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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Apr 14. 2024

MöEBIUS STRIP

내 안의 우주 : 뫼비우스의 띠, 생각의 끝

[The Universe Inside Me, Möbius Strip]  2024. 4. 14. PROCREATE. IPAD-PRO. DRAWING by CHRIS


생각을 달리다 보면 저 머나먼 상상의 언덕 끝까지 달리게 된다. 달리고 달리면 아무것도 없다. 정말 깜깜한데, 그래서 모두 전멸인가 보면 또 그건 아니다. 시간을 들여 살피면 그 뒤에 작은 불꽃 같은 것이 생성이 된다. 아주 오래 뒤에, 속편이 나오고 생명이 유지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연속적 연기순환 (連續緣起循環)


정지(Stop) 또한 가는 힘과 오는 힘, 진행과 저항의 힘이 동일한 상태인 것이지, 우리가 알고 있듯이 정지는 아닌 것이다. 모든 것은 힘의 균형을 상실하면 다시 움직이기 마련이다.


"너랑 끝이야."


그래서 이 말은 사실이 아닐 경우가 농후하다. 당시는 그랬고 좀 지나면 또 아닐 경우도 있다. 난 내가 엄청 단호한 줄 알았다. 그런데 안 한다고 하는 거 좀 후에 하고 있는 걸 보면 변덕인가 싶기도 하다. 예를 들어 밀가루 음식을 안 좋아하는데, 라면을 끓여 먹고 있다던지 빵을 뜯어먹고 있거나 부침개를 찢어먹고 있는 것이다.


"너 밀가루 음식 싫어한다며?"

- 배고파.


다만 진짜 별로일 때가 있는데, 그때는 길을 달리한다. 혹여 살다 만날 수 있겠지만 시점이 지나면 별 의미는 아니다. 굳이 버스노선이 다른데 상대의 인간사에 혼란을 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을 보면 미련이 많다. 울고 불고 짜고.


감정이 떠났는데, 어떻게 해? 할 수 없지 뭐.


한가롭게 길을 걷거나 사물을 보면 심심하기도 하고 머쓱하다. 그때부터 생각 스피커가 켜진다. 귓가에서 들리는 소리가 있는데 정말 끊임없이 중얼거린다. 당연히 입은 다물어있다. 내부와 외부가 같이 중얼거리면 정말 미친 거니까 눈은 초롱초롱하게, 입은 꼭 다문다. 혹시 사람들도 그럴까 생각해 보는데, 아닌 거 같긴 하다. 영화에서 주인공의 독백 있지 않은가? 그런 상황이다. 이야기가 줄줄 흘러나온다. 끊임없이 자기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혼자 독백부터 온갖 애드리브는 다 치는 가보다. 스스로 기특할 정도로 재미있을 땐 참지 못하곤 웃는다. 꼭 그럴 때 머피의 법칙처럼 앞에 사람이 있다. 물론 이 사람과 웃음의 포인트는 전혀 무관하다.


"저요? 뭐가 그리 좋으세요?"


혹은,


"뭐야! 비웃는 거야?"


- 아, 웃음이 헛나갔네요. 신경 끄세요.




시선을 전환하여 나라는 인간을 구성하는 글들과, 영화, 옷, 그림과 같은 것들은 다른 형태적 속성으로 묘사한다면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글은 영혼, 영화는 정신, 옷은 육체, 그림은 영혼과 정신의 감정. 이렇게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몸체와 정신으로 구성된 사람은 자신이 속해있는 공간적 경험과 시간의 권역에 따라 기호와 취향이 생겨난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고, 나의 취향만 말해야겠다. 지금까지 누가 물으면 대충 말하다가 다 싫다라거나 모르겠다고 끝났는데, 사실 나는 기호가 있는 편이다.


일단 자기만의 생각이 확고한 사람이 좋다. 하지만 오류가 발견되면 잘못을 수긍하고 변화도 할 줄 아는 유연성도 있어야 한다. 좀생이처럼 협소한 시야를 가지고 지질하게 화내고 투정 부리는 것은 질색이다. 말을 하자고 했는데, 말 막힌다고 열받아서 벌떡 일어나서 가는 사람도 별로다. 나간다면 간다고 인사는 하고 가야지 예의 없게 화내고 가면 인상도 더블로 구겨진다. 자꾸 기대면 힘드니까 남에게 부담 주지 않기 위해 밑바닥에서 스스로 잘 서야 하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야 한다. 엎어져있으면 다가가서 일으켜줘야 하는 수고가 신경 쓰인다. 세 살 이상은 뭔가에 꼬꾸라지거나 넘어지면 손 내밀지 말고 알아서 일어나기, 그것은 생활의 기본이다. 이건 삶의 자세인가? 하여간 정신은 제대로 박혀 있어야 한다. 먼 곳에서도 살아있다고 신호를 반짝이는 유성 같은 정신이 좋다. 다가가기 편하고, 동지를 만난 느낌이다.   


