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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COUNSELING FEE

디자인 상담과 상담료

by CHRIS
[METHOD OF COMMUNICATION] 2018. 05. 10. ITALY. PHOTOGRAPH by CHRIS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라는 영화도 있듯이 다각적인 대화 기법을 통해 상대방을 심도 있게 관찰하는 작업을 인터뷰라고 한다. 언어를 사용하여 상대의 호응을 끌어내고 그 내부로 들어가서 내면을 살피는 기술이다. 상담을 시작하기 전에 상대의 현재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초진처럼 개괄적으로 관찰하는 내적 포인트를 말하기도 한다. 작품을 팔다 보면 상대방과 이야기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제작의도, 작품의 구성, 스타일과 기호, 공간매치로 가볍게 설명을 시작하였다가 보이는 가치는 차치하고 어느새 정신과 의사가 된 듯 남의 집 집사가 된 듯 고객의 하소연을 듣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은 하나라고 꼬집어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단한 언어 구성과 복합적인 사고 체계만이 아니라 대화의 방식이라던지 상대를 응시하는 태도에서 드러난다. 타인이 호소하는 문제와 요구방식이라는 병명을 알기 위해 디자이너 말고 의사가 될 걸 그랬나 생각한 적도 있다.


대상에 대한 정보수집으로 시작하여 상대가 목적성을 가지고 개인적인 스타일이나 삶에 대한 전문적인 조언을 얻기 위한 대화로 변모하게 되면 대화 속에서 제작자가 만들어낼 무형의 가치는 상승하게 된다. 성공적인 상담의 결과는 작품과의 이별이며, 그에 대한 경제적 보상은 각자의 처치에 맞는 상담료이다. 고객들은 확실히 한꺼번에 생산된 복제품보다는 명망 있는 브랜드의 이름을 달고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친 형상을 좋아한다. 여우의 신포도처럼 비싸다고 투덜대는 사람들도 있지만 만지거나 시착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지금까지 문제를 인식한 뒤 해결 방식을 도모할 때 장애에 부딪히면 기존의 틀을 활용하거나 행위적 관례에서 방법을 찾기보다는 투명망토를 쓴 듯이 타인이 알아볼 수 없도록 은폐적인 구도를 사용하였다. 백번 실행하여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은 같지만, 공개적이고 대중적인 태도를 취하기보다 고립적이고 폐쇄적인 은둔자 형태를 고수했던 것이 여타 제작자들과의 차이점이라고 하겠다.


올해는 단순히 타인들에게 해결책을 주는 일방적인 역할에서 벗어나볼 생각이다. 개별적인 진단에 대한 지난 경험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형상에 대한 이야기를 조직적인 형태로 분화시켜 의뢰자와 함께 작업을 진행해보려고 한다. 환자가 병원에 찾아왔다가 의사가 손을 내밀면 환자는 손을 잡게 되어 있다. 원래 문제의 목적성과 부합되는 사건 해석자의 적극적인 해결 태도는 강력한 신뢰감과도 결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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