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 <爾>, 굿판과 대리인생
“이 징한 놈의 세상, 한판 신나게 놀다 가면 그만이지.”
신명이 나지 않는 장터에선 굿판을 벌일 수 없다. 흥이 없고 재주가 없는 광대는 광대가 아니라네. 광대가 분장한 왕과 미친놈의 세상에서 광대나 다름없는 왕. 그들 남자의 허우대는 그저 흐릿한 그림자로다. 잘생긴 껍데기가 있고 그 유혹에 취한다. "야, 이년아! 네가 살아 그 말도 좋았어라."
<이 爾>
하늘과 땅. 허공의 밧줄 위로 자유를 벗하며 천하디 천한 몸으로 즐거움을 업으로 삼는 사람. 얽매인 설움과 길들여진 광기로 귀하디 귀한 목숨 줄을 오고 가며 즐거움을 잃어버린 사람. 신명은 몸 밖으로 분출되어야 제 맛이고 사랑은 시야에서 가려질 때 강한 향기를 내뿜는다.
연극 <이 爾>와 달리, 영화 <왕의 남자>는 권력과 애정을 향한 녹수와 공길의 대립적인 상황이 극렬하게 묘사되어 있지 않다. 연산의 모성에 대한 갈망, 부성에 대한 질시를 과장된 희극조와 비이성적인 몸짓으로 표현한다. 연산과 장생 사이에서 애정을 실어 나르는 공길의 수동적인 역할에 좀 더 무게를 두는 균형의 추가 한밤의 감상을 허우적대게 만들었다. 코믹한 언행들과 이상이 무료한 인물들 사이에서 꿈을 꿀 수 있는 장생만이 정상으로 보였다. 인간의 소망인 자유의 몸짓은 구부정하게 절반이 굽었다. 죽어서야 높이 날 수 있는 광대의 어깨는 무겁다.
2006. 3. 27. MONDAY
광대짓에 매료된 것은 왕만이 아니었다.
매사가 무료하게 타들어가는 인간들과 매 순간 즐겁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었다.
시간줄을 벗어나도 세상 돌아가는 모습은 언제나 광대 아닌 광대들이 만드는 광극(狂劇)이로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