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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 PRINCIPE

《군주론, 니콜로 마키아벨리》 군주의 미덕

by CHRIS
《군주론, 니콜로 마키아벨리 Il Principe | The Prince, Niccolò Machiavelli》


"일어난 사건들에 대한 지속적인 경험과 고대사에 대한 꾸준한 독서를 통해서 습득한 인간의 행적에 관한 지식만큼 귀중하고 가치 있는 것은 없다."

《군주론, 니콜로 마키아벨리 Il Principe | The Prince, Niccolò Machiavelli》


공화국과 군주국에서 영토를 얻는 방법은 타인의 무력을 이용하거나 운 또는 호의(행운 fortuna 혹은 덕 Virtù)에 의지한다. 인민과 군사의 통치적 기술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군주론》은 군주나 지도자의 덕목에 대해 역사적 시각과 통찰력을 발휘하여 생각의 독창성과 주제의 중요성을 서술한다. 마키아벨리가 다루고 있는 군주, 계급, 인민, 통치의 원리, 군사와 술책, 정책 관리 등은 정약용의 《경세유표》나 《목민심서》, 사마천의 《사기》처럼 시대에서 추방된 자들의 이질적인 결을 지닌 현실에서 역사를 관통하여 해석되는 통치술의 원리로 이해된다.


"인간들에게 피해를 입히려면 복수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아예 크게 입혀야 한다."

《로마사 논고 제2권 제23장, 니콜로 마키아벨리》


시간은 모든 것을 몰고 오며 해악은 물론 이득을, 이득은 물론 해악을 가져온다. 무기를 든 예언자는 성공한 반면, 말뿐인 예언자는 실패했다. 개혁자들은 스스로의 능력을 통해 위험을 극복하여야 한다. 세상에 파란을 몰고 오며 도모한 일이 성공한 뒤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기 시작한 인간은 강력하고 확고하며 존경받는 지도자로 남아 있게 된다. 술책이 진실을 이긴다는 마키아벨리의 조언은 법률과 힘의 두 가지 균형과 이중적인 방책을 인간과 동물의 방식으로 적절히 이용해야 함을 강조한다. 강력한 군주가 되기 위해선 사자와 여우의 기질을 모방하여 인간에게 내재된 두려움을 이용하고, 누구나에게 조언을 구할 것이 아닌 자신이 원할 때 현명한 자의 조언을 가려서 듣고 이를 판단할 때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당신이 해를 입힌 적이 있는 자들을 신뢰하지 말라. 인간이란 자신이 두려워하거나 미워하는 자에게 해를 가하기 때문이다."


군주는 항시 무력을 쓸 수 있도록 조직적인 힘을 갖추어야 한다. 또한 인민과 군사의 힘의 균형 속에서 이들 세력을 적절하게 이용해야 한다. 중립적인 위치의 우방보다는 확실한 지지를 표하는 동맹이 더 효율적이다. 하여, 일상에서 힘의 위치를 어떻게 적절하게 배치하는 것인 좋은지 생각해봐야 한다. 요즘 말로 군주는 지도자라고 바꾸어 불러도 좋을 것이다. 지도자의 자질로는 강력한 힘의 보유와 전략의 균형 및 법률적 이해와 경영적 능력, 각자의 세력을 잘 이용하는 지략이 필요하다.


모든 시스템과 제도의 규칙에는 그 정점에 지배자(ruler)가 있다. 군주(principe), 지도자(leader), 우두머리(header)가 위치하는 지점은 현대나 과거나 미래나 변하지 않을 것이다. 미덕(virtù, virtuoso)은 능력(ability), 기술(skill), 활력(energy), 결단력(determination), 힘(strength), 기백(spiritedness), 용기(courage), 용감함(prowess)을 포함한다. 따라서 (이것이 과거 남성적인 미덕과 결합된 품성이라면) 권력을 유지하게 하고 지배자가 되도록 만드는 능숙함과 위대한 정신은 인간사에 개입하는 힘 또는 주재자(agent)에 의해 운(fortuna)으로 해석될 수도 있을 것이다.


