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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ING, FAST AND SLOW

《생각에 관한 생각, 대니얼 카너먼》 느리게 생각하기, 시스템 2의 훈련

by CHRIS
[THINKING, FAST AND SLOW, DANIEL KAHNEMAN]


"직관은 결함을 수반한다."

《생각에 관한 생각, 대니얼 카너먼 THINKING, FAST AND SLOW, DANIEL KAHNEMAN》



1. TWO SYSTEMS : 두 가지 시스템


생각과 감정은 다르다. 생각을 표현하면 이성적이고 마음을 표현하면 감정적이라고 한다. 기분이 나쁘거나 좋거나 운수가 대통하거나 최악의 상황은 대게 감정과 관련 있다. 생각은 논리적인 사고와 사건 처리 태도, 합리적인 의사결정과 행동방식을 결정짓는다. 나는 적나라하게 감정을 드러내는 사람보다 독특한 생각을 가진 사람을 선호한다. 한편, 감정과 마음은 정신적 관리 방면에서 다른 영역이다. 사건이 벌어졌을 때 직설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면 주관적인 판단으로 인해 사실에 대한 오류 및 현실 오해가 생길 여지가 있다. 마음은 감정을 받아들이는 상태에 대한 자기 점검이므로 보통 인간관계에서 상대방을 고려한다면 자신의 감정상태를 확인한 뒤 그에 대한 마음을 숨기지 말고 표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투명하고 선량한 마음을 발휘하기보다 몇 번이고 생각한 뒤에 후회 없는 사고의 결정을 선택하는 습관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편견과 실수가 응집된 직관(intuition)의 편향(bias)을 다루는 《생각에 관한 생각》은 생각의 속도에 지배받고 있는 인공지능 시대에 더 나은 판단과 선택을 위해 정확한 언어를 구사하여 사고의 오류를 발견하고 이해력을 개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 Heuristics and Biases : 휴리스틱과 편향


"인간은 자신이 보는 것의 지속성과 정합성을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 서둘러 결론 내리기를 좋아하고, 어려운 질문을 받으면 마음대로 쉬운 질문으로 바꾸어 이해하려 한다. 의심을 지속하기 어려워하고 과장된 믿음을 발휘한다."


광범위한 데이터가 인간의 행동 패턴을 결정하는 시대, 정치 성향 갤럽조사나 인구 통계조사처럼 적은 표본으로 이루어지는 통계적 결론에 작위적 믿음을 투영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수동적으로 행해졌던 통계학의 결과치인 <적은 숫자 법칙에 대한 믿음 Belief in the Law of Small Numbers>에서 벗어나 한정된 숫자로 구성된 통계적 직관을 의심하고 인상형성(impression formation)을 항상 계산으로 대체해야 한다. 닻 내림 효과(anchoring effect)처럼 처음 입력된 정보가 정신적인 닻으로 작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선 불충분한 숫자를 즉각적으로 인식하지 말고, 추정치에 대한 한계에서 멀어져야 한다. 메시지의 영향과 감정적인 강도에 좌우되는 가용성의 폭포(availability cascade), 대표성의 죄악, 섬광 기억(flashbulb memory)처럼 직관적 예측에 대한 정밀한 수정은 경험으로부터의 퇴행을 이해하는 시스템 2, 느리게 생각하기의 한 방법이다. 의심과 의혹이 주도하는 시스템 2는 시스템 1의 연상기억 작용으로 인한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의 신념을 방지한다. 확증편향은 모든 사람에게 내재된 심리적 메커니즘으로, 인간들은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는데 필요한 자원인 경험을 통한 자기 믿음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자기 믿음에 둘러싸여 외부적인 시각을 배제한다면 자기 성장과 변화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빠르게 생각하기"라는 휴리스틱(heuristic, 어림짐작)과 편향(bias)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돌출된다. 반면 직관적인 해결의 탐색이 실패했을 땐 심사숙고하여 노력하는 사고 형식인 "느리게 생각하기"가 우세해진다. 직관적으로 생각하는 연상기억(associative memory)인 시스템 1과 의식적으로 추론하는 자아(reasoning self)인 시스템 2의 통제적 활동은 우리의 삶에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인지적 착각(congnitive illusion)은 한마디로 돌직구의 속도감이다. 따라서 최소 노력의 법칙(law of least effort), 과제 집합(task set), 실행제어(executive control), 일반 지능(general intelligence), 장기 기억(long-term memory), 몰입(flow), 최상의 경험(optimal experience), 자아고갈(ego depletion) 등의 게으른 사고와 대비된다. "정신적으로 전력을 다할 때 우리는 사실상 눈뜬장님이 된다"는 말처럼, 나는 직관의 오류로 인해 잘못된 상황에 동조하고 싶지 않다. 몇 달간 흩어진 기억을 더듬어 법리적 사고를 실행하다 보니 일상에서 벗어난 새로운 용어들과 사실로 믿게 하는 착각들이 의심스러워졌다. 편하고 쉽고 고급스러운 것들의 공통적인 특성인 인지적 편안함은 낯섦의 껄끄러움만큼 경고스럽지 않다. 불안하고 불행한 기분일 때 창조적인 직관을 상실한다면 근래 날카롭게 정신을 위협하는 경계감은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선에서 모든 추상적 기대를 꺾어버리는 요소라고 말해야겠다.

