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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ULSION, EKEL

<혐오> 눈동자의 경계선

by CHRIS
REPULSION, 1965


긴 속눈썹에 감추었던 눈동자

인형 머리 흔드는 신데렐라는

석고로 얼굴 가린 뷰티숍에서

귀부인의 반지를 다듬고 있


창 밖으로 보이는 수녀원 생활

불쌍하다 혀 차는 잘난 사람들

냉장고서 썩어가는 통조림들과

수도관에서 흐르는 녹슨 물들

금이 가는 저 벽과 상관없을까


어젯밤 신음 소리 듣지 못했니?

내 언니와 남자가 몸을 나눈걸?

저 벽이 금 간 거 듣지 못했니?

나를 뚫은 괴한이 저기 있는데?


의자 위의 하얀빛은 나의 머리에

색 환상이 떠도는 썩은 감자에

오렌지주스 밤이 다가온단다

인형을 까닥까닥 조종하면서

말라가는 토끼 다리는 곰팡이 피고

통통했던 감자가 쭈글거리면

파랬던 감자싹이 알싸해진다


독 오른 환상에 균열이 생겼네

비스킷이 말라서 부서진다네

나의 벽을 부시는 외부인들은

점토가 된 살에 자국 남기고

침대 속 암흑에 빠지게 한다

살 마르고 싹 나는 감자 온실은

고백했던 동상으로 못을 박는다

능글맞은 투전꾼의 수염 깎는다

유리에다 적는 광기 들어보세요

브랜디로 축이기엔 너무 질기네


가족들은 어디로 가버린 걸까?

팔짱 낀 어린아이 남겨두고서

유쾌하게 어디로 사라졌는가?

내가 본 건 무엇실인가?

옛날의 나의 눈만 깜박거린다


나의 성을 침범하지 마세요

자궁에서 터지는 유리 동굴은

당신의 웃음들을 베어갈 테니

허약해진 꿈들은 잠이 들었고

흔들리는 환각은 무표정하네



나를 놓는 순간부터 진행되는 舞曲. 내부의 광기들. 진공 상태인 홍채는 위태한 삶을 운반한다. 공중에 매달린 끈은 절망의 손을 지탱할 만큼 튼실하고, 겹겹의 환상은 추악한 반발 속에서 너끈히 녹아있을까? 잡아 둔 환각은 혐오스럽다. 어떤 짓을 저지를지 모를 정도로. 근육을 압박하는 정신의 주기적인 발작은 제어하기에 굉장한 힘을 요구한다. 계절마다 앓는 지독한 감기몸살 증상과 비슷하다.


2005. 4. 12. TUESDAY



아름다운 여인의 결벽적인 광기는 아파트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현실과 환각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변형된다. 원형의 시계 초침소리는 차츰 커져가고 과거에 구속된 여인을 덮치려는 지나간 시간의 손길들이 현재에 환각적으로 가까워진다. 커다란 동공은 썩어버린 감자 싹으로 둘러져있고, 오뚝한 코끝에는 말라버린 시체들의 향취가 맴돌며, 붉은 장미향이 머문 입술에선 경악스러운 구토가 자리하고 있다.


내부에 단단히 뿌리내린 혐오의 감정이나 모호하게 확장된 대상에게 극대화된 반발은 스스로를 제어할 수 없게 극단적인 행동으로 몰고 간다. 자기도취적인 이념과 대상이 존재하지 않는 불특정한 신념, 방향을 상실한 채 맹목적인 추종에 빠져있는 인간들의 의식세계는 굳게 닫혀 있다.


네모난 구역에 갇힌 생쥐가 알 수 없는 불안이나 생존의 위협적인 상태에 휩싸이면 반복적으로 빠르게 원을 그리며 회전한다. 화려하고 매끈한 겉모습에 현혹되지 않아야 한다. 분노에 사로잡힌 좌절이나 사이코틱한 환각으로 빠져들지 않으려면 심리적인 변형과 맞물려있는 내부적인 뒤틀림에서 벗어나야 한다. 무엇이든지 지나치면 금물이다. 스스로를 제어할 수 없어 가슴에 커다랗게 상처를 입은 채 힘없이 소멸하고 마는 것이 혐오라는 감정에 덧입혀진 극도의 반발심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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