순수한 영혼은 잘 모르겠다. 업체에서 고민해서 만든 생리대 이름처럼 '순수'라는 것은 단어일 뿐이고 '화이트' 또한 단어이다. 이것이 순수나 하얗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단어와 그 의미는 인간이 역사 속에서 문화를 구성하여 명명한 이름이기 때문에 거기에 목숨 걸 필요 없다. 그래서 하얗고 깨끗한, 그 순결하고 고매한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보면 밥 먹고 똥은 안 쌀까 궁금하다. 깨끗하다는 기준은 결벽증 환자에겐 아주 엄격할 것이고, 돼지우리에 사는 사람들에겐 잡다함이 안정감을 줄 수도 있다. 결국 우리의 모든 언어는 개인이 경험한 시간과 사회적 관념 및 예의에 의해 선택된 이미지를 구체적 단어로 명명했을 뿐이다. 따라서, 영혼에 대한 관점은 깊숙하면서 굉장히 개별적인 것이라 판단을 맨 마지막으로 미뤄두곤 한다. 내가 좋아하는 책도 여러 가지라서 그 영혼의 다양성에 취해서 보는 것이지, 내용이 계속 웃는다던지, 계속 화낸다던지, 계속 짜증 낸다면 완전 기분이 저조해진다.


인간의 육체를 보면 일관된 기호가 있다. 마른 사람은 육체의 선이 보인다. 멋있게 웃는 사람도 좋다. 근육질 남녀를 보면 일단 닭가슴살과 고구마가 생각이 난다. 더불어 그 뒤의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조합된 후처리 냄새도 연상되어서 멋있다는 단어와 결별해 있다. 살집이 있는 사람은 성적 취향이 아니다. 집안 구조상 완전히 마르긴 어려워서 나도 거의 육체적인 프로포션은 비슷하지만, 외모는 내 기준에 맞으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그 기준을 모르겠다. 수시로 바뀌어서 좋다 싫다가 반복되기 때문에 항상 사랑해라고 외치거나 예쁘다고 하는 사람들은 이해가 안 간다. 다만 목소리는 상상과 결부되어 있기 때문에 울림이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내 눈에 안경, 고정적이 아닌 유동적으로 잘 생겨야 한다는 소리다. 트랜스포머나 카멜레온 같이 변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너무 자주 바뀌어도 싫다. 그래서, 도대체, 누구? 정정하면 육체에 관련해서 일관된 기호는 없다. 가끔 눈이 삘 수도 있다.


감정은 표현의 일종인 것일까? 정신으로 연결된 것일까? 아니면 영혼을 투영한 것일까?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려면 제정신이기 어려울 때도 있다. 가장 힘들 때, 감정이 닳고 영혼이 소멸되어 있을 때 그려진 그림은 눈을 떼기 어렵다. 모든 것을 담아내는 그림은 힘든 작업이다. 제일 다이하드한 직업으로 인정한다.


하지만 모든 취향도 대상에 따라 바뀐다. 가까이에 있는 사람은 취향과 기호와 전혀 무관한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 또한 모두 말 뿐이다. 스스로 변덕이 끓는 같다. 그래서 지금 현재, 하루 이틀 정도까지만 유효한 취향에 대한 썰이다. 나는 인간이 바뀔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타인도 변한다고 본다. 따라서 이 모든 경우의 수를 본다면 맞추기란 정말 어렵다. 그냥 아무런 평가를 하지 않고 인간을 대하는 것이 최적의 코드라고 하겠다.  

  



끝! 일이 끝나면 그리 좋다고 하면서, 죽음! 생이 끝나면 왜 그리 아쉬워할까? 금요일 아침에 하기 싫은 일을 하고 끝나갈 때쯤 해방감을 느꼈다. 횡단보도를 오고 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나, 살고 있는 이 삶이나, 시간에 대한 선택권은 동일하게 배정돼 있고 행위의 주체도 같고 무엇인가를 시작했다가 끝낸다는 유사한 과정의 행위임에도 왜 가치를 부여함에 있어 다르게 느끼는 것일까? 일에서의 마지막은 홀가분해하면서, 삶에서의 마지막은 두렵게 느끼는 것일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 지는 꽤 되었다. 어렸을 때는 만남 뒤에 언제 만날 지 몰라서 아쉬워서 돌아보았는데, 크고선 내 자리가 어디쯤인지 보려고 돌아본다. 근데 앞길도 뒷길도 현재도 흔들리지만 으면 걷겠다 싶다.


정말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다. 그런데 그런 질문 속에서 나만의 답을 찾는 과정은 즐겁다. 이렇게 물어봐도 답은 없을 수 있겠지만, 이건 내 인생이니까 또 그렇게 가만히 누워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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