자신이 믿는 바나 원하는 결과에 부합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배제하는 경향을 이용하는 컴퓨터 알고리즘은 수많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일반 사람들의 의견과 세계관을 더 편협하게 만드는 동시에, 그로 인해 현실과 괴리된 상태에서 일방향의 세계를 구축하고 살아가는 구조를 형성한다. 인간은 암초와 같은 고립무원의 세계에 갇히게 되면 현실의 자아보다 더 높은 심리적 만족감 속에서 게임중독과 같은 몰입적 태도를 통해 자기 집중화를 선택하며, 이를 모방한 컴퓨팅 시스템은 선택자의 시간을 잡아둠으로써 돈을 벌어들이는 구조를 형성한다. 확증편향을 자각하고 이를 재구성하고 성찰하는 과정의 시스템 2는 미래에 인간이 기계적인 마음을 벗어나는 하나의 열쇠가 될 것이다.



3. Overconfidence : 과신


"인간의 머리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사건을 다루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기술을 과대평가하고 행운을 과소평가한다."


과거를 이해한다는 착각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과신한다. 따라서 과거를 알고 있다는 치명적 착각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과거에 가졌던 믿음을 말할 때 쓰는 언어를 정화해야 한다. 과거란 현실의 위치에서 불완전한 기억의 사라짐과 편집적인 감정 상태에 따르기 때문에 확실하지 않은 경우의 수이다. 최근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심층적 조사에 돌입하면서, 감정적 인간이 표현하는 수많은 거짓 진술에 주목하게 되었다. 현실에선 타당성의 가치를 지닌 정상적인 인간이 드물다. 인과관계에 따라 흐르는 사건은 사건을 다루는 주체가 논리적인 형상을 파악할 면밀함이 없다면 해결 가능성이 희박하다.



4. CHOICES : 선택


"어떤 사건에 대해 생생한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다면 그 사건이 일어나지 않을 확률도 덩달아 생생하게 그려지고 과도한 가중치가 부과된다. 심리학적으로 분석하면 인간은 시스템 1을 소유하며 이때의 세계관은 특정 순간에 유용할 수 있는 정보에 의해 제한되기 때문에 일관적이고 논리적이지 못하다."


베르누이(Daniel Bernoulli)는 자극의 물질적 양과 심리적 강도 사이의 관계에서 돈의 심리적 가치나 효용성(도덕적 기대치)과 실제 갖고 있는 금액의 관계에 적용하여 인간의 선택 성향을 분석했다. 그러나 이론 때문에 생긴 맹목(theory induced blindness)은 효용성 이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현상에 대한 불신은 귀찮고 힘들며, 시스템 2를 작동하기엔 인간은 인내심이 얕다. 우리가 살면서 직면하는 많은 선택은 복합적인 성격을 띠며, 더 많은 이길 확률에도 불구하고 손실의 가능성을 확인하면 위험 회피에 돌입한다. 전망이론의 핵심은 기준점이 존재하며 손해가 그만큼의 이득보다 더 크게 보이는 것이다. 기준점이 높기 때문에 더 높은 손실을 입게 될 소유자들은 소유기간이 길고 매매에 신중하다. 인간은 이득을 얻기보다는 손해를 피하려는 욕구가 강력하기에 목표를 성취하지 못하면 손해, 목표를 초과 성취하면 이득이다. 모든 협상에는 조건이 붙는다. 그러나 완전한 손해가 벌어진 상태에서는 협상의 가능성이 상실되며 보수주의적이고 직관적인 예측은 상실된다. 더 좋은 투자처가 나왔을 때 손해 보는 계좌에 추가 재원을 투자하는 매몰 비용 오류(sunk-cost fallacy)에 빠지지 말고 현실을 직시하여 실패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를 갖추어야 한다.


