모두 '왕 구라뽕'으로 빨간딱지를 붙여 놓았다.



어느 날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멀쩡하게 생긴 남자가 다가왔다. 이 남자는 시도 때도 없이 그냥 "사랑한다"라고 하는 거다. 좋든 싫든 화가 나든 짜증 나든 말든 그게 사랑과 연관이 없는데 내뱉는 단어가 무조건 사랑이었다.


"사랑 그만 말해!"

"사랑 좋아하시네."

"이게 사랑과 뭔 상관이야?"


그런데 그 사람은 오직 나에게만 사랑한다고 그런다. 이해가 안 된다. 자기도 화를 내면서 나를 사랑한다니 뭘 잘못 먹은 게 확실하다. 그래서 나도 그를 공명선생(孔明先生)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외계인을 보고 삼십육계줄행랑(三十六計走爲上策)을 고민하던 지구인들 사이에서 와룡(臥龍) 또는 복룡(伏龍)의 별호처럼, 영리하게도 외계인 접근방법을 십팔사략(十八史略) 한 게 틀림없다.




사랑은 지구를 떠난 유니버설한 개념이다. 영화 <E.T.>에서도 보듯이 외계인과 친구 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생판 모르는 세계의 언어도 사랑으로 극복된다. 텔레파시와도 같은 생존 신호인 사랑을 자주 외치는 건 감정 자극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외떨어진 단어로는 모르겠다.


사랑, 그것은 무엇인가?





[Discovery in everyday life] INCHEON AIRPORT. 2024. 11. 8. PHOTOGRAPH by CHRIS


일을 하러 돌아다니다 보면 변화하는 세계를 보게 된다. 사물의 소비에 대한 생각과 공간을 표현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백화점 팝업 공간에 예술작품이 걸리고 호텔 로비에는 미술작품이 회랑을 장식하고 공항 라운지와 휴게공간에도 설치작품이 놓여 있다. 작품 가격은 유산층의 문화적 대중에게 시각적으로 인지가 되는 확률에 의해 변동한다.


덜덜거리는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으면 초지능을 가진 AGI의 출현으로 기계를 통제하지 못하는 인류가 종말에 이르리라는 불길한 전망보다, 기체의 엔진고장이나 비행 중 외부적 타격변수에 의해 개인적인 종말이 앞당겨지는 것은 아닌지 잡생각이 난무한다. 오늘도 살아있음으로 하여, 불건전하게 피어오르는 미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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