행운과 악운을 포함한 모든 운(fortune)은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통제를 벗어난 사건이나 행위를 의미한다. 무력을 사용하여 지배자가 된 사람들은 스스로 보유한 좋은 기회(occasioni)를 제외하고 호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조건에 의지하기보다는 지지자들의 조건들과 주변 상황에 기인하게 된다. 인간이 시대와 상황에 맞게 자신의 성격을 적응시킬 수 있다면 항상 성공할 것이나, 불행하게도 인간은 이런 필요한 유연성을 결하고 있고 상황이 다양하기 때문에 보다 결연한 판단력과 태도가 필요하다.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인 종류와 조건부의 필연성(necessity) 속에서 자유(libero) 의지는 인간의 자유와 연결되어 독립적인 태도와 내부적 자유라는 결핍의 차이를 통해 군주에게 복종을 선택하게 된다.

정책 일선에서 물러났던 마키아벨리가 지도자에게 충고하는 영민한 정치사상가의 구조적인 태도는 계책적인 면모에서 유용하지만 군주의 실행에 있어 변화를 담아내거나 오류를 시정하고 추구하기엔 괴리가 있다. "군주의 통치를 논하고 그것에 관한 지침을 제시하는" 《군주론》은 권력의 획득, 유지, 확대에 필요한 조언보다 사물의 실체적인 진실(being)과 공화국이나 군주국처럼 이상적 단어의 정치적 외양(appearance)의 비판이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분열된 정치적 현실에서 과학적이고 실증적인 접근 방식을 사용한다고 해도 현대 민주주의에서 다양한 의견이 하나로 조합되기 어렵고, 이익지향적 행동원리의 비도덕성(amorality)은 이미 구조적으로 하나로 묶인 권력 시스템으로부터 탈피하기란 더욱 어렵기 때문에, 합리적이고 이상적인 힘의 사용은 규범 일탈성, 돌발성, 결렬성이 배재된 구조적인 폭력과 결부되었을 때 전혀 방향을 잡을 수 없는 편협적인 사상으로 머무르게 된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이데올로기의 다양성, 사회경제적 차이, 종교적, 윤리적, 문화적 편차를 초월하여 권력정치(power politics)가 전개되는 상황이면 어디에서든지 적용될 수 있고, 정치사상사 전반에 걸쳐 정치와 윤리의 적절한 관계 설정에 정치적 판단의 고민을 부여한다. 즉, 도덕적인 덕보다 권력의 기술적인 문제는 기독교적인 덕의 개념에서 벗어나 로마 공화정 시대의 덕의 개념을 추종하고, 윤리적인 덕이 자동으로 공적인 덕으로 전환되지 않으며, 사적으로는 비윤리적인 행위가 공적인 영역에서는 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마키아벨리는 나라가 안정되고 확고한 방향에서 운영될 때 정부는 연민, 신뢰, 정직함, 인륜, 종교와 같은 기존의 덕을 따라 공적인 윤리와 사적인 윤리를 일치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몇 년간 준비했던 데이터 창작 시스템이 내외부적 침탈로 인해 파괴된 이후 새롭게 논리 시스템을 구조화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인간들을 처리하는 방식은 법적인 수단을 통해 강력하게 처단하는 것이 제도적인 미래를 위해 개선적이다. 심리적 계책을 숨기고 있는 타인들과의 조합을 억지로 고민하기보다 실패하더라도 담백하게 길을 가는 방향을 택할 것이다. 삼십 년 전, 나를 키웠던 거친 바람이 다가오고 있다. 그때보다 강도는 더 세지만, 정면승부를 택하기로 했다. 석 달 가까이 잡고 있었던 《군주론》은 여기서 보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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