모든 선택에는 후회와 책임이 따른다. 즉각적인 시스템 1에 반응하는 인간들의 감정은 개인의 재산, 정책의 건전성, 사회의 안녕에 피해를 주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생각의 복병인 역사실 느낌(counterfactual feeling)이나 선호역전(preference reversal), 감정 프레이밍은 믿음과 선호에 부당한 영향을 미친다. 후회는 사후확신 편향과 결합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결과를 결정할 때 마음을 비우고 철저히 현재를 확인해야 한다.



5. TWO SELVES : 두 자아


"우리는 기억 자아를 소중히 대하면서 정작 경험 자아에는 무관심하다. 인간은 기억 자아를 자신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책을 읽거나 여행을 가고 사람을 만나고 밥을 먹을 때 평소와 다른 특이한 경험에 대해 우리는 정작 그 안의 경험과 느낌에 대해 생각하기보다는 사진 찍기와 같은 단순한 기억으로 경험의 총칭을 마무리 짓는다. 경험효용(Experienced Utility)의 측정은 경험과 경험의 기억 사이의 혼동에서 비롯되는 강력한 인지적 착각을 유발한다. 결론에서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기대하는 경험의 되풀이에 대한 여부 결정은 기억에 의한 선택(choose by memory)에 의한다. 나는 나의 기억 자아이며, 내가 생활하게 해주는 경험 자아는 내게 낯선 사람인 것이다. 경험자아의 몰입(flow)은 예술가들이 창조적 순간에 느끼는 경험이나 우리가 영화나 책에 집중할 때처럼 단기적 상황에 의해 경험이 방해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개인의 행복 경험과 인생 만족감은 주로 유전절 기질에 결정된다고 한다. 행복은 절대적이기보다는 상대적이며, 우리가 중요하다고 느끼는 사건은 실제보다 중요하지 않다. 시간은 우리의 육체와 정신이 경험하는 순간에서야 작동한다.


6. THINKING, FAST AND SLOW : 시스템 2의 훈련


"자연은 인류를 고통과 쾌락이라는 두 주인에게 지배받게 만들었다. 우리가 무엇을 할까 결정하는 일은 물론이요, 무엇을 행해야 할까 짚어내는 일은 오로지 이 두 주인을 위한 것이다."

《도덕과 입법의 원리 서설, 제레미 벤담 INTRODUCTION TO THE PRINCIPLES OF MORALS AND LEGISLATION, JEREMY BENTHAM》


대니얼 카너먼이 《생각에 관한 생각 THINKING, FAST AND SLOW》에서 집중적으로 다루는 사고 작동 메커니즘인 시스템 1과 시스템 2는 이론의 땅에 사는 이콘과 실제 세계에 사는 인간을 뜻하며, 여기서 두 자아는 생활하는 경험 자아와 점수를 매기고 선택하는 기억 자아를 말한다. 시스템 1은 우리의 평생을 통해 얻었던 기술들의 광대한 레퍼토리를 유지해 주고, 연상 기억 속에 유지되는 세계를 풍부하게 연결해 준다. 더불어 정보 처리에 도움이 되는 인지적 편안함을 만들어주지만 신뢰할 수 없는 정보일 때 경고신호를 보내주지 않기에 닻 내리기, 비퇴행적 예상, 편협한 범주화, 과도한 정합성, 과신을 비롯한 편향과 인지적 착각을 야기한다. 시스템 1에 기원하는 오류를 막기 위해선 현재를 인식하고 속도를 줄이는 시스템 2의 사고로 전환해야 한다. 자신의 직관에 의문을 표시하고 문제의 프레이밍과 결정으로 이루어지는 적절한 정보수집을 통해 매사를 심사 숙고하고 검토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이런 건설적인 비판 기술을 바탕으로 풍부하고 세련된 언어만이 아니라 느릿한 사고 속에서 자신의 결정을 스스로 선택하고 만들어가는 힘을 키워야 한다.


특정 상황이 인간의 현재를 만들어가긴 하지만, 그 상황 또한 인간이 만드는 것이다. 인간의 사고에 대한 두 가지 시스템 중에서 쾌락적인 감정적 직관에 의존하는 시스템 1에 따라 결정을 내린 인물이 오류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일시적 편의와 즐거움을 도모한다면 장기적으로는 본인 스스로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반면 자료를 분석하고, 구조적인 개선을 원하는 느린 사고는 시간의 흐름을 느낄 만큼의 고통스러운 경험과 기록을 축적하여야 하기 때문에 당장의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시스템 2를 지속적으로 훈련하고 활용한다면 장기적인 시간의 스펙트럼에서 경험적 자아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나는 시스템 2의 느린 사고를 훈련하면서 법리적 싸움과 예술 작업, 일상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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